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로 3057」 김두흠 작가 인터뷰

2017.2.14

“우체국 집배원이 되고 보니, 이게 소설 쓰는 데에는 아주 안성맞춤인 직업입니다.
직업적(?)으로 느낌이 오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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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두흠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는지요. 

A. 우체국 집배원입니다. 2015년 12월 입사했으니까, 이제 1년 조금 넘었습니다. 덕분에 오토바이 운전 실력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100미터 빙판길에서 한 번도 안 넘어지고 시속 4키로로 달릴 수 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같은 조건에서 시속 2키로에, 서너 번 넘어졌거든요. 하지만 오토바이 실력이 는 대신 소설 쓰는 속도가 줄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우울한 일이지만, 집배원 일을 하니까 소설도 쓸 수 있는 거라서, 친절하게 집배 업무를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아, 그리고 사진을 저렇게 뒷모습으로 찍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인터넷에 얼굴 사진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요, 아직 브릿G가 어떻게 발전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덜컥 얼굴 사진을 올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성격이 굉장히 예민하거든요. 아무튼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요, 브릿G 사랑합니다. 참고로 저 사진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고3짜리 여자 조카애가 찍어준 겁니다. 찍어주면서 얼마나 투덜대던지.

 

Q. 브릿G에 소중한 작품을 등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릿G에 어떤 계기로 글을 등록하게 되셨는지, 브릿G에 대해 타 사이트와 다르게 기대되거나 우려되는 바는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어떤 계기라, 확실하진 않지만, 제가 트위터에서 ‘황금가지편집장’님을 팔로우 하고 있는데요, ‘황금가지편집장’님이 트위터에 브릿G 오픈 소식을 올린 걸로 압니다. 그거 보고 좀 더 많은 사람들한테 제 소설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원래는 제가 트위터를 안 했는데, 이런 거 시간낭비 아닌가! 그런 생각에 안 했는데요, 서울에서 커피 장사할 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글 열심히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구나! 장사도 홍보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커피 장사할 때 트위터를 시작했고, 전략상 ‘황금가지편집장’님을 팔로우 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유명 소설 사이트가 있지만, 철저하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전 좀 감각적으로 세련된 분위기 좋아합니다. 이런 거 자세히 쓰면 제가 좀 건방져 보이니까요, 이런 얘기는 나중에 제가 유명해지면 하기로 하고요, 브릿G는 아직 시작 단계라 감각적으로 세련된 곳인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죠. 그런 다음 제가 계속 있어도 될 곳이면 있고, 아니다 싶으면 떠나고요. 물론 이런 말을 하는 건, 브릿G가 제 취향에 맞으니까 하는 겁니다. 계속 머물게 될 것 같다는 그 묘한 불안감(?)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Q. 궁금해 하실 독자 분들을 위해 작가님의 작품 「청포로 3057」에 대한 작품 소개를 좀 더 자세히 전해주신다면요.

A. 서울 생활 정리하고 여기로 왔을 때는 이제 소설 안 쓰려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커피 장사할 때 정말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사람들과 교류를 거의 안 하고 살았는데, 커피 장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동네 사람들과 친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삶도 자연스레 보게 됐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 사는 거 별거 없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태어났으니 살다가 죽는 것뿐이고. 그러려면 즐겁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 텐데, 저는 그동안 많은 시간을 방에 처박혀 글 쓰는 데 보냈는데, 이렇게 살면 나중에 굉장히 후회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기로 이사 와서는 한동안 여행만 다녔습니다. 외국도 가고 싶었지만, 그건 돈이 없어서 못 갔습니다. 영어도 안 되고요. 돈 못 번거랑 영어 안 되는 게 얼마나 후회되던지요, 여러분은 이 두 가지 좀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그래서 소설 안 쓰고 여행만 다녔는데요, 여행 다니면 다닐수록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무서웠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 내가 언젠가는 못 보는 거구나. 그리고 여행지 정하는 것하고 계획 짜는 게 말도 못 할 만큼 귀찮았고요. 2박 3일 일정으로 어디를 가려면 A4 용지로 빽빽하게 세 장짜리 계획표를 짜야 하는데, 두세 번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 되면 계획 짜는 게 정말 피곤해집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여행은 내 취향이 아닌가보다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역시 나는 소설을 써야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 「청포로 3057」 작품 소개를 자세히 전해달라고 하셨는데 쓸데없는 얘기만 했네요. 제목은 저게 도로명 주소입니다. 자광시 수살면 청포로 3057 (오곡리). 주소를 자세히 쓰면 이렇게 되겠네요. 주인공 주부길(37세)이 우편물 배달하는 구역에 있는 집입니다. 주부길은 집배원이자 킬러고요. 분량으로 따지면 중편이고요, 수살우체국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냥 시골에서 일어날 법한 소소한 일들을 조금 과장되게 쓴 겁니다. 작가는 자기 작품에 대해 직접적인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읽고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래서 재미있다, 저래서 재미없다, 그게 다 맞는 얘기입니다. 물론 재미없다고 하면 굉장히 속상합니다.

