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소개해 드리는 브릿G 토크, 이번에는 특별히 두 분의 작가님과 함께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크로스 토크’를 선보입니다!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각각의 개인 작품집을 출간하신 『밤을 달려 온』
연여름 작가님, 『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의
장아미 작가님을 한자리에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싶었는데요(이때까지는 거의 망상 수준의 발상..), 최근 단편집이 각각 출간되었다는 것 외에도 작가님들의 글을 그간 브릿G 안팎에서 꾸준히 접해 오면서 두 작가님이 ‘비슷하고도 다른’ 지점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작가님들 모두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브릿G 매거진 최초의 ‘대면 크로스 토크’가 성사되었는데요,(서면으로는 이연인X한켠 작가님과 크로스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지요.) 작가님들과 편집부 3인방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 결정된 위치인 홍대 부근에서 작품 안팎과 근황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나누었더랬습니다.
두 단편집을 편집한 개구리안경 편집자와 더불어 막내 사원 민송규 편집자, 브릿G팀(1인)까지 이렇게 우르르 몰려간 다소 부담스러운(?) 현장에서도 연여름 작가님과 장아미 작가님 모두 친근하게 이야기 전해 주셨는데요, 덕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배경과 맥락까지도 접하게 되어 무척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크로스 토크 형식이다 보니 만남에 앞서 서로의 단편집을 읽는 시간도 필요했을 텐데요, 이날의 인터뷰는 물론 여러모로 시간을 들여 함께해 주신 두 작가님의 노고와 마음 씀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현장에서 저희가 전해 들은 이야기를 최대한 생생하게 전해 보고자 노력했으니까요, 즐거이 읽어 주시고 마지막에 소개해 드리는 작품 구독&작가님들의 최애 간식 증정 이벤트도 놓치지 말아 주세요! 
Q. 이렇게 두 작가님을 모시고 한자리에서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인데요,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실 테지만 매거진을 보실 브릿G 회원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려 봅니다.
🌗연여름 SF와 판타지 등 장르 소설을 쓰는 연여름입니다.
『밤을 달려 온』은 두 번째 소설집이고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에요.
🔥장아미 저는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장아미라고 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제가 브릿G에 처음 가입했을 때 자기소개에 이렇게 썼던 것 같아요. ‘친절하지는 않아도 물지 않아요.’ 다만 지금이라면 이렇게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절하지만 종종 무는 소설을 씁니다.’

Q. 처음엔 이렇게 늘 뻔한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웃음) 두 분 모두 브릿G를 어떻게 처음 알고 글을 올리시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장아미 단편인 「비님이여 오시어」가 제 작가 경력의 시작이었는데요, 그 단편으로 제1회 테이스티 문학상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쯤 뒤인 2017년도 초에 황금가지 편집주간님께서 황금가지에서 온라인 소설 플랫폼을 만든다는 이메일을 보내셨어요. 그때 당시에도 습작을 쓰고 있었는데 어딘가에 공개하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장르 소설 플랫폼이라고 하셔서 기대를 품고 가입했는데, 정말 너무 재밌어서 그렇게 브릿G 고인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Q. 오…… 어떤 점이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셨을까요.
🔥장아미 일단 저는 제 글이 섬처럼 혼자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글을 쓰시는 분 브릿G에 의외로 되게 많더라고요.
Q. 그쵸, 많다기보다는 약간 몰려 있는 느낌이지만요. (웃음)
🔥장아미 그래서 놀랐어요. 브릿G 초창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정말 한국에도 희한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구나, 나는 별로 희한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연여름 저는 2020년에 ‘미씽아카이브’라는 독립 출판사에서 진행한 나비와 소녀를 주제로 한 단편 소설집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담당 편집자셨던 송한별 작가님께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일곱 개 정도의 작품을 브릿G에 대표로 올려 주셨고, 그 링크를 따라 들어간 게 첫 번째 만남이었어요.
Q.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글을 계속 올려 주셨는데요.
🌗연여름 저는 원래 시나리오를 써서인지 일반 독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글을 쓸 일이 드물었는데, 브릿G는 왠지 첫인상이 편안해서 계속 머물게 되었어요.
Q. 그렇게 처음에 다소 편한 마음으로 습작을 올리셨을 때와 지금은 아무래도 달라진 부분이 있겠지요?
🔥장아미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자신과 대화하면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습작일 때는 작품 바깥의 시선을 몰랐다면, 글을 점점 더 쓰면서는 작품 밖의 나와 대화하게 됐어요.
브릿G 자유게시판에 한 작가님께서 글을 쓸 때 적적하다고 올려 주신 글을 봤는데요, 저도 외롭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외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책이라는 게 출판물로서 인쇄되는 시점에 딱 고정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책의 운명과 작가의 운명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책이 혼자 꾸려가는 자기만의 세계가 따로 있는 것 같고, 그런 것들을 깨닫게 되면서 저 자신을 더 잘 알게 된 부분도 있어요.
