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치울 타이밍
안녕하세요, 유권조라고 합니다.
자유게시판에 무언가 적어 남기는 건 참 오래간만이어요.
뜬금없게도, 여러분은 비서 문제를 아시나요? 얄팍한 제 수준에 따르면 ‘언제 멈춰야 할까?’의 답을 요구하는 문제랍니다. 여러 모습의 변형이 있지만, 저는 부동산 버전으로 알게 되었는데요.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A. 당신은 100개의 집을 1개소씩 차례로 방문하여 매입 여부를 결정합니다.
B. 매입을 결정하면 이제 다른 집은 살 수 없습니다.
C. 매입을 포기하면 그 집은 곧장 다른 구매자가 매입합니다.
1번째 집을 고르자니, 99개 중에서 더 만족스러운 집이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신중하게 100개의 집을 다 따지다가는 100번째 집만 남게 되지요.
얕은 지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한 계산에 따르면 37번까지는 매입하지 않다가, 그 이후에 방문한 집이 개중 가장 만족스러우면 매입하는 게 현명한 모양입니다.
숫자와 친하지도 않으면서 이런 얘기를 한 것은 글쓰기, 특히 웹 연재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드는 때문인데요. 곧이곧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대강 아래와 같습니다. 다만, 기본적인 조건은 하나입니다.
A. 당신은 하루에 글을 n편씩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돈이 들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집을 매입하는 것과 같이 기회를 소비하는 투자 행위로 볼 수 있겠습니다. 판매금, 후원금, 관심 등을 이익으로 볼 수 있겠고요.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는 늘 적자를 보는 장사가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저는 스스로 밑지는 장사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들시들한 반응에도 처음 세운 기획을 굳게 지켜, 마침표를 찍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글쓰기에 쓸 수 있는 시간, 체력에는 한계가 있지만요. 손해 보는 투자에 익숙한 저는 매번 두 가지 질문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A. 지금이라도 때려치우고 새로운 걸 써야 하지 않을까?’
B. 계속 쓰다 보면 나중에라도 빛을 보지 않을까?
여러 번 졸속 완결을 출하하면서 저는 요 ‘때려치울 타이밍’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언제라도 번쩍이는 이야기를 빚고, 다른 사람이 한 글자를 적을 때 한 장을 적는 재주가 있다면 이런 관심도 시들했을 텐데요.
최근에 저는 한 주마다 새로운 연재를 열어 5편씩 공개하는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반응이 있으면 이어서 계속 쓰고 아니면 삭제하겠다는 공지와 함께요.
첫 다섯 편으로 당락을 정하는 건 쓸모가 없다 싶으면서도 때려치울 마음으로 20편을 쓸 자신이 없어 슬픕니다. 그리고 넷 중 둘이 아슬아슬 생존해 지금도 일주일에 다섯 편씩을 아슬아슬 게재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써도 번쩍이는 이야기는 제 손과 마음의 몫이 아닌 걸까요? 요즘 저는 어떻게든 많이 쓰는 연습과 도전을 하고 있어요. 속도와 품질, 건강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생산량은 얼마나 될까요?
약 두 달 동안 서로 다른 이야기 2개를 주 5일 연재로 쓰면서 사이사이 단편을 쓰고, 새 이야기를 구상하는 건 아슬아슬하게 가능한 모양입니다. 물론 제 마음 바깥에 집중하며 개발력을 다듬는 시간이 사라졌으니,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는 새로이 주 5일 연재를 추가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셋 중 하나는 여러분 마음에 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공장을 과열시키고 있어요.
주저리주저리 많이도 늘어놓은 이야기였습니다. 슬쩍 쓰고 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선사시대 한국을 배경으로 고증 1 + 진지함 3 + 주인공 구름 3 + 어쩌면 영지물 3 을 넣어 쓰고 있습니다. 매주 월~금 00:10 마다 1편씩 공개됩니다.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판타지 1 + 장난 9 을 넣어 쓰고 있습니다. 매주 월~금 06:10 마다 1편씩 공개됩니다.
여기 없는 세상을 배경으로 장난 1 + 동양풍 2 + 용사 2 + 성장 2 + 판타지 3 을 넣어 쓰고 있습니다. 매주 월~금 12:10 마다 1편씩 공개됩니다.
때려치운 이야기도 쓴 사람 마음에는 아직 안겨 있어 고생스럽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