Q. 소설을 쓰시면서 직업인으로서 우편 배달 업무도 하신다고 전해주셨는데, 이번 작품 「청포로 3057」은 그러한 작가님의 직업 생활의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모티브를 얻으신 것인지요? 작가님의 직업적 특성이 집필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신문에서 봤나 어디서 봤나 잘 모르겠는데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분명 이런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새 영화를 만들어야 할 땐 늘 무언가를 찾듯이 살아간다’고요. 저는 제 삶을 이렇게 문장화 시킨 적이 없었는데요, 이거 읽으면서 「너의 이름은」 볼 때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줄곧 소설 쓸 수 있는 직업을 구했습니다. 회사 다닐 때도 이 일 하면서 소설 쓸 수 있나 없나가 가장 중요했고, 아르바이트 할 때도 이러면 소설 쓰는 데 문제없겠지 하는 생각에 시작을 했고, 장사할 때도 이제 마음 편히 소설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얼마나 현실 같던지요, 소설 쓰는 건 둘째 치고 사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우체국 집배원이 되고 보니, 이게 소설 쓰는 데에는 아주 안성맞춤인 직업입니다. 일단 무조건 오토바이 타고 담당 구역을 돌아야 합니다. 매일 같은 구역을 돌아야 하는데요,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주민들과 얘기를 나눠야 합니다. 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 극도로 싫어하는 타입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얼굴이 익숙해지다 보면 주민들이 집배원 붙잡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럼 저는 그거 들어줘야 하고요. 가끔 추임새도 넣어주고. 그렇게 듣다 보면 ‘와, 이거 소설 되겠는데!’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느낌이 오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제가 지금 담당하는 집이 칠백 가구 이상입니다. 거기에다 집배원은 가끔 동료와 구역을 바꾸기도 합니다. 간혹 다른 우체국으로 근무지를 옮기기도 합니다. 그럼 저는 아마 집배원으로 일하는 동안 이삼 천 가구 이상을 알게 될 것이고, 그 사람들한테서 듣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고, 직접 듣지는 않아도 사람 사는 모습들을 그만큼 많이 보게 됩니다. 늘 무언가를 찾듯이 집배 업무를 본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저는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원래 비논리적인 거, 불규칙적인 거 아주 불안해하는 사람인데요, 그런 제가 어쩌다 문창과에 가게 됐고, 소설을 쓰게 됐는지 알 수가 없는데요, 그런 제게 집배원은 아주 잘 맞습니다. 현실 속에서 비현실적인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고, 그걸 각색해서 쓰면 되니까요. 대신 쉬는 날에도 방에서 나가지를 못해요.

Q. 기존에 황금가지를 통해서도 『아빠의 우주여행』에 수록된 단편 「애니멀 201」을 발표하셨는데 단행본 출판 작업과 직접 웹 연재 경험의 차이를 느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명 웹진의 필진으로서 웹상에서의 작품 공개 방식이 익숙하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A.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입니다. 《거울》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브릿G에도 현재 《거울》 필진 다섯 명 있는 걸로 압니다. 유이립 님, 엄정진 님, 김이환 님, 은림 님, 그리고 저. 엄길윤 님도 곧 거울 필진 예정이시고요. 그러면 여섯이네요. 《거울》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출판 경험이 많질 않아서 뭐라 말하기가 좀 그런데요, 웹 연재는 독자가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아서 글 쓰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잘 유지됩니다. 삶이 안 망가져요. 글을 쓰려면 우선 늘 무언가를 찾듯이 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평소에도 긴장을 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또 무언가 덧붙이자면, 출판 작업은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느낌이 있고, 웹 직접 연재에서는 오로지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씁니다.

이게 제 성격에도 잘 맞습니다. 이건 철저한 아마추어 정신인데요, 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집배원 일은 프로처럼 할 겁니다. 그러려면 우정사업본부에서 정한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제게 의미가 좀 다릅니다.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 그 누구보다 많은 규칙을 만들어두었습니다. 제가 소설처럼 살고, 그걸 나중에 글로 옮깁니다. 이런 의미에서의 아마추어 정신입니다. 남들 보기엔 제가 망가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전략적으로 망가진 것입니다.

