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 수상작
- 비평상 : 장편소설 『아리우스 전기』(양수종), 장편소설 『프리즘』(이숙진), 장편소설 『프린세스 조슈아』(장진우)
- 성실상 : 장편소설 『삼국 사신기』(한연환)
- 단편상 : 단편소설 「할머니 나무」(최현숙)
- 중편상 : 해당 작품 없음
- 독자활동상 : 김희선
- 이미지상 : 『삼국 사신기』의 캐릭터(박현정)
- 완결상: 프리즘(이숙진), 프린세스 조슈아(장진우), 신군주론(최순옥), 환생기(김유나), 영웅(박상완), 영혼의 물고기(김유정), 정령왕 이프가르드(홍경표), RHR(엄태희), 포게인 헤겔레시스(신세진), 약속의 땅(이도경), 타냐이드(최지훈), 타락 천황(박진아), 음유시인 이야기(장상호), 분노의 환영(정경수), 용의 아이(최혜정), 다운델리 미(美)(이대원), 크리스(최경아), 아름다운 세상(유경), TM(조해근), 리버스(박든든나름) 이상 20명
본심 심사평 (김성곤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환상소설은 환상 속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현실의 반영과 비판이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투철한 현실인식과 진지한 주제의식이 있어야지환상 그 자체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선작인 『영혼의 물고기』는 우선 현실인식과 주제의식이 명료했고적절한 상징과 복합서사 같은 문학적 장치들이 돋보여서 주목을 끌었다. 예컨대 이 소설은 생명의 근원이자 죽음의 은유이기도 한 ‘물’의 모티프를 통해 현대인의 각박하고 메마른 삶을 비판하고우리가 상실한 유연하고 따뜻한 ‘영혼과 인간성’의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자에 대한 편견 극복’이라는 현대적 주제도 잘 부각시키고 있다. 또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는 식의 내러티브 방식그리고 그 기나긴 이야기가 어쩌면 꿈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설정 역시 이 작품에 설득력과 세련미를 더해 주었다.
비록 방대한 분량에 비해 사건 전개가 다소 단조로운 감은 있지만드물게 보는 문학적 격조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그래서 환상소설에 대한 일반의 편견을 극복하고 환상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혼의 물고기』를 당선작으로 뽑기로 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수준 높은 환상문학이 뿌리내리게 되기를 바란다.
본심 심사평 (이영도 작가)
글은 인간을 담는다. 그것이 어떤 글이든 글은 인간에 의해 씌어져 인간에게 읽히는인간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황금드래곤 문학상에 응모된 많은 글들을 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인간을 위해 씌어지지 않고,글이라는 하나의 유기체 자신에게만 봉사하는 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글이 하나의 건축물이라면 그 글의 재료들(소재, 주제, 문체 등등)을 서로 엉기어 건축물로서 서 있게 해주는 모르타르는 언제나 인간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소재, 향기로운 주제, 기발한 문체는 많이 보였지만 그것들을 얽어 매어주는 인간을 발견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영혼의 물고기』 또한 그 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글이 이어지기 위해서, 윗줄에서 아랫줄로 넘어가기 위해서 작가는 간혹 인간이 아닌 ‘글 자체’를 동원한다. 가장 짓궂게 말하자면, 『영혼의 물고기』는 전투, 아이템 획득, 이벤트 해결, 전투, 아이템 획득, 이벤트 해결로 이어지는 게임 시나리오와 흡사하다(가끔 중간 보스 등도 보인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부분에서까지 대립, 전투로 처리하는 작가의 과감성은 심사자를 당혹하게 한다(여담이지만 이러한 전개 방식과 <마녀>와 <마녀의 기사>라 할 수 있는 시논의 모습 등을 보고 있으면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VIII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물고기』에는 작가의 인간 해석,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애정 등이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 외쳐지고 있지는 않지만 글 내부를 면면히 관류하고 있는 것은 인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다. 그리고 글 자체로만 보더라도 『영혼의 물고기』는 다채로운 문학적 기술들로 좋은 결실들을 보여준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만 들어보자면 곳곳에서 드러나는 재미있는 알레고리의 모습이다. (알레고리는 판타지가 현실에 개입하고 현실을 묘파하고자 할 때 가장 강력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법 중 하나이다.) 유리스, 물, 선악과 이브, 원죄, 실낙원, 불멸성의 상실 등의 알레고리는 퍽 인상적이다.
작가가 끝까지 잃지 않고 있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상당히 숙련되어 있는 ‘글의 기술’을 놓고 볼 때, 심사자는 별다른 주저 없이 이 글을 최고로 꼽는다. 그리고 더 아름다운 글로 다시 만나게 될 작가를 지금부터 기다리게 된다.
본심 심사평 (서영채 문학평론가)
본심에서 논의된 작품은 『프린세스 조슈아』,『프리즘』,『영혼의 물고기』 셋이었다. 당선작은 어렵지 않게 『영혼의 물고기』로 결정되었다.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상대 우위를 보인 몇 가지 미덕 때문이라 할 것인데,그 중에서도 문제 의식의 무게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판타지 문학은, 서브 장르의 맥락에서 볼 때 무협지의 대안이다. 따라서 한 단계의 도약을 꿈꾸는 판타지라면, 어떻게 무협지적인 문법으로부터 벗어날 것인가, 곧 선악의 절대적 대립구도라든지, 드라마만을 강조하는 갈등 중심성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영혼의 물고기』는 죽음과 불멸이라는 묵직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냄으로써 서사적 담론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그럼으로써 판타지가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무협지적 구도의 상투성과, 서사의 설정 자체가 지니고 있는 어색함 등의 결함을 현저하게 부차화시키고 있다. 요컨대 진지한 문제 의식을 포착해 냄으로써 단순히 갈등만이 아니라 의미를 문제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영혼의 물고기를 돋보이게 만든 가장 큰 미덕이거니와, 나아가서는 판타지가 장르 자체의 자기 고양을 향해 나아갈 때도 하나의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