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호의와 취향

분류: 수다, 글쓴이: 보네토, 17년 4월, 댓글21, 읽음: 128

작품이 취향일 때, 창작자를 생각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창작자에게 호의를 갖게 되는 거죠. 안 흔할 것 같은데 은근히 흔합니다. 존잘님, 내 인생의 장르님! 하면서 팬싸인회 같은 데 나갔다가 혼자 실망하고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사춘기에만 가능할 것 같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왕왕 반복하게 되죠. 연예인들에게도 비슷한 걸 느낄 때가 있잖습니까. 배역에 대한 애정을 본인에 대한 애정으로 착각하게 되거나, 배역에 대한 분노를 본인에 대한 분노로 착각하게 될 때.

반대의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을 때,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을 때, 사고와 사상이 바를 것 같을 때, 그 사람이 일궈낸 세상이 어떨지 궁금해지는 거죠. 사실 이러이러한데, 봐 줄래? 어, 그래. 그 다음의 고통이 있습니다. …넌 취향인데 네 창작품은 취향이 아니야. 하지만 난 네게 그런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다음 번 작품이 들어오고 다음 번 작품이 들어옵니다. 오 신이시여, 제 시간은 한정적이라니까요? 싶어지는 거죠. 친분 그게 뭐랍니까. 취향 아니라고 밝히면 서먹해질 관계지만 내가 지금 이 친근함을 유지하고 싶은데. 상황에서 고개를 돌려 외면합니다. 서운할 걸 아는데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고개만 돌립니다. 심적 고통이 위장의 고통이 돼요. 어따, 과격한 외면에 안 어울리는 섬세한 내장 자식 같으니.

 

그래서 브릿G에서 활동명과 작가명이 분리되어 있고, 서로 간섭이 적으며, 작가 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쾌재를 불렀습니다.

저는 제게 오는 호의가 제 세계에 대한 호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거 서로 부담스럽잖습니까. 굳이 꽁꽁 숨기진 않는데, 대놓고 말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사람은 놀기 좋은데 작품은 나랑 조금… 서로 그걸 알면 서로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저만 그런가 OTL 아는 분 글인데 손이 안 가요! 으어어 그 서먹함……

그래서 저 인간 작가명! 하시면 움찔합니다. 알면 슬플 것 같아서요. 그래도 종종 구독 목록에 아는(?) 이름들 보이고 그러면 반갑습니다.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거죠. 스물이 넘고 서른이 넘고 마흔 다 되어가도 사람이 이렇게 간사합니다. 환갑 넘어도 여전히 간사함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인가?

글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먹으면 되나? 벚꽃 엔딩 부르며 트위스트 추겠습니다(!?)

 

+ 그리고 점심 먹고 이 글 발견하면 아 난 또 뭘 싸지른건가?! 하고 고통스러워지겠죠. 아 섬세한 내장 자식, 수양을 하자 수양을.

보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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