Q. 「청포로 3057」을 비롯한 관련 작품들은 앞으로 시리즈로 이어나갈 계획이시라고 (트위터에서…) 보았습니다만, 앞으로 작가님의 작품 활동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청포로 3057」은 수살우체국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다음 작품은 3월 공개 예정이고, 제목은 ‘수확로29길 219-38’입니다. 역시 도로명 주소이고, 제가 담당하는 구역 중 어느 집입니다. 수살우체국 시리즈는 다 제목을 이렇게 붙일 겁니다. 킬러이자 집배원인 주인공 주부길이 담당하는 구역의 지도 같은 겁니다. 물론 거의 중단편 위주일 테지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기에 장편이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장르 역시 정해진 건 없기에 SF, 추리, 판타지, 로맨스, 호러, 무협, 역사 등등 다양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술 시점이 바뀔 수도 있고, 화자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게 열려 있습니다.

수살우체국 시리즈는 제가 살아왔던 삶을 조금 각색해서 씁니다. 부모님이 이혼했고, 일찍 돌아가신 거. 고등학교 때 심각한 비행청소년이었던 거. 뒤늦게 대학 들어가서 소설 공부한 거. 소설 쓰다가 아버지 죽음이 훅하고 뇌에 박혀 15년 이상 약물 치료 받았던 거. 약물 치료 때문에 사회생활 제대로 못하고 도망치기만 했던 거. 이런 것들을 조금씩 넣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다 집배원 일 하면서 보거나 듣거나 느낀 것들을 역시 각색해서 또 조금씩 넣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듭니다. 제 인생에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렇게 쭉 쓸 생각입니다. 계속 수살우체국 시리즈입니다. 나중에 근무지가 바뀌어도 시리즈 제목은 계속 수살우체국입니다. 물론 퇴근하고 별다른 일 없으면 반드시 체육관 가서 운동하는 거, 가끔 휴일에 조조로 영화 보러 가는 거, 여행 계획 짜기 싫어서 갔던 데 계속 가는 거, 이런 이야기도 조금씩 들어갑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남들보다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몇 가지 상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다른 다양한 상상을 하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싫어하고, 대화 나누는 것도 싫어합니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돈 없고 시간 없어서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못 갑니다. 정말 소설 쓰기 힘든 인간입니다. 그래서 제 삶을 조금 각색해서 쓰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지 못해서 앞으로는 좀 치열하게 살고 싶습니다. 수살우체국 시리즈도 치열하게 쓰고요.

Q. 혹시 브릿G에서 읽으셨던 작품이 있으신지요. 

A. 죄송합니다. 아직 브릿G에서 읽은 작품은 없습니다. 다만 유이립 님 좋아합니다. 거울 중단편선 편집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작품 읽어본 적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 홈페이지 ‘토막소개’ 코너에 본인이 읽은 책 중 좋은 책을 소개해 주는데, 그런 책들 보면 거의 제 취향입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 아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걸 용기 있게 밝힐 줄도 아는 것 같았고요.

Q. 마지막으로 브릿G에 소개된 작품을 읽어주실 독자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브릿G에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소중히 듣겠습니다.

A. 저는 많은 감정이나 정서 중에서 슬픔이 가장 익숙합니다. 슬퍼야 편하고 기쁘면 불안합니다. 영화도 저 밑에 슬픔이 깔려 있어야 재미가 있고, 사진이나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슬픔이 깔려 있어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나 공감이 잘 안 됩니다.

아마 제가 쓰는 소설들이 그럴 겁니다. 슬프거나 슬픔이 깔려 있거나. 그렇다고 해서 제가 슬픔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싫어합니다. 슬픔에서 벗어나려고 소설을 씁니다. 슬픔이 익숙하더라도 대신 너무 슬프지 않게, 내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쓰겠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글 써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뭔가 주절주절 횡설수설 떠들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게다가 안 해도 될 말들까지 했습니다. 하고 나면 후회할 말들 같은 거요. 어디 그뿐인가요. 소설 이외에 다른 글 쓰는 거 굉장히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하루를 꼬박 이거 쓰는 데 날렸습니다. 제가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그만큼 브릿G에 도움 드리고 싶었습니다.

인생 깁니다. 급할 거 없잖아요. 긴 호흡으로 브릿G의 역할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브릿G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 브릿G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말장난 같은 말 별로 안 좋아하지만, 어떻게 풀어 써야 할지 잘 몰라서요. 그냥 열려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릿G 취향이 드러나지 않는 브릿G. 브릿G를 알게 돼서 기쁩니다.

아, 이제 잠을 좀 자야겠습니다. 아니지, 이미 자고 일어난 건가. 잠을 뭔가 개운하게 못 잔 것 같고. 다시 자야 하나. 아무튼 열심히 글 쓰는 집배원이 되겠습니다. 물론 제 진짜 목표는 킬러가 되는 것이고요. 작가, 집배원, 킬러. 제 삶은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브릿G 반갑습니다.

 

Interviewed by 브릿G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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