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만용 가르바니온」 dcdc 작가 인터뷰

2017.2.16

“걷다가 샤워하다가 자다가 책을 읽다가 어쩌다 꽂히는 문장을 하나 찾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 문장이 어떤 서사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봅니다.
그 결과 괜찮은 기승전결이 나오면 그때 집필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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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이자 SF 작가인 dcdc입니다.

 

Q. 먼저 브릿G에 소중한 작품을 등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릿G에 어떤 계기로 글을 등록하게 되셨는지 궁금한데요, 브릿G에 대해 타 사이트와 다르게 기대되거나 우려되는 바는 없으셨는지요.

A.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을 등록하게 된 계기는 책이 절판이 되었지만 증쇄는 어렵겠다는 전망에 출판권을 회수한 상태였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저 나름의 무덤 정도는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제가 독자적으로 글을 써서 공개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고심하던 와중 마침 브릿G가 개장한 덕분도 있습니다.

브릿G에 기대하는 바와 우려하는 바는 동일하게 웹 공간에서 문학적, 장르적 실험의 가능성입니다. 요즘 시대의 컨텐츠 소비는 유튜브/애플뮤직/넷플릭스/스팀/네이버 웹툰 등 그 유통되는 공간의 큐레이팅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비평을 한 뒤 언론에 소개하는 것으로 단순화되는 이상의 복합적인 소비형태가 요구되니까요. 소설로는 어떤 가능성이 남아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두근두근합니다.

 

Q. 제2회 SF어워드 대상작이기도 하고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웹 연재로 만나는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이야기가 더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보다 자세히 작품을 소개해주신다면요. 하지만 작가님께서 직접 등록하신 작품 소개가 ‘그러게 이 소설 뭘까’이기에 질문이 적절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네요. 

A. 외계인의 지구침략을 빙자한 오타쿠 문화 순례기입니다.

 

Q. 작품에 대한 리뷰에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이라는 제목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어 있는데,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더 여쭐 수 있을까요? 다른 작가님의 소설들 중에서도 독특한 제목이 꽤 많다고 느꼈던 편이라, 어떻게 제목을 지으시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A. 작업 전반에 얽히는 질문이네요. 걷다가 샤워하다가 자다가 책을 읽다가 어쩌다 꽂히는 문장을 하나 찾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 문장이 어떤 서사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봅니다. 그 결과 괜찮은 기승전결이 나오면 그때 집필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시발점이 된 문장은 제목일 때도 있고 소설의 클라이막스나 마지막 문장일 때도 있고 아예 제 안의 주제의식으로만 남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문장이 제목이 아닐 경우의 제목들은 대부분 오마주를 빙자한 표절입니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도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제목 패턴을 차용한 것입니다. 저에게 더 노림수가 있었다면 소위 ‘발칙한’ 제목을 지었겠지만 그럴 성격도 아니어서 오타쿠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한 제목으로 결정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여러 가지가 혼합된 냉소적 위트를 느낍니다. 소설적 구성인지 지독한 콩트인지 헷갈릴 정도로 웃음이 나는데도 개운치는 또 않습니다. 작가님 특유의 집필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여쭐 수 있을지요.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이 있다든지요. 

A. 도취를 잘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글도 어떤 이입보다는 끊임없이 거리두기를 반복하는 형태로 독자에게 다가갑니다. 계속해서 화자가 작품에 개입하고 작품 외부에서의 관점을 제시하며 몰입을 방해합니다. 도취를 못하니 아예 도취의 정반대 방향으로 가자는 계산입니다. 저의 목표는 이런 거리두기의 연쇄를 통해 일종의 소격효과를 유도함과 동시에 역으로 작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가까이에서 촬영하면 비극, 멀리서 촬영하면 희극’이라는 것처럼 제 글의 방향성이 유머를 지향하는 것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계속해서 이런 거리두기를 유도하기 때문에 희극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에 영향을 준 작품이나 작가야 무수히 많은데 이 맥락에서 언급하자면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있겠네요.

