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과의 이별』 이연인 작가 인터뷰

2017.3.20

“가상의 세계이지만 읽다 보면 많은 요소를 현실 역사에서 따왔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 여러모로 생소한 점이 많은 글이라, 처음에는 다가오기가 어려우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말인 줄은 알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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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연인 작가님, 안녕하세요. 브릿G에서 『낙원과의 이별』과 『황제폐하의 주방』을 연재하고 계세요. 간단히 작가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낙원과의 이별』은 2월 1일부터, 『황제폐하의 주방』은 2월 12일부터 연재하셨는데, 오픈한 지 오래지 않은 신생 플랫폼인 브릿G를 어떻게 알고 오셨고 작품을 등록하게 되셨는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꿈도 희망도 없는 슬픈 직장인입니다. 책과 음악, 영화와 드라마에 의지하며 하루하루 숨만 쉬고 있습니다.

웹소설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길 무렵, 혹시나 하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던 때가 잠시 있었습니다. 관련 뉴스를 검색하다가 황금가지에서 플랫폼을 오픈한다는 기사를 발견하고 ‘믿고 보는 황금가지!’ 하고 외치면서 바로 달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마일리지를 모아서 유료 작품을 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사이트에서 받은 냉담한 반응에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글쓰기는 취미 생활의 일환인지라 주목을 받아 보겠다는 마음 자체가 별로 없었거든요.

 
Q. 『낙원과의 이별』과 『황제폐하의 주방』 두 작품은 독특한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황제폐하의 주방』은 『낙원과의 이별』에 등장한 적 있는 예선친왕공 이정원의 후손, 상명군 이주하가 등장하여 후속작 또는 스핀오프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른 이야기를 더 풀어내실 생각이신지요?

A. 주인공과 줄거리만 잡아 놓은 글은 몇 개 더 있습니다. 시간과 체력, 그리고 머리가 허락하는 한은 다 써보려고 합니다.

 
Q. 『황제폐하의 주방』의 2회 차 작가 코멘트를 보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중반이라고 하셨습니다. 두 작품의 세계관은 어떻게 되며, 어디서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작품을 위해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열심히 봤다고 하셨는데 참고하신 영화들도 궁금합니다.

A. 가상의 세계이지만 읽다 보면 많은 요소를 현실 역사에서 따왔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예를 들어 황실 족보를 혼란하게 만드는 주범인 족내혼은 고려 왕실, 제국의 정부 조직은 명·청대의 관제를 기본으로 삼되, 여러 국가와 시대를 적당히 섞는 식으로요. 작중에 등장하는 나라들 역시 현실 국가를 모방한 점이 많습니다.

『황제폐하의 주방』의 시간적 배경은 입국 200주년 기념 대혁신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인데 현실의 대한제국과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 영국의 빅토리아-에드워드 시대를 많이 참조했습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읽고 지나간 책들이 제 머릿속에서 마구 뒤섞인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 저도 영향을 어디에서 받았는지 일일이 다 기억하기가 힘드네요.

영화는 「덕혜옹주」, 「해어화」, 「암살」, 「가비」, 「아가씨」를 봤습니다. 시대가 다소 안 맞는 작품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게 주된 목적이어서 크게 구애 받지는 않았습니다.

 
Q. 『낙원과의 이별』 도입부에 떡갈비와 흑차가 등장하였고, 『황제폐하의 주방』에서는 산남식 고기국수와 박하차가 나왔습니다. 이외에도 작품에 음식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유가 있으신지요? 산남식 고기국수는 안동국수와 제주국수를 섞은 것이라고 하셨는데, 작품을 쓰기 위해 따로 조사하시는지, 실제로 요리가 취미이신지도 궁금합니다.

A.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소재를 가져다 썼습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글을 쓸 당시에 떡갈비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나 커피가 고팠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안동국수는 얼마 전에 처음 먹어봤는데, 맛은 있지만 고명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제주국수는 먹은 적은 없고 사진으로만 봤지만, 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은 게 대단히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일에 쫓겨 아침도 못 먹고 출근한 남주인공이 조금이라도 배불리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안동국수의 면발에 제주국수의 고명을 더한 푸짐한 국수를 만들어 내게 되었습니다.

요리에는 전혀 소질이 없고 미식가도 아닙니다. 주면 주는 대로 맛도 모르고 먹어치우는 저렴한 미각을 갖고 있습니다.

