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영상을 보았고, 참… 기분이 묘해집니다.
소설, 웹소설을 통틀어 “작가”가 되겠다고 공부를 하고, 습작을 쓰고, 노력하며 작가 지망생으로 살아온 게 중학생 시절부터 벌써 11년째입니다.
2022년 11월 26일.
앞으로 15일 뒤에 치러질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합격 이후의 교사생활을 내다보면서, 그동안 제 곁을 지나갔던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떠올리면서,
“도저히 교사와 작가를 병행할 수 없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매우 극소수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작가 같은 건 그만둬야 한다”라며 올해 내내 그걸 가지고 고통스러워했어요.
9월 초에 이 생각을 밖으로 내놓으려 했을 때, 우연찮게 동아리 후배가 제 연재작인 <검은 양은 여동생의 꿈을 꾸는가>를 읽었다며 말을 걸어오더라고요. 그리고 그게 너무 기뻤어요.
그래서 깨달았어요. “내가 이 일을 그만두기에는 내가 이 일을 너무 좋아한다”고.
하지만 또 막상 임용고시 날짜가 가까워져 오니까… 두렵더군요.
내가 교사가 되면 그 생활이 너무 바빠서, 혹은 그 안정적인 고정수입에 안주해서, “작가 같은 거 안 해도 이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할까봐.
11년간 바라보며 달려온 “작가”라는 직업을 내 스스로 업신여기게 될까봐.
그래서 얼마전에 속으로 선언했어요. 내 안에서 “작가”라는 게 조금이라도 더 소중하게 느껴질 때, 이 11년의 노력을 ‘희생’시키고 그게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교사로서 성공하자고.
그런데 오늘 이 영상을 보았네요. 참… 기분이 묘해집니다. 꼭 붙잡는 것처럼요. 그렇게까지 비장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작가”라는 건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고.
하지만, 하지만 정말 그럴지 어떨지, 아직 확신이 없어요. 어떤 게 맞는 선택인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지금 해야 할 뿐인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어요.
진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험 끝나면 그동안 사서 읽은 작법서 전부 중고로 팔아버리고, 장편 연재작들 싹 다 지워버리고 단편만 남겨놓으려고 했어요. 장편 아이디어는 전부 다 썰풀이식으로 다 소비해버리고,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려고 했어요.
창작은 아주 가끔 TRPG 시나리오, TRPG 플레이하고 리플레이 소설만 쓰려고 했어요. 정말 못 버틸 정도로 금단증상이 오면 그때야 가끔 단편만 쓰는 정도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요.
근데 저런 말을 들어버리니까… 모르겠어요. 이젠 정말 모르겠어요. 솔직히 임용도 이번에 바로 붙을 거란 기대가 없어서, 이 어중간한 시간이 최소 1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요.
저는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 뭐가 되었든 빨리 번듯하게 돈을 벌어야 해요. 미래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 뭐라도 해야하는데, 무엇도 할 수가 없어요. 이것도 저것도 너무 늦어버린 거 같아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작가를 이야기하던 제게 교사를 권하던 아빠는, 제가 이런 꼴이 되기를 바라고 있던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