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外 toll 작가 인터뷰

2017.3.29

「머리」, 「심리치료」, 「발렌타인 특급열차」 등의 공포 단편뿐만 아니라 스타트렉 TOS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각본가를 조명한 중편 시리즈 『작가들』까지!

호러, SF, 코미디의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toll 작가님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킹의 글을 읽다 보면 주변이 사라지는 것 같을 정도로 화자의 관점에 빨려 들어가며 몰입하게 되고,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는 묘사와 우울함과 광기로 가득한 필립. K. 딕의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체험한 세상을 함께 느끼는 기분이 들고, 좋아하는 코미디 작품들의 원작 스크립트를 읽다 보면 이게 쇼를 만들기 위한 토대구나, 지문이나 대사를 정교하게 써 둬야 실제로 관객을 웃길 수 있는 거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아직은 무리지만, 언젠가 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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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toll 작가님의 작품들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공포 단편으로는 중단편 베스트 목록을 점령한(?) 바도 있으시고, 후속으로 공개한 연작 소설을 읽고는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이렇게 서면 인터뷰를 청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간단히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공포, SF, 코미디를 좋아하는 toll입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Q. 브릿G에 소중한 작품을 등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공포 장르의 단편들을 공개하셨다가 이내 완전히 색다른 『작가들』이라는 작품을 공개하셔서 평소 집필하시는 작품 방향이 궁금해졌습니다. 「머리」나 「심리치료」 같은 단편들을 보면 능숙하게 일상적인 공포를 잘 다루신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작가들」을 보면서는 영미권 대중문화의 서사와 인물들을 꿰뚫고 있고, 각각 떨어져 있는 듯한 요소들을 애정 깊은 상상력으로 결합시켰을 때 어떤 재미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좋아하시거나 주로 집필하는 장르가 있으신지, 또 평소 작품을 쓰게 되는 계기나 원칙 등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A. 위에서 장르와 집필 방향을 언급했지만 좀 더 덧붙이자면, 공포 장르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접해 왔기 때문에 몸에 밴 것 같아요. 토요미스테리를 꼬박꼬박 챙겨 보고, 학교 문구점에서 파는 공포 문고와 스티븐 킹 전집을 달고 살았습니다. 동네 서점에서 킹 전집을 구입해 집까지 끙끙대며 들고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전집을 제작한 황금가지의 플랫폼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반면 SF는 성인이 된 후 접한 장르입니다. SF 하면 스페이스 오페라가 전부라는 선입견이 있었을 정도로 무지했기 때문에 주변 지인이 통탄하며 스타니스와프 렘의 『사이버리아드』와 『솔라리스』를 선물해 줘서 SF에 입문하게 되었고, 필립. K. 딕의 글에 푹 빠진 후로는 꾸준히 SF를 읽게 되었습니다. SF TV쇼인 「퓨쳐라마」나 스타트렉 TOS를 보며 재미를 붙여 나가기도 했고요.

코미디의 경우 스크루볼 코미디나 시트콤에서 인물들이 미친 듯이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을 좋아해요. 빌리 와일더나 에른스트 루비치 같은 감독들의 고전 코미디 영화나 「프레이저」, 「커뮤니티」같은 미국 시트콤을 사랑합니다.

작품을 쓰게 되는 계기는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하나는 매일 글을 쓰는 것이 목표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뭔가 나오는 경우가 있고요, 다른 하나는 (이게 좀 더 근본적인 이유인 것 같은데) 좋아하는 작품들이 주는 느낌을 작품 제작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서입니다.

예를 들면, 킹의 글을 읽다 보면 주변이 사라지는 것 같을 정도로 화자의 관점에 빨려 들어가며 몰입하게 되고,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는 묘사와 우울함과 광기로 가득한 필립. K. 딕의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체험한 세상을 함께 느끼는 기분이 들고, 좋아하는 코미디 작품들의 원작 스크립트를 읽다 보면 이게 쇼를 만들기 위한 토대구나, 지문이나 대사를 정교하게 써 둬야 실제로 관객을 웃길 수 있는 거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아직은 무리지만, 언젠가 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어요.

작품을 쓰는 원칙 역시 두 가지인데, ‘독자에게 재미를 전달하는 것’과 ‘최대한 간결하게 쓰는 것’입니다. 특히 첫 번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꼭 재미 말고도 공포가 됐든, 슬픔이 됐든, 강렬한 느낌이 됐든 무언가가 전달되면 무척 기쁩니다!