🌗연여름 처음에는 ‘그냥 뭐 몇 분이라도 읽어 주시면 좋지’라는 마음으로 들어갔었다면, 이제 발표작이 하나둘 늘어나고 나서는 일종의 자기 검열이나 저 자신을 돌아보는 물리적인 시간 같은 비중이 커진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외부에 비춰지는 모습도 신경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연여름 그렇죠. 그래서 퇴고나 교정에 확실히 시간이 점점 더 많이 들어가게 되고요.
🔥장아미 맞아요. 그리고 ‘왜 같은 걸 계속 쓰고 있지?’라는 자각이 들기도 하잖아요. 어떤 면에서는 그게 모여서 하나의 세계가 되니까 괜찮기도 한데, 사실은 되게 다른 걸 쓰고 싶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가끔 제가 절대 안 쓸 것 같은 것들을 조합해서 글에 넣기도 해요. 가능한 한 멀리 돌아가는 길을 상상하는 거죠.
Q.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장아미 「꽃불」 같은 경우 처음에는 주인공인 ‘희’를 여성으로 설정했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여성 캐릭터에 익숙한 편이니까 조금 편안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왠지 잘 안 맞는 것 같은 거예요.
반면 피리 악공 캐릭터는 여성인 게 너무 분명했으니까요, 왕비도 마찬가지고요. 희를 남성으로 바꿈으로써 그 대립감이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직접적인 예시는 아닌 것 같지만요. (웃음)
Q. ‘희’가 소년이라는 점은 정말 신선했던 것 같아요. 저(편집자3)는 처음에 당연히 희를 여자로 상정하고 읽었거든요. 어쨌든 변화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다른 작가님들도 마찬가지지만 청탁 등으로 계획적인 작품 활동을 하시다 보니 예전처럼 플랫폼에 먼저 작품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일은 드물어지긴 하는 것 같아요.

Q. 지금까지와는 다른 글을 쓰고 싶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두 분 글을 보면 닮은 점도 있지만 전개 방식 자체나 뉘앙스는 또 확연히 다른 부분도 많다고 느껴지거든요. 만약 서로의 작품을 바꿔 쓰거나, 이어서 쓸 수 있다면 써 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연여름 저는 「붉은 돛」이랑 「인형들」 사이에서 좀 고민을 했는데요. 최종적으로 「붉은 돛」을 골랐는데, 문영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이 백일홍 설화를 모티브로 한 건데, 문영은 설화와는 달리 꽃이 아니라 이무기가 되어 버리잖아요.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었고 결말도 멋졌어요. 또 문영이 계속 어딘가로 떠나잖아요. 자기가 살던 산골을 떠나 바닷마을로 가고, 또 거기서 바다로 다시 나가고…… 그렇게 스스로 길을 내는 인물 자체가 굉장히 압도적으로 느껴져서 그 초월감이 되게 좋더라고요.
제가 그걸 이어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인물을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아미 저는 「스왈로우 탐정 사무소 사건 보고서」요. 이 작품이 엄지공주 동화를 SF로 재해석한 작품인데, 저도 옛날이야기를 재해석하는 방식과 여성 주인공 서사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연여름 작가님께서는 마야를 먼 행성으로 보내셨는데, 저는 이야기의 배경을 아주 작게 좁혀서 하나의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쓰고 싶어요. 마야가 캐릭터의 특성상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서도 자취를 감출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가택신으로 설정해서 나오게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부엌 신이 마야를 납치해서 숨긴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 집 안 곳곳을 탐험하는 이야기로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완전 장아미 작가님 스타일로 해석해 주셨네요.
🌗연여름 저도 진짜 생각도 못 해 봤는데, 너무 재밌는 아이디어 같아요.
Q. 여기서 서로 허락해 주시면 바꿔서 써 보시는 걸로. (웃음) 그동안 작가님들께선 브릿G에서 댓글로 교류하기도 하셨고 (저희는 여기 와서 알았지만) 한 번 직접 만나기도 하셨었는데, 서로의 글 중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된 작품이 있었나요? 두 분이 느낀 서로의 첫인상이 궁금해요.
🌗연여름 저는 장아미 작가님의 장편 소설 『오직 달님만이』를 가장 먼저 읽었어요.
제가 그전에는 한국의 옛것이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 작품을 시작으로 작가님의 다른 단편들도 읽으면서 장아미 작가님만이 쓰실 수 있는 한국형 판타지의 영역이 있다는 걸 그때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스타일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져서 공감대보다는 차이점이라는 매력을 발견했던 것 같고요.
