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숏터뷰] 열한 번째 게스트: cedrus(케드루스)님 편!

2025.7.29

끝까지 읽은 글에는 짧게라도 단문응원을 남기는 걸 나름의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장점에 집중하거나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는 게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 글만이 가지는 특별함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곤 해요. 무엇을 그리려고 했을까, 그게 어떤 식으로 드러났을까, 하고요.

브릿G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특별 코너 ‘브릿G 숏터뷰’, 오랜만에 진행된 숏터뷰의 열한 번째 게스트 cedrus 님을 기쁘게 소개합니다!

처음 숏터뷰를 기획할 때부터 작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겠단 생각도 늘 하고 있었는데, 열 번째 게스트를 모시고 난 후에야 처음으로 독자이자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는 독자 회원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게 되었네요. 브릿G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활동명일 cedrus 님(이하로는 편의상 트위터 닉네임에 맞춰 ‘케드루스’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relieved: )인데요, 정말로 원래도 다음 게스트로 모셔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여러 업무로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지난 6월 도서전에서 우연히 만나 뵙게 된 인연을 계기로 현장에서 숏터뷰를 부탁드리게 되었더랬습니다.

(↑ 숏터뷰 예정 리스트의 실제 증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꽉 들어찬 열 개의 질문을 보내며 인사를 드린 탓에 거절할 명분도 없이 부담을 드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케드루스 님의 평소 단문응원처럼 사려 깊고 섬세한 이야기들은 물론이고 운영 방향에도 참고할 수 있는 뚜렷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전해 주셨더랬습니다. 케드루스 님의 다채로운 일상과 면모를 들을 수 있게 되어 더 반가웠고요!

단문응원, 리뷰, 큐레이션은 물론 최근에 읽은 책을 주제로 재밌고 다채로운 소일장을 열어 주시는 케드루스 님의 이야기,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오랜만에 찾아온 숏터뷰 매거진 즐거이 읽어 주시길 부탁드리며, 이벤트 기간 동안 댓글 남겨 주시면 다양한 선물도 드릴 예정이니 못다한 이야기는 댓글로 두루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lol: :sparkles:

 


 

Q. 올해 도서전 현장에서 케드루스 님을 뵙고 인사드린 후 본격 숏터뷰를 청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숏터뷰를 빌미(?)로 케드루스 님의 정체(?)를 좀 더 알아보아야겠단 생각이 있었지만, 실제로 뵙고 나니 더욱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 깊어졌어요. 브릿G에서 활동을 시작하신 지도 어느덧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요, 2020년부터 차별화된 감상이 담긴 남다른 단문응원을 꾸준히 남겨 주시며 많은 작가님들께 큰 힘을 전해 주셨어요. 브릿G는 어떻게 처음 알고 찾아와 주셨나요?

A. 정체(?)라고 할 만한 대단한 건 없어서 조금 쑥스러워요. 그래도 간식을 선물하려면 정체를 밝히는 게 도리인 것 같아 도서전에서는 없는 용기를 끌어모았어요. 반겨 주셔서 기뻤어요.

브릿G를 찾아오기 시작한 게 2020년이었다니 새삼 놀랍네요. 처음에는 트위터를 통해 브릿G에 오게 되었는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출판사 계정이나 팔로우하고 있던 작가 계정들을 통해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원래도 책을 좋아해서 출판사에서 관리하는 소설 플랫폼이란 사실 자체가 눈길을 끌었죠. 브릿G에서 주로 장르소설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중단편 소설이 많이 올라온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어요.

 

↑ 도서전에서 케드루스 님께 선물받은 귀여운 간식 봉투(도서전 후기는 클릭↗)

 

Q. 가볍지만(?) 정말 궁금한 것부터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cedrus라는 닉네임과 프로필 이미지가 서로 연관이 있는 느낌인데, 이 활동명과 사진에 깃든 의미를 여쭈어봐도 될까요?

A. 사진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닉네임과 프로필 이미지는 연관이 있어요. 닉네임에 어울릴 만한 사진으로 골랐거든요. 다른 SNS도 그렇지만 프로필 같은 걸 꾸준히 관리하는 성격이 못돼서 첫 등록 이후로 바꿀 일이 없었어요.

