[10문 10답] .
절필을 할까, 브릿G를 떠날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제 넝마주이같은 문장은 이 곳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그렇다고 네이버나 카카오 연재로 간다? 거기 애들은 제 글을 더 싫어할 겁니다.
근데 별로라고 댓글은 달아줄 것 같으니 여기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네요.
아무튼, 간만에 짬이 나 참여해봅니다.
1. 글을 쓰게 된 계기
: 정신적으로 문제가 심한 때가 있었습니다. 뇌가 생각을 멈추지 못했어요. 뭔가를 계속 떠올리고 이어가고 이어가고… 글쓰기는 정신의 배설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증상이 거의 사라졌지만 조금 더 젊을 때보다 뇌가 망가졌다는 느낌을 받아 슬프네요. 병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모두 고통입니다.
2. 내가 쓰고 싶은 글에 관하여
: 재밌으면 됩니다. 근데 제 글은 재미가 없죠. 요즘 글쓰기가 괴로운 이유입니다.
3. 내가 자주 쓰는 장르나, 이야기.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 처음엔 그딴 거 신경쓰지 않았어요. 모든 글이 의미가 있어야 하나, 이 시간을 보내는데 충분하면 가치를 다한 게 아닐까 싶었죠. 근데, 요즘은 그렇게 시간을 들여주는 사람들을 위해 뭐 하나라도 던져줘야 하겠구나 싶긴 합니다. 그래서 ‘이건 이대로 가도 되는가?’가 보통 짧은 글을 쓸 때 자주 써먹습니다.
4.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
: 게임 소설 중 ‘어나더 월드’라고 있습니다. 비디오 대여방 시절에 나왔던 꽤 옛날 소설에 수 년 전엔 네이버 쪽에서도 올라왔다지만 지금은 정식 루트로 볼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내용도 별거 없고, 묘사도 크게 두드러지는 게 없습니다. 근데 재밌었어요. 아무 의미도 없이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 읽을 뿐인데 즐거웠죠. 제가 가장 처음 감명받은 책이 이 모양이니 책에 의미 담는 행위에 중요성을 늦게 깨달았지만요.
5. 최근 글을 쓸 때 들었던 생각
: 써봤자 아무도 읽지 않을텐데, 누구 하나 한 줄의 피드백도 해주지 않을 텐데 나는 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일까.
6. 글쓰기에 대한 고민, 혹은 글을 쓸 때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나만의 철칙
: 제 글이 대체 무슨 가치를 갖고 있을까 싶습니다. 이미 여기서 30여 편이
7. 내 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 Null.
8. 다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
: 여러분의 글에 시간을 써주고, 댓글을 남겨주시며 대화를 시도하는 분들의 가치를 높게 생각해주십시오.
가진 자는 자신의 소유한 것을 깎아먹는 못된 습관이 있습니다. 아니라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요.
9. 내가 쓴 글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 (어디에 나온 문장인지까지)
: 없네요. 생각해봤지만 없습니다.
10.내가 쓴 글 중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장편, 중단편 각각 하나씩. (장편 없으면 중단편 2개도 괜찮음. 선정 이유까지.)
사피엔스 님에게 장문의 질타를 받고 슬픔과 분노를 담아 썼던 이야깁니다. 지금와서 얘기해보면, 그 이야기는 ‘소설’이라는 포맷보다 간단한 조작으로 진행되는 게임에 어울리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차돌박이를 가져왔음 그걸 잘 구울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무리하게 육회로 만들려 한 것이지요.
‘기계에 영혼을 동력으로 작동시킨다’는 모 소설보다 제가 더 빨랐지요. 하지만 나머지는 전부 뒤쳐졌지만요.
돌이켜보면 한참 매몰되고 있는 제 사이버펑크 테이스트의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역시 인간은 척박한 환경에 던져야 인간미가 숙성되는 법.
과거 스레드 소설을 연 적이 있었는데, 당시 플롯이 썩 괜찮게 나온 덕에 언젠가 진심으로 연재하게 될 날이 오면 갈무리해서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약속을 지켰고, 올렸지만, 조회수는 개박살이 났죠.
마지막 부분이 지금 돌아보면 좀 허술한 감이 있지만 이래저래 입소문을 타지 못한게 아쉽단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