또 작가님은 현재 진행형이든 망한 사랑이든 로맨스를 굉장히 맛깔나게 쓰시더라고요.
Q. (일동 공감하며) 맞아요, 맞아요. 정말 로맨스를 잘 쓰시죠.
🔥장아미 저는 연여름 작가님 작품 중 제일 먼저 읽었던 글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SF어워드나 한낙원과학소설상 등에서 수상하기도 하셨고 또 시(詩)도 쓰셨던 것 같아서 되게 다양한 장르를 쓰신다는 인상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한 명의 작가가 작가인 동시에 편집자, 비평가, 독자와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작가님은 작가적인 면모가 좀 더 크고 또 다른 작가님은 비평가적인 면모가 커 보이는데, 연여름 작가님은 그 네 가지의 조화가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약간 육각형 인간처럼요. (웃음)
Q. 구성적으로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이번 연여름 작가님 단편집 작품들 읽으면서 복선 수거력이 대단하단 생각을 했거든요. (웃음) 장아미 작가님은 비평가적 면모가 강하신 것아 아닌가 싶은데요…!
🔥장아미 그래서 저는 제 글이 좀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쓰면서 어떻게 될지 스스로 너무 잘 안다고 해야 할까요.
Q. 그러면 작품을 쓰실 때 결말을 정해 두고 쓰시는 편인가요?
🔥장아미 네, 저는 정해 두고 써요.
어떤 분들은 결말을 모르고 써야 된다고 하시는데, 저는 결말을 알아야지 쓸 수 있거든요. 결말을 점으로 찍어 두고 그 길을 찾아가는 식이에요. 그래서 항상 어디까지 가야 된다는 걸 아니까 최대한 결말이 안 보이게 하면서 가는데, 그러다 보니 제 입장으로는 독자님들이 읽으면서 결말을 너무 잘 알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연여름 그래도 작가 본인이 글의 결말을 알고 가는 태도는, 읽는 사람이 봤을 때 전형적으로 흐른다기보다 기세가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Q. 맞아요, 장아미 작가님 글은 휩쓸려 가는 느낌이 있어요. 결말까지 억지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서 저 결말을 보고야 말겠다는 느낌. 연여름 작가님은 결말을 정해 두고 쓰시는 편이신가요?
🌗연여름 아니요. 저는 한 치 앞도 모르고 써요. (웃음)
Q. 앗, 정말요? 어떻게 그렇게 쓰시는지 신기한데요.
🌗연여름 그래서 대체로 다시 써요. (웃음) 제가 만족할 만한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다시 쓰는 거예요.
근데 그렇게 저도 모르고 써야 초고를 쓸 때 재밌더라고요. 저는 아주 구체적인 마지막을 알고 쓰면 중간에 스스로 흥미가 반감될 것 같아요. (웃음) 쓰면서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가는 편이고, 이 장면 다음에 뭐가 올지 모르겠다는 두근거림이 좀 있어야 쓰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정말 이런 스타일 차이가 재밌는 것 같아요. 인터뷰 전에 저희끼리 수다 떨면서 표지 얘기도 했었는데, 서로의 책이나 상대의 책 표지에 대한 인상은 어떠셨어요?
🔥장아미 저는 『밤을 달려 온』 표지가 굉장히 감성적이고 외로운 느낌도 들고 해서 정말 연여름 작가님 소설집이구나 싶었어요. 심지어 표지에 작가님 이름이 없어도 바로 알아볼 것 같아요. (웃음)
🌗연여름 저는 『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 표지를 봤을 때 병풍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브릿G에서 「도련님과 아가씨와 나」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거기 나오는 병풍인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요. 그리고 호랑이, 거북이 같은 동물들 그림을 보면서 ‘어떤 내용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겠구나.’ 하고 어렴풋이 짐작했어요.
🔥장아미 편집자님이 보내 주신 표지 초안이 원래 여러 개였는데, 그중 하나가 「꽃불」의 장면들을 상징적으로 잘 살린 강렬한 이미지의 표지였거든요.
Q. 작가님은 시안 중에서 어떤 표지를 고르셨어요?
🔥장아미 저는 지금 표지를 골랐어요. 한눈에 먼저 들어온 게 그 시안이기도 했고, 다른 시안도 굉장히 아름다웠지만, 지금 표지가 책 내용이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Q. 맞아요. 표지에도 맥락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목차 구성도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했고요.
🔥장아미 그리고 표지에 문양이 있는데 이게 파도 같기도 하고 또 불꽃 같기도 해서 좋았어요.

