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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 10답] 글을 쓰다가 문득….

분류: 수다, 글쓴이: 코코아드림, 23년 4월, 댓글4, 읽음: 85

브릿G에 글을 안 남긴지 너무 오래라 살짝 민망하긴 하지만….

 

1. 글을 쓰게 된 계기

사실 저는 처음에 영화감독을 꿈꿨습니다. 제가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촬영도 하는 그런 감독을 꿈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 보단 소설 쪽에 조금씩 더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게 딱 고등학교 시절이었는데, 결국 영화과 대신 책이나 마음껏 읽자 싶어서 어문계열로 진학한 후 문득 고3 담임 선생님(담당 과목이 문학이셨습니다.)이 제 모의논술 답안지를 보고 하셨던 “너 소설 한 번 써봐라.” 소리가 생각나서 제가 좋아하는 장르로 조금씩 쓰던게 데뷔작이 되었네요.

정작 그 선생님과는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었어서 지금은 따로 연락드리지 않는 것이 함정입니다…^^;;;

 

2. 내가 쓰고 싶은 글에 관하여

한 번 읽고 나면 일상에서도 글의 잔상 때문에 움찔하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그 정도의 글을 쓰진 못한 것 같아요^_ㅠ

 

3. 내가 자주 쓰는 장르나, 이야기.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저는 호러/스릴러 장르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는 꽤 유동적으로 바뀌는 편인데, 최근에는 소통의 부재와 가족 사이의 단절에 대해 자주 다루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불신 혹은 맹신에 대해서 많이 다루고 있어요.

 

4.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

좋아하는 책은 워낙 많은데… 사실 좋아하는 책의 순위는 너무 자주 바뀌어서 ‘이 책이 언제나 내 마음 속의베스트다!’ 하는 건 (아직까진)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을 뽑아보자면 <가족의 무게(이시이 고타 저, 후마니타스)>입니다.

논픽션 작가인 ‘이시이 고타’가 6년간 7건의 존속살인이 발생한 가정을 취재한 이야기를 다룬 글인데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썩고 곪아가다 결국 터져버려서 파국을 맞이했지만, 그 파국이 과연 예상치 못하게 터진 것인지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속이 답답해지는 부분들이 많지만 결국 외면해서는 안될 현실이 반영된 책이었습니다.

 

5. 최근 글을 쓸 때 들었던 생각

요새 걱정이 너무 많이 늘어서 단편 하나를 써도 “내 글이 재미가 없나…?”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사실 이 문답을 하기 직전에 글 작업할 때도 그 생각을 했어요….

 

6. 글쓰기에 대한 고민, 혹은 글을 쓸 때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나만의 철칙

글을 쓰다보면 내가 쓰는 주제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글을 쓰는 입장이고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반응을 해주시는 걸 좋아하는지라 글에 대한 반응이 없으면 확신을 잃어버리고 ‘내가 이 장르를 잘 쓰고 있나?’라는 고민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글을 써본 결과 저는 반응 여부와 상관없이 제 갈 길 가는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어서 여전히 호러/스릴러를 좋아하고 계속 쓰고 있습니다…!

 

7. 내 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다.

 

8. 다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

저는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저의 세상에 발을 내딛어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제 글을 읽고 계시다면 제가 그려온 세상에 오셨다는 소리겠죠. 떠나실 때까지 최상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9. 내가 쓴 글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 (어디에 나온 문장인지까지)

“와중에 큰 소리로 화려하게 잔상을 남기며 터지는 불꽃은 쓸데없이 아름다웠다.”

–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 中 

 

10.내가 쓴 글 중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장편, 중단편 각각 하나씩. (장편 없으면 중단편 2개도 괜찮음. 선정 이유까지.)

장편도 쓰긴 했지만 중단편 위주로 써왔어서 중단편 2편을 뽑아보고자 하는데요.

소원의 집은 2월에 출간된 <데들리 러블리>와 제 단편집 <아까 되게 이상한 꿈을 꿨어요>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그릇된 사랑이 집착으로 번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다룬 글인데, 제가 그동안 써온 글 속 주인공 중에 가장 (여러 의미로) 미쳐버린 인물이 나오는 글이기도 합니다.

이제야 밝히는 이야기지만 이 글의 처음 목적은 당시 그림을 그리던 아는 동생과 함께 창작 만화로 그려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콘티 형식으로 짜서 만화 제작을 앞두고 있었는데, 아는 동생의 일정상 이유로 미뤄지게 되었고 그 사이 제가 이대로 두긴 아쉽다 싶어서 소설로 고쳐서 올린게 바로 <소원의 집>입니다. 물론 소설화하겠다는 건 아는 동생에게도 했던 얘기라, 제 단편집에 소설이 수록될 때 가장 크게 축하해준 사람이 바로 그 아는 동생입니다.

 

사실 저는 리포그램 형식을 꽤 좋아하는데요. 리포그램이 영 쉽지 않아서 도전해볼까? 생각만 하다가 마침 그 시기에 공모전이 있어서 겸사겸사 작업을 했던 글입니다. 생각보다 더 단어 찾는 일이 까다로웠고 분명히 자음을 다 없앴다는 생각을 했는데도 댓글로 “어디에 아직 자음이 남아있는데요?”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서 아찔했던 순간이 참 많았던 글이기도 합니다.^_ㅠ 그래도 이 글을 통해서 더 긴 리포그램 장편을 써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기도 했고, 실제로도 조금씩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긴, 그리고 그 용기가 생길 만큼의 퀄리티의 글이라고 저는 자부하고 있습니다!

코코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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