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문학은 배고픈 것이다
분류: 수다, , 20년 11월, 댓글3, 읽음: 132
학창시절 문예 동아리였는데…
선생님께선 늘 ‘문학은 배고픈 것이다’라며 둥글레차 한 컵과 건빵 한 줌만을 간식으로 주셨습니다.
헝그리 정신 비슷한건가 아무튼 문학은 그런 것이라며 글 쓰는 동안에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게
만드셨습니다. 절실해야 진짜 문장이 나온다는 철학이셨던거겠죠… 당장 배부르고 등이 따셔서
만족스러운 감상으로는 인생의 쓴 맛을 노래한들 허풍이 아니겠냐는 것이죠…
정작 저는 선생님의 뜻에 따르기는 커녕 ‘문예부=배고픔’ 이 되버려서 시작 전에 밥 잔뜩 먹고
매점 가서 빵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러운 상태로 수업에 들어가서는
둥굴레차도 먹고 건빵도 다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놓곤 선생님 안 계실때는 성대모사 하면서
‘문학은 배터지는 것이다’ 이러고 돌아다녔었네요.
문예부장이랑 합심해서 ‘문학은 배부른 것이다’라면서 간식상자 열어서 부원들이랑 다 털어먹고
뒷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식으로 도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차피 간식비는 부원들이 만원씩 거둬서
채워놓은 거라서 가능했던 일이긴 하지만 ‘문학은 배고픈 것이라했거늘…’하는 표정으로 황당해하시던
선생님 표정이 떠오르네요.
문득 고등학생 시절 생각에 잠겨있다가 생각이 나서 뻘글 올려보았습니다.
먹고 사느라 글은 생각만큼 자주 쓰지는 못 하지만 조만간 차 한 잔과 건빵 한 줌만 들고
책상 앞에 앉아봐야겠습니다. 그러면 한 줄 써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