Q. 구성적으로는 웹으로 읽으셨던 작품도 있었을 텐데요, 종이책으로 만들어진 작품집에서 느꼈던 다른 인상도 있었을까요.
🔥장아미 일단 책이라는 게 하나의 세계 같은 거잖아요. 연여름 작가님 이번 단편집은 모든 작품이 잘 어우러지는 하나의 구성된 세계처럼 보여서 좋았어요. 웹으로 읽었을 때 놓쳤던 것들이 더 잘 보이는 느낌이어서, 종이책으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연여름 아, 그건 많이 고쳐서 그렇지 않을까요. (웃음)
🔥장아미 그런가요. (웃음) 게다가 한 작품은 완전히 새로 쓰셨더라고요.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은 원래 짧았던 것 같거든요.
🌗연여름 맞아요, 처음엔 엽편이었어요. 저는 제 소설을 온라인에 올렸을 때하고 종이책 편집 화면으로 대조할 때 교정할 부분이라든가, 그런 차이가 무척 잘 보여요.
근데 다른 작가님들 작품을 볼 때는 독자로서 읽게 되니까 그렇게까지 차이를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장아미 작가님 작품은 ‘웹으로 읽어도 좋았는데 종이책으로 읽어도 좋네, 두 번 읽으니까 더 좋네.’라는 인상이었어요.

Q. 편집을 하는 입장에서 어떤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돼요. 본격적으로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긴 한데 (웃음) 그럼 본격적으로 서로의 작품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수록작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장아미 저는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이요.
5년 전에 전효원 작가님, 연여름 작가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무기 하나를 골라서 엽편 쓰기를 했었는데요. 그때 연여름 작가님께서 쓰신 게 이 단편의 초안이었어요. 그 엽편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놀랍고 재밌었어요. 당시에도 짧은 시간 내에 순발력 있게 잘 쓰신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이렇게나 멋지게 확장돼서요. 그리고 작가님께는 틸리한테 너무하신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어요. 결말이 너무 슬퍼서요. (웃음)
🌗연여름 사랑은 역시 망한 사랑이죠. (웃음)
🔥장아미 한편으론 악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런 이야기도 좋을 것 같아요. 악마가 너무 좋은 캐릭터인데 조연으로 사라져서 아쉬웠거든요.
🌗연여름 저는 다 읽고 나서 제일 많이 생각나는 건 「꽃불」이었어요. 저도 처음에 희가 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아니었구나 싶었고요, 피리 악공도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처음에는 이 작품을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다가 점점 어, 어, 어 하면서 한양 대화재를 다뤘다는 걸 인지하게 됐는데, 큰 재난을 사이에 두고 작중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희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왕과 왕비가 어떻게 교차되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갔어요. 그게 관전 포인트잖아요.
그리고 제 가슴에 오래 남은 문장이 있었는데요.
“망국이란 세상에 남은 단 한 사람이 죽는 순간에 올 것이다. 하나 그는 결단코 왕은 아닐 것이다.”
이 대목이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생각한 왕의 성품을 잘 드러내서 좋았어요. 그리고 왕비 같은 경우도 자식을 하나도 내어줄 수 없다고 하는 의지에서 저는 백성을 대입해서인지 그런 장면들이 기억에 굉장히 오래 남았어요.
또 최근에 「왕과 사는 남자」를 봤는데, 이게 또 타이밍이 굉장히 절묘하게 아우라가 맞아서 좀 더 몰입을 했던 것 같아요. (웃음)
Q. 맞아요. 작중 왕비가 아이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넷째가 왕비에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장면이 나와요. 그래서 저도 ‘설마 넷째가 세조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장아미 말씀하신 그 추측이 맞아요, 그런데 저는 역사에서 시작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역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일부러 고유명사를 거의 안 썼어요. ‘한양’ 지명도 안 쓰고 ‘도성’이라고만 썼거든요.
🌗연여름 그 시점도 되게 재밌었어요. 대명사로 밝히지는 않으셨지만, 독자는 읽으면서 알게 되잖아요. ‘내가 이걸 알아차렸어!’ 같은 독자로서의 재미랄까요.
Q. 그럼 각자의 작품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수록작은 무엇인가요?
🌗연여름 저도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을 좋아하는데요. 제가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를 굉장히 아껴요. 언젠가 천사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악마를 다루는 소설은 꽤 많이 있는데 천사를 다루는 소설은 오히려 드문 것 같거든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장아미 작가님, 전효원 작가님과 엽편 쓰기를 했을 때 저는 무기로 활을 골랐고요. 활에 어울리는 인물로 천사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쏘는 쪽보다는 거두는 일만 하는 편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라왔어요.

