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대한 일반교양이란 어디까지일까요?
종교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에요.
미국이나 유럽의 많은 국가는 역사나 문화 자체가 기독교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보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 내용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교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어요. 종교적 함의는 따로 두더라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수업에 활용되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 등의 대중문화에서도 많이 인용/변용되고 있기도 하고(매트릭스라든가), 일상대화에서도 농담이나 비유 등으로 많이 포함되고.
반면, 일본의 경우는, 적어도 제가 알고 지냈던 대학생들은 성경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했어요. 기껏해야 ‘예수’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정도였고, 천지창조나 노아의 홍수 같은 건 들어본 적은 있는데 성경 이야긴 줄은 몰랐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일본은, 뭐랄까, 성경 속 이야기를 북유럽 신화나 고대 이집트 신화 같은 머나먼 이국의 설화 정도로만 여기는 느낌이 들더군요. 독특한 점이라면, 이게 일본의 개성이기도 합니다만, 이런 걸 대중문화의 소재로는 굉장히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에바라든가, 에반게리온이라든가, 에바라든가). 일종의 취향의 소모를 위한 재료의 일부로 소비된다고 할까요?
그래서 에반게리온 같은 성경 메타포로 떡칠이 된 작품이 대흥행을 하면서도, 그 영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모세? 그게 뭐임? 수준이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더군요.
전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친가외가 친척이 모두 기독교 집안이고 아버지가 교회 장로이시다보니 중학생 때까진 교회를 다녔었고, 성경 내용에 대해서도 제법 친근한 편이에요. 그리고 제 친구들은 저와 함께 고대신화/예언 따위를 좋아하던 변태들이라 평소 대화에서도 성경 내용을 가끔 인용하고는 해요.
그런데.. 어제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한국에선 성경 내용에 대한 일반교양적 지식은 어디까지일까? 애초에 교양지식에 포함되기는 하는 걸까?
<이하는 작품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되므로 가릴게요>
전 ‘뱀’이라는 주제가 주어지자 마자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로 이브를 유혹했던 뱀을 떠올렸어요. 굉장히 극적이면서도 시각적으로도 황홀한 이야기니까요.
글을 서둘러 쓴 것도 혹시 다른 분이 먼저 쓰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어서였죠. 그런데 괜한 걱정있을려나요? 지금까지 올라온 작품 중에는 없었고 “악! 소재 겹쳤다!”고 하시는 분도 아직 없네요.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성경 속 다른 일화 몇 가지를 언급했고, 은화 30개와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로 ‘나’가 다음날 아침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보고 결국 절망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
로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필력이 딸려 힘겨웠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 키워드들이 적절했는지도 걱정이더군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이상한 질문을 해 본 겁니다.
개인적으로 종교적 신념이 어떻든, 성경은 다양한 영감의 보고인 것 같아요.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서도 집에 성경을 한 권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
아무튼, 궁금해졌어요.
미국/유럽국가는 성경이 역사와 문화 깊숙히 침투해 있고,
일본은 황무지지만 매니아들에겐 그럭저럭 알려져있는데,
한국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영화나 책,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 나오는 성경 인용/변용/메타포에 대해 얼마나 의식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