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인과 머신
차를 타고 가다 문득 SF 설정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인과(원인 – 결과) 머신.
이 시스템은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항상 제공되는 막대한 데이터를 통해서요. CCTV 화상, 센서들이 수집하는 정보, 인터넷 SNS 피드 등등, 인간과 기계가 생산하는 모든 데이터들 말입니다. 거기에 더해 모든 개인의 유전 정보와 가계도도 가지고 있지요.
이 시스템의 목적은, 어떤 사고가 났을 때 그 원인을 제공한 개인들을 모두 찾아내고, 개인별 원인 제공도를 판별해서, 과금을 하는 것이지요.
업보 머신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처럼 아직 일어나지도 않는 사건을 예언하는 것은 아니고, 사고가 났을 때 그 원인 파악만 명확히 하는 거죠. 예측만으로 누군가(그것도 엄청 많은 수의 원인 제공자들을)를 미리 벌하는 것은 법적이나 인권 차원으로 문제가 될 테니.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차를 몰고 가는데, 길가에 정차해 있는 차의 도로쪽 문이 갑자기 열리고, 그 문을 피하려다 접촉 사고가 나는 겁니다. 그러면 1차 책임자는 문을 연 사람인데, 그 사람이 원래 부주의한 성격이었으므로 그 유전자를 제공한 부모가 책임자에 포함되고, 조부모도 (더 낮은 과금률로) 포함되고, 그 사람이 그날 따라 더 부주의했던 이유가 다니는 회사의 부장이 한 시간 전에 전화를 걸어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이라 그 부장도 책임자에 포함되고, 그 부장은 나름대로 갑의 비상식적인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갑의 경영자가 그 다음 책임자로… 이렇게 해서 수십 ~ 수백 명이 책임자에 포함되고, 책임의 비율대로 과금이 되는 것이지요.
소설로 쓴다면, 첫머리는 대강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뜹니다. ‘인과 머신: 317원이 과금되었습니다.’
“뭐, 왜?”
그러면서 상세 정보를 보면 주인공이 얼마 전에 어떤 일을 했는데 그게 원인이 되어… 그런 것이 쓰여 있는 거죠.
이런 머신이 있으면 사회가 좀더 잘 굴러가지 않을까? 억울한 사람들이 줄어들고, 보상도 충분히 많은 원인제공자들로부터 과금한 것으로 줄 수 있으니 좀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듭니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아 몰라요.
언젠가 저 자신이 단편 소설로 쓸 수도 있겠지만…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한 번 수다로 써 봅니다. (이미 이런 아이디어가 나와 있으려나요?) 좀더 재미있는 소설을 쓰려면 이 시스템의 약점 같은 걸 파고들어야겠지만… 음, 약점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소일장 재료가 될 수도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