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웃었다.
점심으로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육식은 좋은 것이다. 남의 생명을 강탈해 먹는 잔인한 육체에 강인한 정신이 깃든다. 그것이 K의 평소 지론이었다.
K의 두 자식들 또한 그 지론에 감화되어 이가 날 적부터 육식인간의 면모가 뚜렷했다. 옆에서 열심히 상추없이 삼겹살을 먹는 M도 이미 결혼 초부터 K에게 감화되어 고기고기고기 상태였다. 이 모든 것은 K의 계획대로였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K는 남다른 취미를 하나 갖고 있었다. 어디 보일 수 없는 취미다. 어쩌다 K의 취미를 알아낸 사람들 대부분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 어떻게 그런 걸 쓰세요? 상상도 못했어요!”
뭐! 왜! 글마저 배나온 중년 탈모 괴담 밀리터리 매니아의 면모를 드러낼 필요는 없잖아!
결국 K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직업 탓이기도 했다.
K는 흔한 곳에서 일한다. 얼마나 흔하냐면, 평소 입버릇대로 휴일에 직장이 폭파되어도 백수가 되지 않을 곳이다. K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K가 부르는 사람들은 K의 부름에 대부분 괴로움을 느꼈다. 뭐지? 왜 전화했지? K가 부리는 사람들은 눈 앞에선 K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었으나, 호시탐탐 전복을 꾀했다. 그렇다- 전복.
가끔 뉴스에 나오기도 하며, 사람들이 고마움과 존경심을 갖기도 하지만 욕과 뒷말도 듣는 퀴퀴한 직업.
역시 오늘 직장이 폭파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K는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취미생활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K의 근육근육 속 섬세한 위장을 자극했다.
비죽이 웃는 K를 보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던 M이 물었다.
“뭐 재밌는 얘기 있어? 왜 웃어?”
“어, 아냐. 별 일 아냐.”
진정한 경상도 출신은 길게 말하는 거 아니다. 그 생각을 하면서 K는 웃었다.
내가 감춘 게 그것뿐만인 줄 아는가!
기다려, 곧 쪽지를 보내주지. 아주 재미있을 거야. 삶은 길고, 항상 좋은 것이지.
K는, 정말이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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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입니다. 쪽지 안 보내니 안심하시죠! 제가 작가계정 숨기는 이유 중 하나는 직장에서 영업한 분들이 몇 가입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ㅋㅋㅋㅋㅜㅜㅜㅜㅜ 내 생산품의 장르를 들키고 싶지 않다 OTL 밀덕에 괴담 매니아라 해서 그런 걸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눈에 안 차서 못 써요! ㅜㅜ
감사합니다(?!?!?) 모님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