닉네임의 의미는 ‘삼나무’입니다.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말하려면 또 책 얘기를 해야 하는데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삼나무가 언급되거든요. 고전어 교사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가 어느 날 모든 걸 내려놓고 긴 여행을 떠나잖아요. 야간열차를 타고, 리스본으로요. 그를 이끈 건 헌책방에서 만난 한 권의 책이었어요. 모르는 언어로 쓰인 모르는 작가의 책.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포르투갈로 이끌어요. 그레고리우스가 작가를 찾아낼 유일한 단서가 출판사 이름인 ‘세드루스 베르멜류스(붉은 삼나무)’였어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책을 출판한 인물에게 중요한 이미지이기도 했고요. 누군가에겐 영혼을 뒤흔드는 여행, 다른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 깃든 책, 이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삼나무가 있다는 게 좋았어요.

계정을 만들 당시에는 오래 사용할 닉네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지금도 여전히) 가장 사랑하는 책인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cedrus란 단어를 가져왔어요. 고전 발음인 ‘케드루스(cĕdrus)’를 트위터 닉네임으로 쓰는 중이고요.

가볍게 꺼내 주신 질문인데 제가 좋아하는 책이 얽힌 일이라 신나서 길게 써 버렸네요…….

 

 

Q. 브릿G는 중단편까지 포괄하는 오픈형 창작 장르소설 사이트이다 보니 사실 독자가 굉장히 적극적인 구독 활동을 해야 하는 공간인데요. 타 출판사에도 비장르소설 중심의 웹진을 운영하기도 하고 카카오페이지나 시리즈 같은 본격 전문 웹소설 서비스는 이미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브릿G는 이처럼 내부적으로 선정되어 계약된 작품만 골라서 서비스를 하는 형태가 아니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작품들을 찾아 읽다가 정말 재밌는 작품을 만나면 어떤 희열과 더불어 그 재미와 보람이 크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관계자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는 활동 동력이 꾸준히 이어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케드루스 님은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브릿G에서 활동을 하실 수 있는지 놀랍게 느껴지곤 했답니다.

A. 일단은 제게도 재미가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상기한 것처럼 중단편이 많이 올라온다는 것도 좋아하는 요인이에요. 저는 아직도 웹소설에 익숙해지지 못했거든요. 전자책보다도 종이책을 주로 읽고요. 연재작은 미완의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야 하지만 중단편은 잠깐씩 시간 날 때 읽기 좋아서 더 자주 읽어요.

처음 브릿G에 왔을 때 다양한 작품 중에서 취향에 맞는 글을 발견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활동한 시간이 쌓이면서 좋아하는 작가들도 많이 생겼고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러 들어오다가 다른 작가의 글을 접하게 되고, 그렇게 또 좋아하는 작가가 많아지고…… 이런 양성 피드백의 결과로 꾸준히 활동하는 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계약작과 비계약작이 섞여 있다는 것도 브릿G의 매력으로 느껴져요. 장르에 대한 애정으로 창작을 시작하는 작가가 많고 그분들이 가진 애정이 작품에서 보일 때가 있거든요. “맞아, 이런 거 좋지…….” 이런 느낌으로 공감할 때도 많아요. 생생한 열정과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지는 느낌이죠. 그 안에서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도 멋진 경험이 되고요.

 

Q. 일전에 담장 작가님께서 케드루스 님을 브릿G 첩자(?)라고 오해하셨던 게 놀랍지 않을 정도로, 작품을 읽다 보면 늘 작품 말미에 케드루스 님의 단문응원이 이미 남겨져 있는 경우가 정말 많았어요. 게다가 그 감상의 결도 다채로워서 제가 해석한 감상도 확장되는 느낌이 들 때도 많고요. 브릿G에는 틈틈이 접속하셔서 계속 작품을 읽고 단문응원을 남겨 주시는 걸까요? 도대체 언제(?) 얼마나(?) 브릿G 작품을 어떻게(?) 골라 읽으시는지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A. 담장 작가님의 음모론(?)은 제게도 인상 깊었던 사건이에요. 단문응원을 열심히 남겼더니 편집자로 의심(?)을 받다니요. 과분한 평가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브릿G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한 분인 작가님의 상상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어요.

시간과 기력이 있을 때 틈틈이 들어와 작품을 읽어요. 바쁠 때는 한동안 못 들어오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몇 년 정도 되니 나름의 루틴도 생긴 것 같고, 지금은 어엿한 취미로 자리 잡았단 생각이 들어요. 대개는 구독한 작가의 새 글을 위주로 읽는 편인데요. 이제는 구독 작가가 상당히 많아지기도 해서 다 읽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주로 중단편 위주로 읽고 있습니다. 제목이나 필명이 새로 눈에 띄면 읽기도 하고요. 특별히 가리는 장르는 없지만 로맨스에는 다소 취약한 편이에요.