Q. 그러게요, 천사가 주인공인 것도 그렇지만 화살을 거둔다는 설정이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연여름 브릿G에서 어떤 독자님이 ‘그래서 영드로 언제 나오나요?’라는 댓글을 달아 주셨는데, 사실 제가 영국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 쓴 거거든요. 그래서 ‘딱 통했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엔딩 크레딧에 ‘나의 모든 전직 천사들에게’라는 헌사와 함께 빔 벤더스가 존경하는 감독들 이름이 나오거든요. 그걸 보고 전직 천사라는 단어도 너무 예쁘고 ‘전직 천사는 뭘 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서 소설로 쓰게 됐어요.

Q. 장아미 작가님은 어떤 작품을 꼽으시나요?
🔥장아미 저는 이번 작품집 중에서는 「빨간 제비부리댕기」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완성도랑 상관없이 이상하게 그냥 좋아지는 글이 있어요. 이번에 단편집으로 내면서 새로 덧붙인 부분들이 좀 있는데요. 그 부분을 새로 쓰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여기에 있었구나.’ 싶은 지점들이 있었어요.
제가 예전부터 꾸준히 변신담을 써 왔는데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수년에 걸쳐 그 글들을 써 오면서 했던 생각들이 그 단편에 조금씩 들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빨간 제비부리댕기」도 그렇고 다른 작품들에도 제 인생의 여러 시점들이 그런 식으로 지층처럼 중첩되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단편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쳐 쓰면서 의미가 깊었어요. 여러 시간대의 내가 한 작품집에 들어가 있어서 ‘어쨌든 내가 여기까지 끝맺음했구나.’하는 감회가 들었다고 할까요.
🌗연여름 시간이 이루는 지층이라니, 공감되면서도 멋진 소감이에요.
그는 아마 제물로 뽑히기 훨씬 전부터 오늘 벌어질 일을 예감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이홍은 산군의 신부로 누구보다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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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작품집을 준비하시면서 가장 작업이 힘들었던 수록작도 있었을까요.
🔥장아미 저는 「꽃불」이요. 고치면서 정말 괴로웠어요. (웃음) 일단 처음부터 목차가 정해졌잖아요. 「꽃불」이 첫 번째 수록작이라는 걸 인지하고 개고하려니까 우선 힘들었고요. 이야기 자체는 많이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장면 장면은 굉장히 많이 고쳤어요. 문장도 그렇고요.
편집자님께서 주신 피드백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는 고쳐야 한다는 건 알았는데,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감이 잘 안 왔거든요. 편집자님이 그 부분을 딱 짚어 주셨어요.
제가 이걸 완성한 게 2022년도였는데요. 당시 이 글을 쓰면서 품었던 야망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출간되는 현시점과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최선의 방식에 관해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과거에 쓴 글들은 지금은 좀 보기가 힘들달까요.
🌗연여름 저는 「하품」이 가장 어려웠는데요. 원고지로 200매 정도 되는 중편에 가까운 분량인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경우 주요 인물이 두 사람이면 상대적으로 집중하기가 용이한데, 하품은 모두 세 사람이잖아요. 삼각관계라는 점에서 어렵다는 걸 절절하게 느꼈던 것 같고, 그다음에 인물들이 각자 무거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제가 특정 입장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또 주제 면에서는 아동 인권과 입양 제도, 그리고 창작 윤리라는 화두를 다루면서도 소설, 즉 이야기로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조금은 난관이었어요.

Q. 각자 작품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요?
🔥장아미 저는 ‘수신’이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눈물이 달콤한 이유」를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집에 실린 짧은 글들을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짧은 글은 지면에 수록될 기회가 더 적잖아요.
🌗연여름 저는 「캐트닙 네트워크」의 ‘정민’이요. 소설에서 정민이 사진관을 하는데, 실은 저희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합친 인물이에요. 두 분께서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사진관을 운영하셨는데, 그때 찍으셨던 흑백 사진들을 보다가 생각난 캐릭터가 정민이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인물이에요.
소설에 독립운동 이야기가 들어간 이유도 제 가족과 관련이 있는데요. 저희 증조할아버지의 형이신 외종 증조부께서 독립운동을 하셨어요. 1919년에 만세운동을 하시다가 수배령이 내려져서 상하이로 망명하시고, 임시정부에 계시다가 프랑스 파리로 가셔서 고려 통신사를 운영하셨대요. 해방이 되고는 돌아오셨는데 마지막 행적은 불분명하시다고 해요.
Q. 와, 정말요? 작품과 연결되는 그런 가족사가 있으셨군요.
🌗연여름 네, 성함은 ‘서영해’이시고, 외할아버지댁 벽에 건국훈장이 걸려 있던 기억이 나요. 이런 모티브가 섞여 있다 보니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Q. 그럼 이번에는…… 만약 본인의 작품 속 인물을 한 명 골라서 상대방의 작품 속 인물에게 소개해 줄 수 있다면, 어떻게 연결해 주고 싶으세요?
