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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여름에 대비해 제 마음대로 추천하는 호러/오컬트 영화

분류: 영화, 글쓴이: 랜돌프23, 7월 9일, 댓글15, 읽음: 97

7월이 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주일 이상이 지나버렸네요.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뉴스에서는 올해 여름이 무지 무지 더울 거라고 벌써부터 겁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을 대비하는 김에 지금까지 본 공포영화나 오컬트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봤던 것들 목록을 공유하고, 한편으로는 저도 다른 분들께 추천을 받고자 이 게시물을 쓰게 되었습니다. 순서는 순위와 관계가 없으며, 최근에 본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뿐입니다.

1. 온다 (일본 공포 영화)

별 기대 안 하고 봤다가 예상 외의 완성도에 깜짝 놀란 영화입니다. 상당히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과 영상미가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고백>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이더군요. 호러/오컬트는 아니지만 <고백>이라는 영화도 한 번 봐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는 한 5번은 반복해서 본 것 같네요. 아무튼, 일본의 공포영화 전성시대였다는 <링>, <주온>, <착신아리>와 같이 귀신이 튀어나오고 말초적인 공포를 주려고 한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죄여오는 기괴한 분위기와 심리적인 불편함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공포영화에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는 시선도 더해져서 초자연적인 공포와 현실적인 공포가 겹쳐지고 씁쓸한 맛을 더해줍니다. 후반부에서 결말을 매듭짓는 부분이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죽어가던 일본 공포 영화에서 이런 보물을 건져낸 건 무척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영상이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편입니다. 그런 부분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2. 킬링 디어(미스터리 부조리극)

이건 호러라고 보기도 애매하고 오컬트라고 보기에도 미묘합니다. <더 랍스터>를 만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인데, 그 감독 특유의 기괴하고 아이러니하면서 섬뜩한 감각이 잘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어쩌면 조금 다른 종류의 호러를 지향하시는 분들께 영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이 영화랑 <더 랍스터>를 보면서 정말 이 감독의 영화처럼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터라…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앞에서 철저하게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 추천드립니다.

3. 공포의 침입자(아르헨티가 공포 영화)

전체적으로 잘 만든 공포 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초반부는 상당히 강렬하고 좋은 공포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기세가 영화 중후반부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좋았으련만… 뭔가 초반부에 다 보여주고 중후반부에는 그러지 못 한 것 같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전부 봐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초반 7분 분량만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4. 제인 도(영국 공포 영화)

부검과 공포를 섞은 꽤나 신선한 접근의 영화입니다. 일종의 추리 및 스릴러의 느낌도 있고요. 영화를 쭉 따라가면서 도대체 뭘까, 도대체 뭘까 하는 느낌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소재의 영화는 어째서인지 중후반부에서 힘이 빠지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초반부에 드러내는 신선함과 노련함이 점점 옅어지는 게 무척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공포 마니아라면 한 번 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후반부를 이렇게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소재가 무척 탐나거든요.

5. 버드박스(미국 코스믹호러 기반 영화)

저항할 수 없는 미지의 공포에 대한 연출이 탁월한 영화입니다. 시나리오의 좋고 나쁨을 별개로 말이죠. 과거와 현재의 교차 서술도 상당히 흥미롭고, 도대체 무슨 일이 닥친 것이고 무엇이 위협인지 알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막막함과 무기력함, 공포와 절망을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중후반부는 약간 좀비영화와 같은 기시감이 들게 되는 전개가… 엄청 잘 만든 영화다 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이런 미지의 공포, 코스믹 호러에 가까운 공포를 다룬 영화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정도로 연출한 영화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라 예상됩니다. 특히 진상이 안 밝혀지면 답답해서 죽어버릴 것 같다는 분들에겐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좀 힘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6. 더 위치(미국 공포 영화)

