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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 와중 훌륭한 작품을 발견하여 잠시 들러 추천하고 갑니다

분류: 작품추천, 글쓴이: 경계인 A, 17년 5월, 댓글6, 읽음: 164

 시대적 변혁과 그 급류에 휩쓸린 평범한 인간군상들. 그 속에 빚어지는 개개인의 비극 속에 담긴, 개인적 비극의 테두리를 넘어 내포된 사회적 비극의 함의. 으레 훌륭한 가상 소설이라면 시의적절한 밸런스로 담겨진 이러한 요소들이 바로 <우리의 소원은 전쟁>, <국가의 사생활>과 같은 가상 소설들에 ‘가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울림을 불어넣는 힘을 주고, 독자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로즈버드 작가의 <우리 마을>은 이러한 요소들을 북한 어느 농촌마을 아이의 눈을 통해 훌륭한 밸런스로 담아냈습니다. 전쟁통 속의 흉흉한 사회 분위기, 급작스런 체제 변혁 속의 혼란상, 학습된 증오의 대상과의 대면, 그리고 외계인과 다름없는 새 ‘교원’과의 대면. 이 모든 요소들을 적절한 장치로 활용하여 개연성 있고 울림 있는 이야기를 짰습니다.

 <우리 마을>의 가장 큰 장점은 서술의 현장감과 현실감에 있습니다. 글의 문체가 유려하거나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거친 문체가 <우리 마을>과 같은 소설의 경우에는, 삭막하고 살풍경한 분위기와 경직된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훌륭한 장점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새터민이 썼다고 해도 믿을 법한 훌륭한 사투리 고증 또한 몰입을 더하는 훌륭한 요소입니다. 더불어 무력 통일 직후의 혼란상을 소년의 눈을 통해 그려내는 <우리 마을>은, 훌륭한 심리묘사와 통찰을 보여주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듭니다.

 몇 안 되는 단점을 고르자면 정돈되지 못한 문단 정리가 되겠군요. 문단 정리가 가독성을 해치며 훌륭한 글이 비교적 난잡하게 보일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부제도 소재의 강조를 위해 단 것으로 보이나 개인적으로는 사족처럼 느껴집니다. 또, 호흡을 조금 더 길게 늘렸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류의 소설을 참 좋아합니다. 잘 쓰여진, 입맛 쌉싸름한 가상 소설을 보고 난 뒤에는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그 가상 소설의 힘의 근원은 속되게 말하자면 ‘그럴싸함’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을법한 일과 같은, 가상이란 차원의 문을 발로 차고 뛰쳐나올것만 같은 그 불안함이 가상 소설을 읽게 만드는 그 근원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가장 섬뜩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소재는 역시 언젠가는 도둑처럼 다가올 ‘통일’ 이겠지요. <우리 마을>은 이런 섬뜩한 현실감을 훌륭하게 담아냈습니다.

 비슷한 소재의 글을 쓰는 작가로써 저는 사투리와 북한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의 한계를 느끼고 거의 전적으로 ‘대한민국’ 시점에서 글을 서술하는 편인데, 훌륭한 현장감으로 ‘북한’ 시점에서 서술된 <우리 마을>은 꼭 한 번 읽어볼만 합니다. 읽고 난 뒤에는 쓰게 우린 우유 안 탄 홍차처럼 가슴이 간질거리며 입맛이 쌉쌀하거든요.

 로즈버드 작가님, 앞으로도 자주 뵙시다.

 

 

 

P.S. 부족한 글이나마 제 글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이 궁금해 하실까 말씀드리자면, 제 작품활동은 아마 6월 중순부터 다시 재개될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이고 그마저도 자주 올리지 못하지만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 항상 감사드리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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