🔥장아미 저는 「캐트닙 네트워크」의 고양이 ‘이소’를 「하필이면 고양이」의 ‘천’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요.
이소는 이제 승주라는 가족과 이름이 생겨서 캐트닙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지만, 그 시점 전까지는 천도 그랬듯이 많은 세계를 넘어 다녔다는 공통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둘이 잘 통할 것 같아요.
🌗연여름 저는 「도련님과 아가씨의 나」의 석남이랑 「캐트닙 네트워크」의 정민을 만나게 해 주고 싶어요.
시대적으로 만날 수 있을 법한 인연일 것 같기도 하고, 또 제가 「도련님과 아가씨와 나」에서 석남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어떻게 지냈는지가 너무 궁금해요.
🔥장아미 석남은 잘 살았을 것 같아요. (웃음)
Q. 두 분 모두 「캐트닙 네트워크」, 「하필이면 고양이」처럼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셨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혹시… 반려하는 고양이가 있으신가요?
🔥장아미 네, 저는 고양이 둘이 있고요. 첫째는 ‘봄봄’이고 둘째는 ‘름름’이에요. 계절에서 딴 이름인데, 첫째는 봄에 데려왔고 둘째는 여름에 데려왔거든요. 같이 산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요즘 저도 모르게 글에 고양이가 등장하게 되는 것 같고, 고양이랑 같이 살면서 동물권에 관심이 생겨서 조금씩 공부도 하고 있어요.
🌗연여름 저는 반려 고양이는 없지만 아파트 단지에 사는 길고양이들하고 인사를 하며 지내고 있는데요. 그중엔 「캐트닙 네트워크」 주인공인 이소의 모델이 되어 준 친구가 있어요.

‘이소’의 모델
Q. 작품에 등장하는 또 다른 고양이인 ‘송곳니’ 같은 친구들도 모델이 있나요?
🌗연여름 네, 있어요. 그런데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요. 까맣기도 하고 너무 빨라서. (웃음)
Q. 물론 고양이 말고도 두 작가님 모두 작품을 통해 ‘약자 간의 연대’를 그려내신다고 느꼈거든요. 혹시 작가님들도 서로의 작품에서 공통점을 느꼈던 부분이 있었나요?
🌗연여름 발견해 주신 대로 가장 먼저는 연대라는 점일 것 같아요.
편집자님께서 단편집 목차를 짤 때 ‘둘이 무슨 사이인데 그렇게까지?’라는 지점이 있다고 하셨었거든요. 사실 그게 ‘굳이’잖아요. 작품에 그런 구석이 꽤 많을 텐데, 저는 이 ‘굳이’를 다른 말로 하면 ‘친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결코 의무는 아니지만 타인의 아픔이나 절망을 내버려두지 않는 시선, 태도, 행동 그런 연대들.
그런 친절이 장아미 작가님 작품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에게로 조명하자면 작품의 배경이나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어떤 소용돌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운명을 자각하고,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장아미 보통 사람의 체온이 36.5도라고 하잖아요. 저는 연여름 작가님 작품의 온도를 잰다면 그보다 조금 낮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손을 마주 잡고 있으면 왠지 쓸쓸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왜냐하면 인물들이 되게 연약해 보이는데, 또 엄청 독립적인 존재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면 「밤을 달려 온」의 ‘온’도 그렇고요. 자기만의 고독 안에서 분투하면서 살아남은 존재들. 그런 존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기품이 작가님 작품 속 인물들을 마냥 연약하게만 보이지 않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또 그렇기 때문에 작중 인물들이 타인을 대하는 거리감이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이 제 작품 속 인물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Q. 두 분 작가님과 작품집의 공통점에 관해 이야기 나눴는데요, 장아미 작가님은 주로 동양풍 판타지를, 연여름 작가님은 서양풍 SF·판타지를 쓰신다는 점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듯해요. 그래서 작가님들께서 집필을 선호하시는 장르가 있으신 건지도 궁금했습니다.
🔥장아미 습작하는 시기에 SF를 썼었는데요. 저는 작품을 쓰다 보면 작품 하나에서 다른 게 좀 연결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꽃불」은 「붉은 돛」 이후에 썼어요. 그래서 두 작품을 놓고 보면 길 같은 게 보여요. 「꽃불」을 쓰게 된 계기가 ‘불을 불로 끈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거였거든요. 이런 식으로 한 작품이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니까 판타지를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호러도 SF도 쓰고는 있지만, 당장 다음에 쓸 게 보이기도 하고 청탁도 비슷한 장르로 해 주시니까 판타지 장르를 주로 쓰게 되는 것 같고요. 제가 사실 호러랑 SF도 많이 읽거든요. (웃음)
Q. 맞아요. 사람 잡아먹는 자판기 앤솔러지에도 참여하셨잖아요.
🌗연여름 말씀처럼 제 작품은 서양풍 SF·판타지의 느낌이 있는데요. 제가 10대~20대 시절에 서구권 영화랑 영드, 미드에 빠져 지내서 그 시절 저한테 스몄던 재미나 감동이 작품에도 자연히 녹아나는 것 같아요.