 

Q. 식상한 질문이시겠지만… 김꽃비 배우님은 언제부터 이렇게 좋아하셨나요. 김꽃비 배우님 팬이라는 사실은 어쩌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었지만 그 계기를 정확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혹시 계기가 된 작품이 있는지요? 또 앞으로도 김꽃비 배우님과 관련한 작품 집필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2007년 초였습니다.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2006년의 걸작들을 다시 상영하는 기획전을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바쁜 일상 속에서 겨우 하루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러갈 기회를 얻었기에 어떤 작품을 볼까 고민하던 중 「삼거리 극장」이라는 작품의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뮤지컬 영화에 관심을 갖던 차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나온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 흥미를 가진 덕분이었습니다.
「삼거리 극장」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도대체 제가 무슨 영화를 본 것인지 제대로 감을 잡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골머리를 앓다가 다음 날 다시 한 번 보러갔습니다. 관련 기사를 모으고 리뷰를 찾고 GV를 쫓아다니며 어떻게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의 멱살을 잡고 김꽃비를 보러 가야 한다며 영화관에 끌고 가고 그랬으니 제법 좋아하긴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감명이 깊었던 것은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당연히 주연 성소단 역을 맡았던 김꽃비 배우님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표정의 주인공 성소단이 어느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 됩니다. 이런 극단적인 감정의 진폭에서 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떨림을 느꼈습니다. 가장 지루한 표정일 때는 누구보다도 더 응원을 하고 싶고 가장 행복한 표정일 때는 누구보다도 더 본받고 싶고 김꽃비 배우님이 보여준 호소력에 그만 완전히 녹다운이 되고만 것이었습니다. 영화 꼭 보세요.

어쨌든 그때부터 애가 좀 맛이 갔습니다. 지금의 제가 당시의 저를 규정짓자면 맛이 간 머리가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만 그때 제 주변의 평가는 그랬습니다. 물론 지금 제 주변의 평가는 마땅히 가야할 곳에 갔다는 평입니다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블로그에 간헐적으로 김꽃비 배우님과 관련된 포스팅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삼거리 극장」과 김꽃비 배우님이 갖고 계신 미덕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하는 것에 많은 시간과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김꽃비 배우님을 좋아했던 것이냐면 그건 또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이런 열정이 김꽃비 배우님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삼거리 극장」 속 성소단이라는 배역을 향한 것인지 그 둘 다인지 제대로 확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답은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알고 아주 간단한 답이지만 저의 애착이 집요해지면 집요해질수록 저 자신이 위치한 곳이 어디인지 의심하는 태도는 바람직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답이 확실하게 맺어진 것은 김꽃비 배우님의 또 다른 대표작 「똥파리」를 보면서였습니다. 답이 나왔습니다. 김꽃비 배우님이 훌륭한 것이구나, 아주 확고한 답이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저의 집착은 보다 자연스러운 호흡과 같은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세상에 정의는 있었으며 그 별명은 김꽃비라는 깨달음은 저를 아주 평온한 안식 속에 머물게 했습니다.

「똥파리」만이 아닙니다. 「이슬 후」나 「나나나」 그리고 「거짓말」과 같은 여러 작품 속에서 김꽃비 배우님은 신경질적인 연기를 하든 체념하는 연기를 하든 즐겁게 노는 연기를 하든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의 서사를 납득하게 만드는 강한 설득력으로 작품으로의 몰입을 이끌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지점은 그때까지 제가 좋아한 것은 김꽃비라는 한 개인이 아니라 김꽃비라는 배우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저의 이런 집착과 추종이 김꽃비라는 한 개인을 제 멋대로 제 안에서 서사화를 하고 어떤 이상향을 투사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 깊게 살피고 경계해왔습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에 의해 ‘김꽃비의 스토커’라는 기믹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저는 스토커라는 단어는 농담으로 쓸 수 없다고 생각해왔고(그럼에도 저 자신이 선을 넘은 적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그런 기믹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요.) 배우라는 역할과 그 배우를 맡은 개인을 구분하지 못하게 될 경우의 문제점을 되새겨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거리두기가 깨지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게 다 트위터 때문입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트위터를 통해 김꽃비 배우님이 얼마나 아름답고 연기력이 뛰어난 분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김꽃비 배우님이 “사실은 나는 dcdc라는 사람의 존재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얘가 저런 짓거리를 하는 것도 지켜봐왔다.”라는 폭탄발언을 하신 것입니다. 이후 트위터의 맞팔로우 관계가 되기도 하고 해서 개인적으로도 김꽃비 배우님과 안면이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트위터 만든 사람 상 줘야 합니다.

