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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한국 공포 단편 이 나왔습니다

분류: 영화, 글쓴이: 랜돌프23, 20년 8월, 댓글13, 읽음: 182

<도시괴담>이라는 제목인데, 처음엔 <주온>처럼 일본 건 줄 알았는데, 한국 것이더라고요?

한국형 공포라… 한국형 공포는 접할 때마다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지금까지 실망한 졸작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ㅜㅜ <알 포인트>와 <장화, 홍련>과 <기담>은 한국 공포 영화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처참한 게 너무 많죠. 계절 맞춰 한철 장사 느낌으로 내는 것도 많고.

이번에 여름이기도 하고, 또 그런 게 나온 건가 싶었습니다.

근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뭐라고 할까… 공포를 대충 써먹겠다는 느낌은 안 들더라고요. 일본의 <토리하다(鳥肌)>나 <신미미부쿠로(新耳袋)>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한국인에게 친숙한 내용들을 다룬다는 것도 꽤나 신선했고요. 항상 미국 호러나 일본 호러만 보다가, 2020년에 현대 감성으로 제작된 한국 호러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꽤 좋았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너무 뚜렷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

1. 짧은 러닝타임

7분에서 길어야 1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은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호러라는 게 길게 끌고 나가면 대상에 대한 공포가 옅어지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렇지 않고 길게 잘 이끌어나가는 사람은 그야말로 능력자) 그래서 거창한 서사 없이, 인스턴트처럼 즐길 수 있는 ‘소재’에만 집중한 짧은 구조는 장점이라고 봤습니다.

2. 잔혹성

이 잔혹성 부분에서 일본의 <토리하다>나 <신미미부쿠로>를 떠올렸는데,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이 정도 수위의 표현이 나왔다는 것도 저는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잔인하기만 한 건 저도 안 좋아지만, 호러에서 적절한 잔혹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거든요. 사람마다 취향과 생각은 다 다르겠지만요 ㅎㅎ

3. 익숙함

이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배경도 한국이고 우리가 한 번쯤은 다 들어본 내용들을 다룬다는 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호러에서 광대가 아무리 나온다고 한들, 한국에는 생일파티에 광대를 섭외하는 문화는 없습니다. 일본 호러에서 신사가 나오고 타타리(祟り)를 맞는 내용도 마찬가지죠. 공포라는 것도 코미디와 마찬가지로 공유하는 문화권 내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불안과 사회문제의 결합체인데,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외국 호러를 현지인만큼이나 온전하게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익숙한 소재의 호러를 접할 수 있다는 건 좋았습니다. 그것도 <전설의 고향>에서 벗어나서 현대의 도시괴담을 다뤘다는 점도요.

 

<단점>

1. 진부함

익숙함이 장점이라고 했는데, 한편으로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짧은 러닝타임과 맞물려, 특별한 서사가 없다보니, 우리가 아는 ‘익숙함’에 ‘참신함’을 곁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소재를 구현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에 그치고 맙니다. 짧고 굵은 호러를 위해서는 익숙한 소재에 참신함을 곁들여서 ‘익숙함으로 시작해 충격으로 끝나는 전개’로 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쉽더라고요.

2. 어설픈 CG

잔혹성, 그로테스크를 살리려 한 건 좋게 봤지만, 뭔가 많이 어색합니다. CG 기술이 영상의 가치를 전부 정하는 건 아니지만, 몰입하고 현실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하는 호러에서는 좀 치명적이라고 봤습니다. 가짜라는 걸 인식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보게 되는 순간, 호러는 옅어져버리니까요.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8편 중에서 ‘생일’이 가장 괜찮았고, ‘장난’이 제일 별로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ㅎㅎ

짤막해서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하는 부담도 없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한번 봐보시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무더운 여름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랜돌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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