찾아보니 단순히 미국 한 국가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브라질 등… 여러 나라가 합작한 작품인가 보네요?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고… 이것도 꽤나 흥미로운 공포영화입니다. 대놓고 귀신이나 악마, 그리고 제목대로 마녀가 나오지 않지만, ‘인간’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인간의 광신과 맹신’이 주는 공포를 드러냅니다. 결국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신을 믿고 따르고자 했던 인간이 얼마나 악마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스펙타클하고 전율이 이는 클라이맥스를 생각하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이 영화, 호흡이 상당히 느립니다. 아주 서서히 분위기로 옥죄어옵니다. 1600년대 미국을 정교하게 구현해낸 배경에 음울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얹어져서, 느리게 진행이되다가 마지막에 결국은 예상했던 일이 일어나면서 빵하고 터뜨리기보다는 뒤돌아보니 파국으로 치닫고말았구나 하는 감상을 남깁니다.

어떤 종류의 공포를 좋아하시냐에 따라 이 영화는 ‘우와, 대박이다’ 이거나 ‘이게 공포야?’라는 극단적인 반응으로 나뉘지 않을까 싶습니다.

7. 그레이브 인카운터(캐나다 공포 영화)

전 이 영화 굉장히 좋게 봤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심령스팟 호러라는 소재에 벗어나지 않고 그냥 직진만 하는 전개가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봤을 때는 ‘호러’라고 해놓고 결국엔 끝에 가서 ‘사실 얘도 사연이 있었어’라며 울거나 이상한 퇴마액션을 찍는 한국 공포 영화에 질려있었던 터라, 이렇게 담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공포영화가 더 좋게 보였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든가 파운드 푸티지라든가 그런 게 많이 나왔으니, 이 영화 자체가 그렇게 신선하지도 않고 또 내용 전개가 흥미진진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옆길로 새지 않고 정도를 가는 공포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 추천드립니다. 다만 카메라를 설치해 찍은 영상(파라노말 액티비티처럼)이라든가 손으로 들고 뛰는 영상(클로버필드처럼)을 이어붙인 형식을 싫어하신다면 추천드리진 않습니다.

8. 살인병동(캐나다/미국 코스믹호러 영화)

원제는 the Void인데, 번역은 왜 이렇게 비디오 대여 가게에 꽂혀있을 법한 제목이 된 거지?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버드박스>처럼 코스믹호러의 분위기 풀풀 풍기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러브크래프트 소설 분위기를 띱니다. 그래서 러브크래프트가 쓴 코스믹호러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의 광신도 몇 명 끼얹은 잔혹하며 기괴한 전개가 반갑게 느껴지실 거라 생각합니다. 후반부가 좀 많이 아쉽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충실하게 분위기를 연출해주다니, 고퀄리티에 예산 많이 들어간 영화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보면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네요. 참고로 저는 특이취향으로 후반부의 전개는 아쉬웠을지언정 결말 자체는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반부를 더 보완해서 리메이크를 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나름 아끼는 영화입니다.

9. 사바하(한국 오컬트 영화)

여름만 되면 한철 장사라는 식으로 저질 공포영화를 쏟아내던 한국에서 이런 오컬트 영화가 나오다니, 감동 먹어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불교적 세계관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버무려서 이런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다니, 서양에서 만든 퇴마영화에 조금 질려가던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주었습니다. 상영시간에 비해 처리하려는 이야기의 양이 좀 버거웠다는 느낌이 살짝 들긴 했지만, 그래도 자체적으로 충분히 매력을 가지고 있는, 서사가 있는 오컬트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상징이 전부가 아니고, 상징찾기 놀이에 지치신 분도 많으시겠지만(특히 <조커> 개봉 후에 유튜브에 쏟아지던 상징 찾기 영상들…), 오컬트는 또 상징이 생명인 만큼, 이 영화는 곳곳에 배치된 요소들을 음미해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초자연적 현상이나 비범한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인간의 ‘믿음’의 형태 자체에 초점을 맞춘 주제의식도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장재현 감독이 앞으로 어떤 오컬트 영화를 또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10. 루인스(미국/독일/호주 공포 영화)

