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믹 플레져가 뭐예요? 브릿G 천가방 제작기 A to Z!

2019.7.10

 

때는 올해 봄, 신규 굿즈로 ‘오버 더 초이스’ 자수 수건 세트를 선보이고 난 후 여름 시즌에는 어떤 제품이 좋을까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였습니다. 그간 다양한 장르의 책을 기반으로 한 굿즈를 많이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브릿G의 속성이나 브랜드 의미를 담은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지요.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그래픽 디자인이 결정되고 첫 판매를 개시할 도서전에 맞춰 제작에 돌입하기까지, 브릿G만의 시그니처 천가방 제작기를 매거진으로 전해드립니다!


  • 브릿G 천가방? 근데 뭘 표현하지?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는 시기이니 더운 날에도 가볍게 들 수 있는 심플한 천가방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논의 자체는 3월 중순부터 시작했지만, 이후 도서전 참가가 확정되자 이때 맞춰 첫 판매를 개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자연스레 이야기가 모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굿즈의 핵심은 브릿G의 특색을 살린다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이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브릿G가 책처럼 확고한 물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휴대폰 같은 모바일 기기로 대변하기에도 뭔가 부족하고 온전히 브랜드를 담아 내지 못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처음부터 어떤 이미지를 담아 낼지 구체화하지는 못한 상태였지만, 여러 레퍼런스를 참고해 심플한 라인 드로잉을 작업해 보면 어떨까 하는 정도로는 논의가 되었더랬습니다.

드로잉 작업을 하는 것으로 큰 방향이 정해진 이후에는 나연 디자이너와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직접 그린 일러스트로 황금가지에서 다양한 출판물 작업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지요. 올해 초 출간되었던 故 어슐러 K. 르 귄의 에세이 선집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표지의 고양이 일러스트도 직접 그려 작업했던 것인데, 르 귄 유가족이 한국어판 표지를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한다며 극찬을 보내오기도 했었지요. 아무튼,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고 참고할 만한 내부 제작 사례도 없던 황무지 같은 상황에서도 디자이너가 ‘재미있을 것 같다’며 흔쾌히 화답해 주어서 자신감을 아주 살짝(…) 가지고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나연

 

이때부터는 브릿G를 생각했을 때 어떤 이미지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지요. 라인 드로잉 형태로 최대한 심플한 구성을 한다는 가정 하에, 처음에는 브릿G를 보는 ‘어떤 존재’의 이미지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친근하고 어색하지 않은 고양이가 단연 그 주인공으로 떠올랐고, 고양이가 중심이 되거나 주변적으로 등장하는 풍경들을 머릿속에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이미지 구상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고양이가 안경 끼고 휴대폰을 보고 있다. (상상)
  • 인간이 휴대폰으로 브릿G를 보다가 잠에 들었다. (일과)
  • 인간이 누워서 휴대폰으로 브릿G를 보다가 떨어진 폰에 얼굴을 얻어맞았다. (일과2)
  • 브릿G 앱을 보면서 브릿G 리뷰 노트에 뭔가를 옮겨 적으려 한다.
  • 고양이가 노트북 위에 올라가 있다…
  • G를 흐릿한 형체로 휘둘러 써 본다…
  • 사실은 고양이 뽀로로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브릿G를 보고 있는 느낌……
  • 인간과 같이 브릿G를 본다는 느낌……

 

이런 말도 안 되는 구상안이었지만, 정작 처음 보여주셨던 드로잉 스케치들은 너무나도 귀여웠습니다. :shock:

ⓒ김나연

↑ 고양이와 브릿G를 결합한 이미지를 표현한 초기 스케치

ⓒ김나연

↑ 디자이너가 친구와 갔던 고양이 임보 카페에서 스케치한 이미지

이렇게 고양이+물성 위주의 구상안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컨셉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탓에 어느 하나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가면서, 4월이 되자 슬슬 제작 업체도 구체적으로 알아 봐야 했지요. 일단은 온라인으로 여러 제작 업체와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며 스타일을 비교했습니다. 천가방을 소량 제작하는 업체는 온라인에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발품 한 번 안 팔고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천가방 특성상 원단도 천차만별이고 다양한 옵션과 인쇄 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기에 오프라인 제작 업체도 깊이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정말이지 가방에 대해서라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scream:

그렇게 정보를 모으던 차에 시장에 답사를 한 번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가방을 만들게 된다면 안주머니와 라벨은 꼭 포함했으면 했는데, 이처럼 가방 원단부터 부속품 제작, 후가공, 각종 인쇄 방법, 라벨 제작까지 고려하면 현장에서 여러 업체를 직접 다니면서 원단 공부도 하고 질감도 만져 보고 가격도 파악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저희의 다음 여정은, 방산시장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 아무것도 모르는 3인방, 방산시장에 가다

4월 30일, 가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디자인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장 조사를 위해 저희 3인방은 방산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전 조사도 없이 무작정 갔다가는 헤맬 것이 뻔했기에, 미리 천가방 제작 업체들을 살펴본 뒤 동선 경로를 짰습니다. 제작 업체는 여섯 군데 정도, 실크스크린 전문 인쇄 업체는 두 곳 정도 알아두었지만 실제 거리 차이도 있을 수 있고 한정된 시간 동안 모두 방문하기는 어려워 몇몇 업체를 거점으로 잡고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전날 미리 알아본 방산시장의 맛집이었습니다… 네에… 오랜만에 회사 근처 밥집이 아닌 다른 동네의 식문화를 경험하고자 필사적으로 점심 시간에 탈출을 감행! 김치찌개 쌈밥집으로 바로 향했습니다.