중단편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래요. 저는 단문응원을 항상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연재작의 경우는 아직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니까 섣불리 판단하거나 감상을 남기기가 조심스러워요. 몇몇 연재작을 꾸준히 읽기도 하지만 바쁜 일이 생기거나 하는 이유로 도중에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같은 이유로 드라마도 잘 못 보거든요. 중단편은 시간 있을 때 들어와서 한번에 다 읽을 수 있어서 좋아해요. 못 읽고 지나치는 글들이 많다 보니 글을 더 빨리 읽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욕심이 있지만 단문응원에도 공을 들이다 보면 늘 시간이 모자라네요.

끝까지 읽은 글에는 짧게라도 단문응원을 남기는 걸 나름의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장점에 집중하거나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는 게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 글만이 가지는 특별함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곤 해요. 무엇을 그리려고 했을까, 그게 어떤 식으로 드러났을까, 하고요.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최소한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읽었는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문응원이란 이름 그대로 글 쓰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케드루스 님 오해 썰(?) 게시글 보기 :lol:

 

Q. 뿐만 아니라 정성스러운 리뷰 활동은 물론, 올해부터는 또 다채로운 주제로 자유게시판에서 소일장도 직접 개최해 주고 계세요. 소일장을 개최해 주실 때 늘 소개해 주시는 단서 역시 ‘최근에 읽은 책’이더라고요. 『샤이닝』, 『투명인간』, 『데드 스페이스』, 『금지된 일기장』, 『모로 박사의 딸』,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섭렵하는 다독가이자 애독가로서의 면모가 엿보이는데, 독서가로서 케드루스 님의 독서 루틴이나 습관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말씀하신 것처럼 책을 정말 좋아해요. 어릴 때는 거의 유일한 취미라고 해도 될 만큼 항상 좋아했어요. 손에 잡히는 대로, 아니면 그날 내키는 대로 책을 읽는 편이라서 특별히 소개할 만한 습관이 있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제가 평소에 어떻게 책을 읽는지 한번 떠올려 봤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만한 건, 아무래도 언제나 ‘병렬독서’를 한다는 점이겠네요. 출퇴근길에 챙기는 책, 쉴 때 읽는 책, 자기 전에 읽는 책이 전부 같은 날도 있지만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새로운 책을 집어 들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한번에 다섯 권 이상은 넘기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편이에요. 완독까지 너무 오래 걸릴 테니까요.

종이책을 선호하고, 잠들기 전에 몇 장씩 읽는 것도 좋아해요. 휴일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지고요. 집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책을 한 권 챙겨요. 설령 펴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들고 들어오더라도요.

장르와 분야는 거의 가리지 않아요. 그래도 소일장의 경우는, 창작 플랫폼이다 보니 소설책 중에서 재밌게 읽었던 걸 소개하고 있어요. 소일장에 직접 참여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제가 소개한 책을 함께 읽는 분들도 계셔서 즐거워요. 전에는 독서란 당연히 혼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근래에 함께 읽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어요.

혹시 궁금하실까 봐 요즘 읽는 책들을 말씀드리자면 『라자로의 미궁』,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근대문학의 종언』, 『피뢰침과 스며듦』, 『확률: 믿음과 우연』 이렇게 다섯 권이에요.

 

↑ 최근 케드루스 님의 병렬독서 목록(이미 다 끝내셨을지도…?!)

 

Q. 저 개인적으로는 주변에서 이렇게 인풋이 많은 경우 자연스럽게 아웃풋을 지향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봐 왔었는데, 케드루스 님은 어떠신가요? 결국은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스스로 쓰게 된다고들 하잖아요. 아직 브릿G에는 올려 주신 작품은 없지만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나마 창작 활동을 하고 계신 부분도 있는지 궁금한데요. 일기나 에세이 같은 형식도 있을 테니까요.

A. 읽을 시간도 부족해서 글까지 쓸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세상에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살면서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가끔 아쉬울 때가 있거든요. 제 글이라고 부를 만한 건 브릿G 리뷰란에 올린 게 거의 대부분이에요. 블로그에 서평을 써 볼까 늘 생각은 하는데 한두 번 하고 잊어버리곤 해요.