잘 만든 수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공포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에게는 내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적당히 무난한 공포영화입니다. 적당히 갑갑하고 멍청한 인물들, 꼭 나오는 부상자, 꽤나 잔인한 부상 치료, 극한의 상황에 정신이 뒤집힌 인물, 그리고 실수로 아군 죽이기까지… 무엇하나 빼먹지 않는, 예상하고 기대한 만큼을 보여주는 공포영화입니다. 참고로 이거 원작 소설이 있길래 읽어봤는데, 음… 영화가 낫습니다. 원작소설은 읽으면서 공포보다는 인물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를 더 많이 느끼게 되는데… 여성 캐릭터들을 도대체 왜 그렇게 묘사한 건지 납득이 잘 안 됩니다. 아무튼 영화는 그런 원작의 스토리를 가지고 무난한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공포 영화라고 해야 할까. 킬링타임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소재가 너무 매력적…

11. 유전(미국 공포/오컬트 영화)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 했던 공포영화입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걸 영화관에서 못 본 게 한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작부터 결말까지 정교하게 모든 게 계획되고 구축되어있는 상태에서, 마치 화약통을 하나씩 쌓아가듯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인물들의 감정선, 힌트인 듯 아닌 듯 기이한 상징과 요소들을 더해가다가, 후반부에 그 모든 걸 합쳐서 뻥하고 터뜨립니다. 이 영화는 정말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기이하고 수상쩍은 분위기, 충격적인 의식의 형태, 옥죄어오는 불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습니다. 단점이라면 조금 난해하고 관객이 알아서 머릿속에서 연결하고 짜맞춰야 하는 퍼즐조각이 좀 많다는 거? 머리 비우고 가볍게 공포만 느끼려고 보려고 했다가는 ‘이게 대체 뭔 내용이야?’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12. 괴물(the Thing, 1982) (미국 공포 영화)

원래 제목은 the Thing이고 1982년 작품입니다. 이거 2011년에 나온 속편이 있는데, 걘 제목이 the Thing을 그대로 읽은 ‘더 씽’일 겁니다.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제가 말하는 건 1982년에 나온 영화입니다.

연도가 연도인 만큼, 특수효과도 분장도 티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픽이 아닌 분장으로 이루어진 덕에 더욱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하고 끔찍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조잡함을 사랑합니다 ㅋㅋㅋ)  아주 멋진 영화입니다. 괴물의 디자인은 물론이고, ‘괴물의 습격’이라는 물리적인 위협에서 오는 공포 뿐만 아니라 누가 적군이고 아군인지 알 수 없다는, ‘인간 사이에 피어나는 의심’에서 비롯되는 심리적인 공포가 끼얹어져,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극한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단순히 괴물에게 인간이 물리적으로 쫓기며 도륙나는 내용이기만 했거나, 괴물에 대항해 인간들이 똘똘 뭉쳐 맞서싸우는 것이었으면 이렇게 좋게 평가되진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위협이 어우러져서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고,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으며, 무엇과 싸우고 있는 건지 감도 잘 오지 않는 미지가 적절하게 잘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공포영화를 무척 좋아하시는 분들께 <캐빈 인 더 우즈>를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추천드리지 않더라도 이미 본 분이 많으실 것 같지만ㅋㅋㅋ

13. 캐빈 인 더 우즈(미국 공포 코미디 코스믹호러 영화)

사실 이건 공포…가 아니라, 공포 영화 자체를 소재로 한 패러디이자 코미디라 생각됩니다.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열심히 이용하고 비트는데, 보면서 정말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르겠네요. 자세하게 설명하면 재미가 많이 반감될 만한 영화이므로 길게 설명은 안 하겠습니다. 공포영화 많이 본 사람이라면 알 만한 요소들과, 또 좋아할 장면과 연출들이 가득 담긴 영화입니다. 결말은 특히 완★벽하죠.

 

다른 분들은 어떤 공포/오컬트 영화를 인상 깊게 보셨나요? 추천하고 싶은 영화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공포영화를 찾아헤매고 있는 터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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