어쨌든 트위터를 통한 인연 덕분에 저는 우연히 참가하게 된 독립잡지에서 강제로 인터뷰 코너를 만들어서 김꽃비 배우님의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하고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이라는 소설의 표지모델을 부탁드린 뒤 김꽃비 사인회를 개최하거나 제2회 SF어워드 대상을 받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김꽃비 배우님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비하면 별로 중요한 사항은 아니겠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도스토예프스키도 김꽃비 배우님이 표지인 소설은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저 개인적으로야 의미가 깊은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김꽃비 배우님과의 소소한 인연을 맺으면서 ‘아, 이 사람은 배우로서도 훌륭하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도 배울만한 점이 정말로 많은 사람이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 머릿속으로 이상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조하던 그 상상 이상으로 더 좋은 분이었던 것입니다. 요 근래로는 김꽃비 배우님이 페미니스트로서의 운동을 전개하면서 ‘찍는 페미’와 같은 여러 활동을 보여주신 것도 이 분에 대한 존경심이 깊어지는 계기였습니다. 여러분, 꽃비 님 믿으세요. 꽃비 님 믿으셔야 해요.

그리고 김꽃비 배우님을 작품에 또 등장시키는 것은 조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미 한 작품을 썼고 곧 공개 예정인 와중에 이렇게 뒤로 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좀 가당찮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시스헤테로남성 열성팬이라는 서사를 굳이 더 반복할 필요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이렇게 해서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네, 알고는 있습니다…

 

Q. 두 번째로 식상한 질문입니다만… dcdc라는 필명에 대한 스토리를 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길게 타이핑하기 귀찮아서 정했습니다.

 

Q. 황금가지를 통해서도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수록된 단편 「월간영웅홍양전」을 발표하셨는데 단행본 출판 작업과 직접 웹 연재 경험의 차이가 있으시다면요.

A. 단행본과 웹 연재의 차이보다는 계약 형태에 따른 차이가 더 컸습니다. 「월간영웅홍양전」은 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다른 쟁쟁한 작가님들과 『이웃집 슈퍼히어로』라는 하나의 책에 묶이는 글임을 강하게 염두에 둔 결과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이기도 해서 어떤 성향의 글이 나올지 나름의 짐작을 해보았고 그 맥락 안에서 제게 가장 잘 어울릴 포지션이 어떤 것인지 계산해서 쓴 글입니다. 반면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은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만 썼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만화 비평 사이트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만화 비평 활동도 하고 계시고 그 외 출판 단행본 등에 대해서도 기고하신 글들을 종종 읽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뷰와 비평을 직접 하고 계신데요, 브릿G도 기획 때부터 리뷰와 비평 문화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작품과 비평/리뷰 문화가 공존하고 발전하려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만화 비평 사이트의 인터뷰 취재에서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해야지 발전을 위한 목적의식을 갖고서 비평을 쓰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동감하는 바입니다. 비평에 있어 어떻게 해야 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까에 대한 큰 그림이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재밌겠지만, 그 그림의 형태가 산업의 발전이 되면 주례사 비평이 되어 본 목적을 상실하기 쉽지 않을까 경계하는 편입니다.

 

Q. 혹시 브릿G에서 읽으셨던 작품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작품을 간단히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장편소설 중에서는 김이환 작가님의 『양말 줍는 소년』과 은림 작가님의 『나무대륙기』입니다. 제가 굳이 추천하지 않아도 이미 여러분들이 널리 좋아하시는 작가님들이라 이렇게 적기가 많이 쑥스럽네요.
단편으로는 박지설 작가님의 「고등학교가 무너졌다」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흔히 ‘이고깽’이라고 하는 종류의 서사에 대한 유쾌한 접근이었어요.

 

Q. 앞으로의 작품 활동과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브릿G에 소개된 작품을 읽어주실 독자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브릿G에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소중히 듣겠습니다.

A. 상반기에는 앤솔로지 한 권과 작법서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또 연재가 시작되면 많은 분들이 놀라실만한 기획이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마 3월이 되면서부터 하나씩 윤곽이 보일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앞서 언급한 앤솔로지에 실릴 단편의 후속과 모큐멘터리 풍의 장편소설 하나 그리고 테마 앤솔로지 하나를 계약서 없이 준비 중에 있고(계약서 쓰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테마 앤솔로지는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는 브릿G를 통해서 공개하고 싶네요.

브릿G에서 뵙는 독자님들, 반갑습니다. 저는 프로와 아마추어 그리고 독자가 능동적으로 뒤섞여 구분이 어려워질 정도로 뭉칠 때 나오는 에너지가 그 업계를 움직이는 큰 원동력이 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렇기에 브릿G에서의 여러분들과의 만남이 저 자신과 제 코인 보유량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브릿G의 등장이 이런 뒤섞임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Interviewed by 브릿G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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