 

Q. 브릿G 등록 작품인 『화락춘풍』, 『꽃, 다시 꽃』, 『언더독』, 「서왕」에 남기신 리뷰를 보았습니다. 작품 연재뿐만 아니라 리뷰 활동도 많이 해주고 계신데요, 그만큼 평소에 많은 작품을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고르고 리뷰를 남기시는 기준이 있으신지요. 더불어 리뷰를 쓰시면서 브릿G의 리뷰 시스템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작품 선택 방법은 다른 독자님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제목과 작품 소개를 보고 마음에 들면 일단 누릅니다. 중단편이든 장편이든 처음 열 줄 안에서 뭔가 느낌이 온다 싶으면 계속 읽습니다. 느낌이 오느냐 안 오느냐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향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언급된 네 작품은 한 발 더 나아가 ‘나 혼자 보기 아까워! 이 좋은 걸 다른 독자님들도 읽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들어서 리뷰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잘 활용만 된다면 정말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초창기에 글솜씨도 분석력도 좋은 고수님들이 리뷰를 올리시다 보니, 뭔가 격식을 갖추어서 제대로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여타 독자님들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브릿G에 등록된 작품들이 대부분 한 번 읽고 넘기면 끝인 가벼운 글이 아니라는 점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뛰어나면 아무래도 최대한 성심성의껏 리뷰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요. 예의를 갖추면서도 부담 없이 서로 감상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을 텐데, 비전문가인 제가 보기에도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Q. 리뷰를 남기신 작품 이외에 추천하고 싶은 브릿G 작품이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장편 중에는 한켠 작가님의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를 추천합니다. 문장도 내용도 아름다워서 한 편 분량이 제법 많은데도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작가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더 달라고 구걸하고 싶은데, 작품마다 쫓아다닌다고 소름 끼쳐 하실까 봐 꾹꾹 눌러 참고 있습니다.

단편 중에서는 AL 작가님의 「토르소」를 추천하고 싶어요. 역시 대단히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사랑이란 나이나 조건 또는 상황과 무관하게 찾아들 수 있다는 감상이 무어라 말할 수 없이 깊은 여운을 남기더라고요. 물론 제 단순한 감상 이상의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요.

 

Q. 『낙원과의 이별』에서는 추리/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고 하셨고, 『화락춘풍』 리뷰를 읽다보면 동양풍 소설을 무척 좋아하시는 걸로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저술 중이신 작품도 동양풍이지요. 평소 작가님께서 좋아하는 장르와 작품들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A. 추리/스릴러 장르는 읽기도 좋아하지만, 한때는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역량으로는 아무래도 불가능하겠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아서 조용히 접었습니다.

황금가지에서 출판한 작품 중에서도 『눈물을 마시는 새』, 『운명의 날』, 『듄』 시리즈, 『나이트 워치』 시리즈, 『경찰 혐오자』, 『신들의 전쟁』, 『알 라산의 사자들』, 『시녀 이야기』, 『제국의 딸』, 『방각본 살인 사건』 등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써 놓고 보니 대체 제 취향이 뭔지 저도 혼란스럽네요.

 

Q. 호흡이 긴 이야기를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근래 브릿G를 이용하면서는 중단편의 매력에도 푹 빠지셨다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새로이 알게 된 중단편의 매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이야기는 길면 길수록 좋다는 주의라서 그간 중단편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브릿G에서 중단편을 접하면서 짧은 분량으로도 얼마든지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장편과 달리 한 작품에 오래도록 매달릴 필요가 없으니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도 있고요.

 

Q. 마지막으로 이후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준비 중이신 작품의 연재 계획이 있으신지요? 앞으로 『낙원과의 이별』과 『황제폐하의 주방』을 계속해 읽어주실 독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이제 첫발을 내디딘 브릿G에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소중히 듣겠습니다.

A. 『낙원과의 이별』을 마무리하고 나면 ‘남주인공이 쿠데타를 일으켜 사미르 반도의 지배자로 등극한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 단편을 써 보려고 합니다. 다만 수위가 상당히 뜨끈뜨끈한 19금이 될 듯해서 브릿G 공개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쓰고 나서 혼자 봐야겠네요.

여러모로 생소한 점이 많은 글이라, 처음에는 다가오기가 어려우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말인 줄은 알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여러 사이트가 생겨났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가라앉는 게 요즘 세태입니다. 지금까지 브릿G를 찾아 주신 독자님들은 물론 앞으로 찾게 되실 독자님들 역시 브릿G에 대해 지금까지 있었던 사이트들과는 뭔가 다르리라는 특별한 기대를 품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르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황금가지가 운영 주체인 만큼, 그리고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만큼 브릿G는 거센 바람이 불어 닥치더라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느리게 보일지라도 차근차근 뿌리를 내려 확고한 중심을 가지고 성장하는 사이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Interviewed by 영국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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