최대한 간결하게 쓰는 습관은 스타일을 고르던 시절에 생겼습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옛 거장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등을 쓴 토마스 베른하르트인데, 이 작가의 특징 중 하나가 엄청난 만연체입니다. 영향을 받아 만연체를 쓴 적도 있었는데, ‘난해하다’, ‘읽기 어렵다’ 라는 평을 듣고 충격을 받아 정반대 방향을 택했습니다. 애초에 극도로 단순한 문장을 쓰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이 주는 효과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간결하게 쓴다는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기나긴 답변을 쓰고 있지만(!) 소설을 쓸 때에는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하고, 업로드하기 전까지 문장을 많이 다듬고 고치는 편입니다.

 

Q. 먼저 공포 단편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여쭙고 싶어요. 처음 올려주신 단편인 「노크」와 「논」 이후, 다른 단편들도 읽으면서 줄곧 느꼈던 매력은 더없이 덤덤한 문체로 일상적인 공포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이었습니다. 집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다룬 「노크」, 흔한 시골길 풍경을 섬뜩한 공포로 탈바꿈시킨 「논」,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말을 거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새롭게 반추하게 하는 「심리 치료」, 창문을 매개로 한 괴기한 이미지가 강렬했던 「머리」까지… 어찌 보면 전부 일상적인 소재에서 시작하는 공포를 다루기에, 작품을 집필하실 때 이런 일상성의 공포에 대한 연결점을 특별히 신경 쓰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소개해주신 작품들 중, 대표적으로 집필하게 된 계기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간단히 여쭐 수 있을지요?

A. 최근에 접한 말 중 “의미는 (그 자체의 속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주위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다.” 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결국 작품은 외부에 발표된 후 감상에 의해 완성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글을 쓰면서 일상성의 공포를 다룬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브릿G에서 독자님들의 피드백을 접하며 ‘이제까지 쓰던 글에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 후부터는 일상성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글을 쓸 때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어요.

작품을 쓰는 계기나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는, 워낙에 겁이 많은 편이라 일상에서 빈번히 공포를 느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상 속의 공포를 다루게 된 것 같기도 해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작중에서 정말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데 등장인물들은 참 천연덕스럽게 그것들을 받아들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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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프로모션 이미지 ⓒtoll

 

Q. 반면 『작가들』 같은 경우는 읽는 입장에선 등장하는 스타트렉 TOS의 대본을 쓴 작가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음에도, 주변 인물들과 상상력 넘치는 설정만으로도 킥킥거리며 유쾌하게 읽었던 작품입니다. 드라마 「블랙 북스」의 까칠하고 염세적인 점장이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영원히 고통 받게 하겠다든가, 트위터에 쓴 글을 이야기하는 스티븐 킹과 아들 조 힐의 모습이라든가, 최고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각본의 신’과 일생일대의 거래를 한다든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 재미있는 상상력이 몰이해의 공백을 채워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끝내 궁금해졌습니다. 스타트렉 TOS를 기반으로 한 과거와 미래의 각본가들, 배우들, 그리고 당대에서 명망을 떨치는 소설가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어우러져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고요. 스타트렉에서 시작한 팬덤의 문화를 담아내는 것보다는, 대표적인 각본가 한 명 한 명을 깊이 조명한 것이 독특했고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A. 예리한 질문 덕분에 저 역시 캐릭터들이 작중에서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들』의 경우 예전에 쓴 글이라 서툰 부분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기본적인 글쓰기 작법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1)주인공은 갈등 상황에 놓여 있지만 2)그것을 극복하며 능동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의 2)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목표가 모호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을 쓰던 때 저는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가장 좋아하는 쇼가 캔슬된 바람에 삶의 낙을 잃은 상태였거든요. 그 때 스타트렉 TOS 역시 방영 도중 캔슬된 쇼라는 점에서 착안하여 1) 부분, 캐릭터들의 갈등을 슬프면서도 유쾌하게 묘사해 보는 것에 전력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다시 『작가들』을 쓴다면 2) 부분을 보충하여 캐릭터들이 현실을 극복하며 능동적으로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을 다뤄 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완전히 다른 타임라인을 설정한 후, 데이비드 제롤드가 에이즈와 퀴어 캐릭터를 다룬 「블러드 앤 파이어」가 스타트렉 TNG의 에피소드로 방영되는 세상을 묘사할 수도 있을 것이고, D. C. 폰타나가 일찍이 스타트렉 여성 팬들을 각본가로 대거 불러들여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스타트렉이 방영되는 평행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왜 각본가들을 조명했는가? 라는 질문은 저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뒷부분에서 마저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Q. 앞서 질문과 이어지는 내용이기도 하고 후기에도 간단히 나와 있기는 하지만, 스타트렉 TOS의 대본을 쓴 ‘작가들’ 중에서 특별히 이 다섯 명의 각본가에 대해 작품을 쓰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스크립트 형식으로 여러 인물들을 교차적으로 등장시키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만큼 특정한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설정을 갖고 시작해야 하니까요. 작업 과정은 어떠셨나요.