푸짐했던 찌개 쌈밥집에서 나와 커피를 마시러 들어간 카페(일은 언제..?) 안에서 발견한 고양이… 고양이는 운명인가 고민하다, 드디어 첫 업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가 봐도 초짜 느낌 너무 나는 3인방이었지만 요즘은 크라우드펀딩이나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소량 제작하여 판매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무척이나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셨어요. 원단에 따라 단가가 천차만별이기에 증정용으로 제작할 것인지, 판매용으로 제작할 것인지 물어 보셨고 여러 원단과 샘플을 직접 보여주시면서 견적 산출을 위한 최소 조건들을 알려주셨습니다. 원단, 사이즈, 인쇄 방식, 후가공, 포장 방식, 수량이 다 정해진 뒤에야 최종 견적 산출이 가능한 것이었어요.

 

원단과 인쇄 방식을 비교해 보는 것뿐만 아니라, 라벨 제작 방법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었기에 시장에서 직접 업체 사장님들을 만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오버 더 초이스’ 수건을 제작하면서 라벨을 만들어 본 경험은 있었지만, 이번엔 좀 더 젊은 감각(?)이라는 다른 방식으로 제작을 해보면 좋겠다 싶었지요.

 

여러 가지 샘플을 직접 보고, 원단과 인쇄 방식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면서 저희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습니다…ㅋㅋㅋ 디자인도 확정해야 했지만 단일 원단으로 갈 것이냐, 선택의 재미도 줄 겸 다른 컬러로 2종을 제작할 것이냐 등등의 고민도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원단에 따라 제작이 가능한 최소 수량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원단을 고르고, 주머니와 라벨 등의 후가공 옵션을 선택하고, 수량을 몇 개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 날은 초봄이었는데도 날씨가 무척 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장 답사가 끝난 후 카페에 들어가 현장에서 들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제작할 가방의 스펙을 일부 정리했는데, 이야기는 다시 메인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정말 아무말 대잔치… 산으로 가는 컨셉 회의… :neutral: 회의란 본디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여기서 다소 확정적으로 논의가 되었던 것은, 고양이만을 메인으로 한 이미지는 가급적 피하자는 것이었어요. 다른 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에도 고양이가 너무 많기도 하고, 사실 큰 연관성이 없기도 하고요…(쭈굴) 그래서 고전, 클래식, 장르소설, 웹소설, 접근성 등의 다양한 키워드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 Guilty Pleasure? Cosmic Pleasure!

다음 날, 각자 집에 있는 천가방을 몇 개 가져와 비교해 보면서 디자인과 가방 사이즈를 결정하는 회의를 다시 이어갔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책이라는 확고한 물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바일 기기로 표현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감각이나 정체성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즉, 장르소설과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독립적인 정체성을 문구와 그래픽 디자인으로 나타내 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족일지 모르겠지만, 브릿G에서도 전집 작품들이 연재되고 있는 러브크래프트는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즐겨 칭했다고 하지요. 문단에서 소외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집필했고, 이후 후대 작가와 독자들 사이에서 그 성취와 문학적 열정을 인정받게 된 러브프래프트의 삶과 그가 남긴 소설의 장르적 특성에서, 어쩌면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처럼 장르소설 애호가, 문학적 아웃사이더 등… 매체적 물성을 떠나, 개념적으로 저희만의 특색을 나타낼 수 있는 문구와 이미지를 고민한 결과로서 Cosmic Pleasure!라는 문구가 만들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Cosmic Pleasure!

일상에 틈입하는 장르소설의 짜릿한 즐거움
읽기 그 자체의 감각을 복원시키며 거침없이 파고드는 쾌감
한계 없이 폭발하는 상상력의 세계!

‘코스믹 플레져’는 장르소설 애호가들의 마음을 표현한 브릿G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입니다.