「닥터 후」나 「토치우드」, 아니면 「블랙 북스」나 「퀴어 애즈 포크」 같은…… 그 시절 영국 드라마를 진짜 많이 봤어요.
Q. 작가님들께 항상 궁금해서 여쭙게 되는 질문인데요. 평소에 창작에서 영감을 얻는 지점이나, 소재에 관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연여름 저는 일상이 루틴으로 돌아가는데요. 춭퇴근 후 귀가하면 글을 쓰거나 혹은 책을 읽는 식이에요. 그렇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할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요. 그래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갔을 때나 아니면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혹은 아이랑 대화할 때 문득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들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런 것들을 주머니에 잘 챙겨 두는데, 단독 아이디어로 이야기가 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나중에 몇 개 정도 쌓였을 때 그 사이에서 교집합이 보이거나 중첩되는 부분이 생기면 그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장아미 저는 쓰면서 찾는 것 같아요. 한 작품을 쓸 때 거기에 다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 것들을 쭉 써 놓으면, 이제 다른 곳에 가서 붙기도 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살이 붙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결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수록작들은 어떤 식으로 쓰셨는지 궁금한데요. 예를 들어, 「도련님과 아가씨와 나」나 「로즈버드」 같은 경우는 어떠셨나요?
🔥장아미 원래 「도련님과 아가씨와 나」는 뱀파이어물이 아니고 늑대인간이 나오는 이야기로 쓰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머릿속에 굴려도 잘 안 붙어서 남자 늑대인간에서 뱀파이어 아가씨로 설정을 바꿨어요.
「로즈버드」는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에서 모티프를 얻은 단편이에요. 2019년에 브릿G에 공개했는데, 이번에 퇴고를 하면서 다시 보니 좀 새삼스럽더라고요. 어떤 글은 인생의 특정한 시점에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글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Q. 서로의 작품 중 새롭게 느껴졌거나, ‘나라면 다르게 썼을 것 같다.’라는 작품이 있었다면요?
🔥장아미 다르게 썼을 것 같은 작품으로는 「하품」이요. 저는 작중 ‘이곤’이 호연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이 줄곧 조금 차갑게 느껴졌어요. 저라면 ‘호연’에게 기회를 한 번은 더 줬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동 인권을 소재로 하는 글이라 냉정한 결말로 끝내신 것 같기도 했어요.
🌗연여름 맞아요. 「하품」은 그런 지점들을 신경 쓰면서 가장 많이 자기 검열을 하게 된 작품이에요. 그래서 마쳐 놓고도 어딘지 무거운 마음이랄까 부담감 비슷한 게 있었는데, 편집자님께서 그걸 두 번째 순서로 배치해 주셔서 사실 좀 놀랐어요. 저는 작품집의 후반부로 갈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장아미 저도 「꽃불」이 제일 마지막에 수록될 줄 알았어요.
Q. (편집자1) 우선 「꽃불」은 작품집의 처음에 배치하면 독자님들을 한 번에 환상의 세계로 데려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하품」은 「구름을 터뜨리면」으로 온화하게 가다가, 두 번째로 배치해 색다른 느낌을 주면 좋을 것 같았어요. 작가님의 전작 「면도」와 동일하게 ‘인디’라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어서 이전 단편집을 기억하고 집어 드신 독자님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인사처럼 다가갈 것 같았고요. 마지막에「캐트닙 네트워크」로 끝마치면서 환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느낌을 주면서 여운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장아미 그 구성이 되게 좋았어요.
아, 또 새롭게 느껴지면서 좋았던 점은 「밤을 달려 온」의 결말인데요. 작중 ‘나기’와 ‘온’이 대화를 나누며 서사를 이끌어 가는데, 나기가 속마음을 잘 말하는 인물은 아니잖아요. 울지 않는다는 설정이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나기가 이야기할 때의 한 번에 터져 나오는 감동 같은 게 좋았어요.
팔이 앞뒤로 세차게 흔들릴 때마다 오른쪽 소매에 맺힌 빛도 함께 흔들리며 온을 이끌었다. 밤을 달려 낮으로 가는 방향이었다.
🌗연여름 저는 「푸른 신명」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장아미 작가님의 작가 소개 글에 ‘있으라고 쓰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마법을 믿는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 부분이 작가님의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푸른 신명」에서도 그런 지점들이 읽혀서 굉장히 새롭고 좋았어요.