A. 일단은 작중에 등장한 작가들이 TOS의 대표적인 에피소드(“The Trouble With Tribbles”, “The City on the Edge of Forever”, “Amok Time” 등)를 집필했다는 점이 가장 크고요, 더불어 1960년대 당시 활동하고 있던 훌륭한 SF 작가들이 SF 쇼의 각본을 썼다는 점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 접근의 한계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영어가 서툰 편이지만,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데이비드 제롤드가 본인의 스타트렉 각본가 시절을 묘사한 『The Trouble With Tribbles: The Birth, Sale and Final Production of One Episode』는 쉽게 읽을 수 있었거든요. 이 책의 내용과 작중에 등장하는 작가들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섯 명의 각본가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윗 책은 TV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 외에도 SF 작가를 지망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초반에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읽어 온 SF 작가들을 쭉 언급하는 페이지가 있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런 문화적 기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질문하신 “왜 팬덤이 아니라 각본가들을 조명했는가?”라는 부분은, 제가 미국의 “TV Script Writing” 문화에 대한 큰 환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미국 TV쇼를 보다 보면 종종 각본가들이 화이트보드를 앞에 두고 거대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다 같이 작품을 집필하는 장면을 접할 수 있고, 엔딩 크레딧을 보면 적게는 다섯 명에서 수십 명에 달하는 작가들이 함께 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전 그런 게 정말 좋았습니다. 한 사람이 작품을 썼을 때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피해 나가고 여러 명의 아이디어로 한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느낌이 너무 좋았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일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떡해야 할까요? 한국에서 방송작가가 된다면 예능 대본작가가 그나마 유사한 길일 텐데 분명 그걸 원하는 건 아니고, 미국에 건너가 TV 스크립트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돈과 영어가 부족했습니다. 결국 원하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각본가들의 세계를 상상해 보는 방향으로 빠진 것 같아요. 듀나 작가님의 단편 「히즈 올 댓」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주인공이 자신이 전혀 겪어 본 적 없는 문화권의 작품인 미국 틴에이저 영화를 보고 맘대로 상상을 펼친 후 그걸 괴상한 각본으로 완성해내는 부분이 있잖아요, 저는 『작가들』 역시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 묘사된 작가들의 삶은 실제 TV 각본가들의 삶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겁니다. TV 각본가의 집필실에서는 흔히 고함 소리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저 자신이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기도 해서 현실이 어떨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고요. 결국 저는 『작가들』을 통해 세상에 없는 각본가들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추후에 꼭 TV 각본가의 길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해요!

 

Q. 공포와 SF/판타지적 상상력을 오가는 작품을 쓰실 때마다 스스로의 집필 방식이나 스타일을 어떻게 안배하고 결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모드 전환이랄까, 몰입의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또 작품 속에 많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toll 작가님의 집필 활동에 영향을 끼친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공포 단편을 쓸 때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의식을 풀어 놓는 식으로 쓰기 시작합니다. 캐릭터도, 장소도, 심지어는 소재도 정해 두지 않고 무조건 적어 내려가는 방식으로 짧은 글을 완성한 적이 많습니다. (이런 방식은 『아티스트 웨이』,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같은 글쓰기 작법서를 집필한 줄리아 카메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반면 스크립트나 SF, 코미디 등을 쓸 때는 대강의 주제, 캐릭터, 기승전결, 구조 정도를 정해 두지만, 사전 작업을 다 끝낸 후에는 결국 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쓰게 됩니다. 주제를 염두에 둔 상태로 자유롭게 써내려간 후(만화의 콘티 단계와 비슷합니다)이후에 글을 많이 수정하면서(펜터치 단계와 비슷합니다)전체적으로 완성을 해 나가는 편입니다.

작품 제작에 영향을 많이 준 인물은 시트콤 「커뮤니티」와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의 크리에이터인 댄 하몬입니다. 이 사람의 작품 세계에 이미 제가 지향하는 공포, SF, 코미디가 다 들어가 있기도 하고요. 실은 저는 글을 계속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댄 하몬은 TV쇼 총괄 크리에이터고,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면 스크립트는 다른 작가들에게 부탁하고 저는 연출에 중점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애초에 이미지 위주로 사고하는 편이고 작품의 연출을 다듬는 것도 정말 좋아하는 편이라 글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정말 달콤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러던 와중 운 좋게도 텍사스 오스틴에서 댄 하몬을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때 “당신처럼 훌륭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라고 질문하자 “Keep Writing” 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겁니다! 그 후로는 도저히 글을 안 쓸 수가 없어서 계속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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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하몬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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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러스트로 대표되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도 여쭙고 싶어요. 이를 테면 「머리」 같은 작품은 가히 내용의 흐름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하는 일러스트의 효과가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작가들』에서 만날 수 있던 이미지는 마치 그래픽 노블을 보는 것처럼 캐릭터 구현이 훌륭한 작품들이었고요. 이미지 작업이나, 작품 내에서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궁금했습니다.