메모는 꽤 하는 편입니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다가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뭔가 이해하고 싶을 때 노트에 이것저것 끼적이거든요.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다 싶으면 미련 없이 덮어 버리곤 합니다. 따로 모으거나 정리를 하지는 않아요. 학창 시절부터 노트 정리 같은 건 영 못 하겠더라고요. 가끔 리뷰를 쓰면서 느낀 건데, 글을 한 편 완성한다는 건 굉장히 공이 드는 일이더라고요.

근본적으로는 작가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말씀드렸듯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주위에 책을 엄청 좋아한다거나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책이나 작가, 출판사, 이런 건 뭐라고 할까, 저와는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는 걸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지금도 작가라는 존재는 뭔가 엄청난 느낌으로 다가오는 편이에요. 편집자분들도 그렇고요.

 

Q. 이렇게 책과 글에 대한 이야기만 여쭤보게 되는 게 너무 상대를 일률적으로만 비추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되네요. 케드루스 님의 평일과 주말의 일상은 보통 어떻게 흘러가나요? 좋아하는 다른 취미나 활동, 일상의 루틴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브릿G 활동을 기반으로 하니 불가피하게 책과 글 이야기 위주가 될 것 같아요.

저는 현재 모 대학원에서 바이러스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브릿G에 처음 찾아온 무렵에는 아직 학부생이었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시간이 꽤 흘렀네요. 아무튼, 요즘의 일상은 늘 비슷하게 흘러가요. 실험하고 공부하고, 쉴 때면 책을 읽거나 가끔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해요.

최근엔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인근 공원 등에서 열심히 달리다가 너무 힘들어서 ‘사람은 왜 이런 걸 하는 걸까’ 고민하고, 다음 날이면 언제 고민했냐는 듯 다시 달리러 나가고 있어요.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의외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재밌는 일상처럼 보일 것 같진 않아요. 저는 만족하고 있지만요. 대학원에 있다 보면 예상 못 한 일들이 이따금 벌어지곤 해서 일상을 안정적이고 규칙적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Q. 숏터뷰의 기본 질문이지만 왠지 어렵게 느껴질 것만 같기도 한데요, 지금까지 브릿G에서 보았던 작품들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BEST 작품 5’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정말 오래 고심한 끝에 다섯 개를 골랐어요. 비공개된 경우는 제외하고요. 앤솔러지로 접한 글 두 편과 브릿G 사이트에서 접한 글 세 편입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순위를 매기기는 어려웠어요. 순서는 유념치 마시고 봐 주세요.

  • 박부용 v2 「유령열차」(『라오상하이의 식인자들』 수록)

3차원을 구성하는 축에, 또 하나의 축이 더해진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네 번째 축을 이용한 획기적인 운송업이 개발되지만, 통제되지 않는 지식욕과 정복욕은 결국 한 사람을 집어삼켜요. 도시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지요. 유령열차의 끝과 시작을 잇는 오싹한 이야기예요.

 

  • 지하경 「화촌」(『좀비 낭군가』 수록)

터널이 무너져 사람들이 화촌에 고립되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어디선가 좀비들이 몰려들고 사람들은 도망치려 하지만 화촌을 벗어나지 못해요. 단 한 사람이 살아남아 산으로 오르지만, 그곳에서 믿지 못할 현상만을 확인할 뿐이지요. 결말에서 세계가 확장되며 장르를 벗어나는 순간이 인상적이었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같은 인사로 시작하는 하루는 언제나 똑같아요. 단서를 하나씩 모으면 루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어째서 같은 하루가 반복될까,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조심스럽게 나아간 끝에 도달한 엔딩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어요.

 

  • 파랑파 「바람과 야자수가 바다를 기억하듯」

세상이 물에 잠겨 갈 때 소수의 인간들만이 선택받아 방주에 오르게 돼요. 머지않아 가라앉을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발견하지요. 그 자리에 온전히 있는 아름다움을 눈에 담으며 사람들은 세상을 기억할 거예요.

 

뿌리로 우주를 밟으며 머나먼 여행을 다녀오는 나무들의 이야기예요. 인간은 뿌리를 다듬는 장제사가 되어 나무의 시간 중 찰나를 함께하고요. 고정된 것을 움직이게 하고 기나긴 시간을 순간으로 압축하는 문장들이 아름다웠어요.