 

그리하여 나오게 된, 감격의 첫 시안입니다. 이 문구를 보고 디자이너는 바로 포착된 어떤 이미지가 있다고 하셨는데, 며칠간의 작업 후 이렇게 직접 가방 형태에 디자인을 얹혀 보여주셨습니다. 큰 출력물로 봤을 때 글자를 조합하고 여러 가지 요소를 덧입힌 놀라운 디테일들에 무척 감탄했더랬습니다!! :fire: 그래픽은 계속 수정 중이라, 초안 디자인을 바탕으로 견적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좀 더 디테일한 수정을 거쳐 산출된 2차 시안입니다. 지금과는 라벨 색상과 위치 정도만 바뀌었네요. 시안에서는 라벨 색상도 각기 반전되어 보이도록 했지만, 실제로 라벨은 최소 수량이 천 개 단위이기 때문에 단일한 색으로 통일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게다라 보라색 같은 별색으로 라벨 제작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구요.

이처럼, 디자인이 확정되어도 결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제작하기로 한 업체를 다시 한 번 방문해 원단을 고르고, 인쇄 색상을 확정하는 등 중요 작업 과정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원단은 가벼우면서도 탄탄한 느낌을 주는 16수 고밀도 트윌 소재입니다. 흰색도 밝은 흰색과 아이보리빛을 띄는 아이보리 백색이 있었고, 보라색도 원하는 컬러로 직접 고를 수 있었어요. 샘플 천을 먼저 고르고, 원단 색상에 맞춰 그래픽을 인쇄할 컬러칩을 디자이너가 꼼꼼히 살펴 결정했습니다. 독특한 포인트를 주고 싶어 가방 둘레와 어깨끈에는 리버스 스티치를 할 예정이었는데, 실 색상도 인쇄 색상에 최대한 맞춰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보라색과 오프화이트 색상 2가지로 제작하기로 결정이 되고 최종 데이터를 넘겼지만, 제품 발주가 들어가기까지도 여러 사정이 겹쳐 일정이 지연된 탓에 초조한 마음을 부여잡은 날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 도서전에서 팔 수 있을까?

3월부터 준비했는데 어느덧 6월이 코앞…! 도서전 준비에 분주하던 저희는 천가방 제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Cosmic Pleasure! 컨셉을 필두로, 도서전에서 선보일 모든 브릿G의 홍보물 디자인을 통합하게 되었습니다. 브릿G 브로셔도 천가방 메인 그래픽을 변주한 디자인으로 예쁜 옷을 입었고, 준비 중인 포토카드도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 준비했습니다.

가방 제작은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도서전 개막일인 6월 19일에 맞춰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약간의 시기가 살짝 초조하던 차였는데요, 코엑스에 매대를 세팅하러 간 사이 본사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가방 도착!!!

 

쨍한 색감의 컬러와 선명한 그래픽 인쇄 퀄리티를 자랑하는 가방을 드디어 실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여러 샘플로 확인했지만, 원단은 정말 실물로 느껴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은 고급스러움이 넘쳐난답니다.(흐뭇) 실제 착용감도 정말이지 뛰어나구요.

 

16수 트윌 소재는 원단 특성상 미세한 골지가 있는데, 사실 그 골지의 느낌이 특징인 소재입니다. 헌데도 이 선명한 인쇄 표현이 보이시나요? 나염 인쇄 방식으로 한 장 한 장 정성껏 제작해, 사진상에서도 가늠이 될 정도로 높은 인쇄 퀄리티를 자랑한답니다. 게다가 그래픽의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차원을 넘나드는 웜홀 고양이의 디테일이겠지 싶습니다. 빳싱-! :idea: 웜홀 고양이는 2차 굿즈로도 제작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라며… :)

 

 

그리하여 다행스럽게도, 도서전 개막일부터 무사히 세팅 후 방문객 분들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가방 속 그래픽 디자인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위와 같은 안내판을 현장에 마련해 두기도 했습니다.

폭풍 같던 5일간의 도서전이 끝나자(2019 서울국제도서전 후기→) 브릿G샵을 통한 온라인 판매 준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 이제, 브릿G샵에서 만나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게 된 여름 시즌 굿즈, 코스믹 플레져 그래픽 코튼백은 이제 브릿G샵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아래 링크가 있지만 지금 이동하셔도 되는 새창으로 열리는 구매 링크!!▶)

↑ 서로를 삼각대 삼아 이런 과정으로 이런 사진이 나오기도 하고…

 

↑ 저도 모르게 청춘 영화 카피를 외쳐버렸던 이런 야외 촬영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과정 자체도 각별했던 제품이었는데요. 브릿G 리뷰 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브릿G의 시그니처 굿즈, 그래픽 천가방 2종 제작기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정리하고 나니 뭔가 많이 생략된 것 같기는 하지만…(긁적긁적) 가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사진은 브릿G샵에서 더욱 자세히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고, 웹디자이너께서 멋지게 작업해 주신 덕분에 상품 설명이 더욱더 눈에 쏙쏙 들어오네요! :fire:

올 여름,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인 그래픽 천가방 하나 어떠세요? 여름 시즌을 기념해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 쿠폰도 발급되었으니, 할인 혜택도 꼭 함께 체크해 보세요!

 

Cosmic Pleasure! 그래픽 코튼백 보러 가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