A. 그림작가님과 함께 팀으로 활동하며 만화를 꾸준히 만들어 왔고, 저도 그림이 취미라 자연스럽게 이미지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는 웹 지면에서 확실히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 같은 경우 호러 게시물에 흔히 들어가는 무서운 이미지 같은 느낌이나 호랑 작가님의 웹툰 「봉천동 귀신」을 생각하면서 일러스트를 삽입했고, 『작가들』에 들어간 일러스트 같은 경우는 소원 성취한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림이 서툴러서 작가들의 캐릭터를 구현할 수가 없었는데, 일러스트 작업을 한 후 주변에 물어보자 ‘예전에는 이미지가 잘 안 잡혔는데 이제는 아, 이런 사람들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는 코멘트를 받아서 만족합니다.

 

Q. 또한, 오픈 베타를 시작한 지 오래지 않은 브릿G에 초기부터 작품을 소개해주셨는데요, 어떻게 등록하게 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경험이 있으시다면, 다른 사이트나 지면에서 작업을 하실 때와 브릿G에서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느끼는 차이점이나 장단점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A. 장르 위주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본격 장르 플랫폼을 지향하는 브릿G 같은 매체가 절실했던 점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브릿G 밀크 글라스 이미지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등록하게 된 점 역시 큽니다. 이번에 덧글 이벤트에 당첨되어 글라스를 받았는데 실물도 역시 너무 귀엽네요! 그리고 예전에는 일일이 검색을 해서 감상을 찾아 읽거나 혹은 직접 감상을 주시는 분들을 통해 작품을 점검하고 다음 작품은 어떻게 발전시킬까에 대해 고민을 하는 편이었는데, 브릿G의 경우 독자분들이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가 많아 바로바로 숙지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혹시 브릿G에서 읽으셨던 작품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작품을 간단히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또는, 브릿G 매거진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다음 인터뷰이로 추천해주셔도 감사히 참고하겠습니다. 

A. 저는 R18 님의 단편들을 좋아하는데요, 글에서 느껴지는 담담하지만 풍부한 감성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특히 「증손자에게」 같은 경우는 마지막 문장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Clouidy 님의 「뉴 정신병」은 브릿G에서 처음으로 읽은 글인데, 파격적인 진행 방식에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았습니다. 「눈 내리던 밤, 세 명의 친구, 그리고 알파벳」 같은 경우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게 되어 충격을 금치 못했던 인상적인 단편이었습니다.

라팽아질의언니들 님의 경우 자유게시판에 남겨 주신 게시물뿐만 아니라 덧글까지 유머감각이 넘치셔서 몰래 좋아하고 있습니다(!) 아직 작품을 업로드해주시진 않았지만 어서 작품을 읽어 보고 싶고, 추후에 인터뷰로 만나뵐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Q. 다른 작품들도 계속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만큼, 앞으로 작가님의 작품 활동과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준비 중인 작품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는지요.

A. 틈날 때마다 공포 단편을 계속 쓸 계획이고요, 브릿G에서 공포 혹은 SF 장편을 연재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밖에 그림작가님과 웹툰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 언젠가 TV쇼 크레딧으로 찾아뵙고 싶기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브릿G에 소개된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주실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브릿G에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소중히 듣겠습니다. 작가님의 입장에서 브릿G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 또한 귀한 자양분으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심적으로 많이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심리 상담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상담을 받은 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객관적이 될 수 있었고, 진짜 욕구를 알 수 있었으며 원하는 방향을 향해 갈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뭔가 만드는 것이 꿈인 분들은 꼭 “Keep Writing”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브릿G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준비 중이신 “전문가 멘토링” 기능이 활발히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것과, 장르 작가/독자를 위한 오프라인 장르 워크샵 같은 방향도 기대해 봅니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기존의 합평 방식은 자칫하면 뜬구름 잡는 방향으로 가기 쉬운 것 같습니다. 편집진 분들이 적극 참여해 주시는 플랫폼인 만큼, 글쓰기에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릿G의 장수와 번영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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