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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쓰카 에이지 작법서를 보고 헐리웃 식 글쓰기를 고민해 봤습니다.

글쓴이: ZETA, 17년 4월, 댓글25, 읽음: 163

‘오쓰카 에이지’의 작법서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책을 썼죠.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

<스토리 메이커>를 보면 왜 그가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말했는지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고정된 플롯을 활용하거든요. 그런데 이 플롯이라는 게 그리 특별할 건 없는 게(건방지긴 하지만 솔직히 문학 전공자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신화/전설/민담의 공통 플롯을 21단계로 정리한 것입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러시아 구조주의 문학자들이 정립한 이론을 채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오쓰카는 작법서 중간중간 헐리웃에서 이런 이야기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곤 하죠. 그리고 몇 가지 영화를 실제로 분석해서 증명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기 작품이 영화화 되면서 헐리웃 제작사와 작업한 경험도 아주 조금씩 설명해 주는데, 아주 다양한 작가들이 작업 단계 별로 포진해 있더군요.

사실 헐리웃에서는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처음부터 작가가 모든 걸 책임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기획 단계, 이야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굉장히 많은 작가들이 달라 붙어서 작업을 하고, 각색 과정에도 또 여러 명의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요.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구조적으로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초고-각색-탈고 등의 과정이 일정한 틀 안에 있는 거죠. (언제까지나 제 가설입니다.)

우리나라는 한 명의 작가가 모든 걸 책임지고 그 밑에 있는 보조 작가들이 자료 조사나 쪽 대본 등을 쓰는 정도로 운영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과연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소설이나 웹툰은 아예 1인이 모든 걸 책임지는 경우가 부지기수고요. 요샌 드라마를 사전 기획 하에 제작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중파는 아직 멀었죠.

그래서 고민해 봤습니다. 오쓰카 에이지의 말대로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면, 함께 소설을 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역할 분담이 큰 걸림돌이겠지만, 작가들이 팀으로 함께 쓰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소설 뿐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요새 제가 작업하는 과정을 조금 단계별로 나누어서 메뉴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편 하나를 기획하고 있는데, 아마 7월이나 8월 쯤에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이 끝나면 시나리오나 웹툰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작가님들과 협업을 해보는 건 어떨까,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음…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사실 글을 혼자 쓰는 건 참 외로운 작업인 동시에 비효율적인 작업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전 거의 전업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라, 이야기로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제 고민은 오직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쉽고 빨리 만들어서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을까?’ 뿐이죠. ㅋㅋㅋ

브릿G에 글을 올리는 작가님들은 트렌드에 밝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의미보다는 재미에 무게중심을 두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사실 순문학을 쓰시는 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지만, 브릿G에 글을 쓰는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남겨 봅니다. 나중에 오프라인에서 자리가 마련이 되면 본격적으로 함께 사업(?) 이야기를 나눠 보았음 좋겠네요. ㅋㅋ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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