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웹소설 도전기(&웹소설에서 얻은 시사점^^)
안녕하세요.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그레이 드비입니다^^ 아시는 분들에겐, 오랜만이죠? (좀 더 일찍 돌아오려 했으나 다니던 회사 퇴사~재취업 사이에 좀 일이 많았답니다^^;;)
무작정 모 웹소설 공모전에 참여해보고 느낀 점을 웹소설에 대한 약간의 정보와 함께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브릿G 안에서도 관심은 있으나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웹소설이란? 문자적인 의미로만 본다면 웹(web)이란 공간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모든 소설이 웹소설이랄 수도 있겠지만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조금 다릅니다.
저의 첫 경험은 문피아라는 남성향 (주로 판타지, 현대판타지류가 많이 읽혀지는) 웹소설 사이트였는데요, 한 마디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 수준?이 떨어져 보이는데, 그 작품이 또 잘나간다더군요. 독자층이 많아 수익을 많이 내는 작품 중 하나였던 겁니다. 그 외에 조아라,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웹소설, 시리즈 등등 주로 웹소설을 서비스하는 사이트들이 있습니다.
그때 내 마음에 스며든 교만함. ‘이 정도면 나도 쓰겠다.’ 였는데요…
대차게 도전해 본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본선까지만 진출. 낙방이었습니다. 해당 공모전에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것들을 핑계 삼기 전에 냉정하게 돌아보면 그냥 제가 웹소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실력이 떨어졌던 겁니다.
1. 기존의 웹소설 작가는 ‘일부러’ 그렇게 쓴다.
-제가 수준이 낮아 보인다고 했는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다는 겁니다. 웹소설은 ‘스낵 컬쳐’라고 불린다고 해요.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출퇴근길에 가볍고 쉽게 휙휙 (주로 스마트폰으로) 넘겨보는, 가급적 독자들을 답답하게 하는 고구마 설정은 짧게, 시원시원하게 통쾌감을 주는 사이다 설정은 필수입니다. 회빙환이라고, 회귀,빙의,환생은 단골 클리셰로, 웹소설의 독자들은 온갖 클리셰로 범벅이 될지라도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 글, ‘대리만족’을 주는 글을 더 선호하며, 작품성이나 독창성을 굳이 논하지 않는다고 해요. 때문에 ctrl+c, ctrl+v라는 ‘양판소설’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엄청난 수의 웹소설들이 있지만 그것들도 소비가 되고 있고, 그 가운데 위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독창성을 확보한 명작들도 드문드문 출현하긴 한다고 합니다.
2. 하루 한편은 기본.
-최소 5천~5천5백자 정도의 연재분을 매일 한 편 이상씩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전략적으로 연참이라고 해서 하루 2, 3편씩을(독자들에게 더 잘 노출될 수 있도록 베스트~같은 분류에 진입하기 위해)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미리 써두는 비축분을 떠나) 매일 한편 이상씩을 꾸준히 쓸 수 있는 ‘글 쓰는 체력’이 필수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점 때문에 문장력이 다소 떨어지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장면들을 보게 되는데, 그마저도 독자들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해요. 순문학스러운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경악스러운 일이죠. 한 작품을 준비하는데 있어 개연성은 절대 무너져서는 안되는, 가장 긴 시간을 투입하기도 하는 요소인데, 웹소설에서는 정말 심각한 거 아니면 뭐 그런가 보다 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까요. (물론 너무 심하면 욕을 먹는다고도…^^;;)
같은 맥락에서 순문학 계통의 사람들은(제가 볼 때 브릿G에 올라오는 글의 80% 이상은 순문학스럽습니다. 단지 소재가 ‘장르소설’이라는 거죠) 글의 전체적인 완성도, 문장하나, 대사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반면 웹소설은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빠르게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예요.
3. 기존의 웹소설 시장은 포화? 브릿지안들이 노릴 수 있는 접점은?
-기존 순문학장르소설을 쓰던 분들이 웹소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몸에 밴 글 쓰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바로 안다고 하는데, ‘순문학 냄새가 난다’ 라는 식으로 반응한다는 거죠. 배경설명이나 대사가 조금만 길어져도 지루하다는 말이 나오고요. 작가 입장에서는 허탈합니다. 아니 이 정도도 못 참는단 말야? 싶고, 예전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엔 성 묘사 하나에만 2~3페이지를 할예했다구! 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네 맞습니다. 그거 ‘예전’ 스타일이예요. 요즘 순문학, 장르소설 쓰시는 분들이 그러죠. 진짜 많이 줄였다고. 그런데 웹소설 시장에 들어가려면 그보다 더 더 줄이셔야 합니다.
판타지, 현대판타지, 로맨스, 현대로맨스, 무협 등등의 웹소설 시장은 원래의 스타일을 제대로 덜어내고, 위에 언급한 웹소설의 특징들을 체득하지 않는 이상, 정말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결코 만만하지 않고 (일부러)수준 낮은 체 하는 시장이예요.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하고 왠만한 소재들은 포화된 경향도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은 독특한 접점을 찾는다면 다를 수 있다는 함의를 품고 있습니다만)
그나마 가장 장르소설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으면서도(물론 어느 정도 타협도 필요하겠지만) 웹소설화가 가능한 장르는 스릴러와 호러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웹소설계에서 흔하지 않은 장르이기도하고(식상하지 않고 색다르게 느껴지죠) 요즘 웹툰이나 유튜브 등의 멀티콘텐츠화 가능성도 높다고 봐요. (물론 전 무서운 걸 싫어하는 쫄보라 못씁니다 ㅋㅋ ^^;)
말이 너무 길어져서 정리하겠습니다.
이번 도전은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직장다니며 투잡처럼 도전하기엔 어렵다 싶어 자숙의 시간을 가질테지만… 꼭 웹소설이 아니어도 글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종이책도 물론 그 맛이 있지만 브릿G의 작품들도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으로 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분명 웹소설에서 배울 점이나 시사점이 있다고 봐요. (물론 이건 아니다 싶은 것도 많긴 하지만요 ^^;)
어줍잖은 경험담이지만 혹 관심있으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위축되는 요즘이지만… 모두 건강하시고 즐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