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닫이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정오경. 햇살 속에 초월적인 힘이 서려 있어 세상 만물을 가장 찬란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듯했다. 게다가 무척 더웠다. 그해 여름에는 유별스러운 면모가 있었다.
선풍기가 삐걱대며 돌아갈 때마다 미적지근한 바람이 방향을 바꾸었다. 천千이 누운 자세로 팔을 더듬어 머리맡을 탐색했다. 얼음주머니를 얹은 낯이 발그레했다. 선풍기에 얼음주머니로도 모자랐는지 손에 잡힌 접부채를 착 하고 펼쳐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향해 슬슬 부치려는 찰나였다.
안뜰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담을 타 넘는 저 형상은 얼룩고양이일까. 천은 오래된 이 한옥집을 드나드는 고양이 가족을 위해 장독대 옆 인적이 드문 곳에 사료며 물을 담아 놓아두었다.
천이 다 죽어 가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무렴. 너희에게도 여름은 잔인한 계절이겠지.”
천은 다른 어떤 계절보다 여름에 약했다. 이 순간 그는 뚜껑을 덮은 프라이팬 속 냉동 피자나 다름없었다. 피자야 맛있기라도 하지, 그는 온몸으로 녹은 성에 같은 땀을 흘리며 흐물거릴 뿐이었다.
더는 안 되겠다는 듯 부채를 집어 던진 천이 얼음주머니를 부둥켜안은 채로 젖은 등허리를 들썩이는 순간, 낯익은 풍경이 그의 눈앞을 스쳤다. 천은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소름을 느꼈다. 바로 그거야! 서쪽 해안으로 가는 거,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서쪽 해안,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용오름물은 천이 이 섬에서 최고로 사랑하는 장소였다. 얼음처럼 찬 그 물속에서 수영을 할 수만 있다면.
하필이면 고양이
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