내 몸짓에 맞춰 숲이 더불어 움직였다. 그 웅장한 메아리. 합일의 희열.
🌗연여름 장아미 작가님은 신이 깃든 인간을 정말 탁월하게 묘사하시는구나 생각했어요. 가장 평범한 인간이 자연이랑 신과 더불어서 합일하는 그런 장면을 무척 잘 쓰신다고요. 저는 천사를 가져다 써도 거기에 노동자를 깃들게 하잖아요. (웃음)
🔥장아미 연여름 작가님 작품 중에 「구름을 터뜨리면」도 되게 새로웠어요. 비가 내리는 테마파크인 ‘레인파크’를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했어요. 그리고 작품에 직장인이 많이 나온다는 점도요.
🌗연여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저런 것까지 자본이 되는구나.’하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후 위기는 이제 당면한 문제인데,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자본의 요소로만 여겨지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직장인은 그저 제가 직장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웃음)
Q. 맞아요. 저희도 직장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연여름 맞아요. 완전무결한 회사란 아마도 존재하기 어려울 테고, 저 역시 일정부분 그 흐름에 일조하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해답을 줄 수 없는 딜레마들이 항상 있죠.

Q. 두 분은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으신가요?
🌗연여름 저는 순간 이동이요.
Q. 왜 그 능력을 원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웃음)
🌗연여름 네, 아무래도 시간과 체력을 아끼고 싶다 보니. (웃음)
🔥장아미 저는 외형을 바꾸는 능력이요. 「엑스맨」에 나오는 미스틱처럼요. 저는 약간 자기혐오가 있다고 해야 하나, 스스로를 별로 높게 평하지 않는 쪽인데,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면 내면은 그대로라고 해도 최소한 남들이 보는 나는 달라질 수 있잖아요.
Q. 장아미 작가님께선 작가의 네 가지 면모 중에 비평가적인 면모가 크신 것으로. (웃음) 혹시 추천해 주시고 싶은 책이나 음악, 영화가 있을까요? 최근에 접한 것들도 좋고요.
🔥장아미 저는 싱어송라이터 정우의 「클라우드 쿠쿠 랜드」요. 노래인데 동명의 소설도 있거든요. 제가 앤서니 도어 작품을 좋아해서, 노래를 먼저 들으시고 그다음에 책도 읽으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연여름 저 그 책 좋아해요. 작년에 읽었는데 인생 책이었어요. 저는 『1938 타이완 여행기』 추천 드리고 싶어요.

Q. 아, 김이삭 작가님이 번역을 하셨죠!
🌗연여름 맞아요. 역사와 여성, 미식이 교차하는 소설인데 진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요. 목차별로 되게 흥미진진하거든요.
그리고 요즘 『사카모토 데이즈』를 만화책으로 보고 있는데요.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봤는데 저는 만화책이 더 좋더라고요.

Q. 그렇다면 최근 구매하셨거나, 혹은 장바구니에 담아 두신 책이 있다면요?
🔥장아미 지금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랑 『노변의 피크닉』이 보이고요. 최근에 샀던 건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입니다.
🌗연여름 저는 『세 번째 경찰관』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Q. 제한된 시간 내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도 있을 듯한데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나누고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장아미 우선 여름 님이 준비하고 계시는 차기작 중에 브릿G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연여름 조만간 청소년 소설이 하나 나올 예정이고, 『2학기 한정 도서부』의 장편 후속작도 준비하고 있어요.

🌗연여름 저는 두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일단 하나는 ‘작가님 차기작은요?’이고, 또 하나는 ‘요즘 좋아하시는 간식이 무엇인가요?’입니다. (웃음)
🔥장아미 일단 간식은 누가 크래커요. 아침에 커피랑 같이 하나씩 먹어요.
그리고 출간 예정인 청소년 소설이 하나 있고요. 또 여우 누이 설화를 재해석한 작품 하나를 쓰고 있어요. 사실 제가 목표가 없으면 혼자서는 잘 안 쓰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300매 조금 넘게 계속 쓰고 있어요. 다 쓰면 600매에서 700매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연여름 작가님은 최애 간식이 있으신가요?
🌗연여름 제가 좋아하는 간식은 트윅스의 솔티드 카라멜 맛이던가요? 그거 당 떨어질 때 하나씩 먹어요. (웃음)
참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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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매거진에 등장한 ‘연여름 X 장아미 작가님의 요즘 최애 간식’을 드립니다. (3명)

트윅스 솔티드 카라멜 + 폴라리스 누가크래커 세트
3. 연여름 X 장아미 작가님의 친필 사인본을 드립니다! (4명)
(※ 도서 랜덤 발송)

이벤트 기간: 4월 30일(목) ~ 5월 21일(목)
당첨자 발표: 5월 넷째 주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