 

Q. 브릿G에서는 그간 케드루스 님이 남겨 주신 리뷰와 리뷰어큐레이션을 다양하게 모아 볼 수 있는데요, 이 작품에 대한 케드루스 님의 리뷰, 또는 이 리뷰어큐레이션 주제는 한번 같이 보면 좋겠다고 추천하고 싶은 글이 있을까요?

A. 이 부분도 꽤 오래 고민을 했는데요. 제가 쓴 리뷰나 큐레이션 자체를 추천하기보다 특별히 기억에 남은 일들을 말씀드릴까 싶어요.

이규락 작가의 「구토맨이야」를 읽고 <웃음과 폭로>라는 리뷰를 작성한 적 있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제 독서 경험을 크게 확장시켰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 저는 코미디 장르에서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제목이나 소개 글이 마음에 들면 가끔 읽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 「구토맨이야」를 반복해서 읽고 의미를 오래 고민했어요. 그러는 동안 코미디란 얼마나 어려운 장르인지, 웃음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글을 읽을 때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후로는 글의 구조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 익숙하지 않은 장르나 소재에도 선뜻 도전하게 되었고요. 읽고 리뷰를 쓰는 동안 많이 배웠던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 리뷰에 그런 점이 얼마나 드러났는지는 확신할 수 없어 부끄럽네요.

큐레이션을 시작한 건 얼마 안 된 일인데요. 소일장을 몇 번 개최하다 보니 큐레이션도 함께 올리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몇몇 작가님들이 큐레이션을 권해 주시기도 했어요. 늘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일인데 실행에 옮길 수 있어 다행이에요.

큐레이션은 아직 몇 개 올리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가는 중이에요. 내용과 주제 측면에서 어울리는 작품을 최우선으로 하되 비교적 최근에 올라온 글들을 포함시키고, 다양한 작가의 글을 소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금지된 일기장’을 주제로 삼았던 큐레이션이에요. 책 자체가 워낙 좋기도 했고, 선정했던 브릿G 단편들도 주제에 가장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때만큼 유기적인 큐레이션을 만들고 싶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사이트든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브릿G도 누가 언제 떠난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 있지요. 미래를 설계하면서도 여러 이유로 당장은 하루하루의 운영에 초점을 두게 되기도 하고요. 또 아무래도 브릿G에는 창작에 대한 니즈를 지닌 회원분들이 많다 보니 여전히 독자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로서도 끝없이 고민과 논의를 해야 할 숙제일 텐데요, 독자나 리뷰어 입장에서 활동할 때 브릿G에서 어떤 부분들을 더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지, 정책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보완할 만한 의견이나 충고를 전해 주시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회원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는 이미 몇 년 정도 브릿G 사이트를 사용하고 있어 익숙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요. 리뷰만 가끔 올리다 보니 크게 불편함을 느끼는 일도 드물고요. 그래서 제가 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 무엇이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고민해 보았어요.

✅하나는 ‘스레드소설’입니다. 웹페이지의 경우 상단 탭에 노출되어 있지만, 직접 클릭해서 들어간 일은 거의 없어요. 어쩌다 들어가더라도 활성화되어 있다는 느낌은 강하지 않더라고요. 작가와 독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이니 활성화되면 브릿G의 특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회원들의 후원이 가능하지만 브릿G 차원에서 지원한다면 더 많은 회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 같아요. 베스트 작품들이 여러 카테고리로 메인에 노출되는 것에 비하면 스레드소설은 페이지를 내려야만 확인이 가능해 못 보고 지나치는 일도 있을 것 같고요.

✅편집부 추천작과 편집부 추천 셀렉션의 구분이 다소 모호하지 않나 싶어요. 계약작과 비계약작이 구분 없이 섞여 있다 보니, 새로 유입된 독자는 편집부 추천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편집부 추천작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저도 자주 읽고 있어요. 편집부 추천 셀렉션은 편집부 추천작과 취지가 다른데, 명칭에선 차이가 크지 않죠. 같은 테마를 공유하는 작품들을 셀렉션으로 묶어 편집자분들의 큐레이션처럼 활용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브릿G는 모처럼 편집자분들이 각각의 계정으로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잖아요. 번거로우시겠지만 테마 셀렉션에도 편집자분들의 개성이 반영되면 흥미를 갖는 회원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나와 취향이 겹치는 편집자가 있다면 셀렉션을 더 자주 참고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리뷰어/독자 큐레이션이 따로 있지만 신규 독자의 입장에선 편집부의 셀렉션에 신뢰가 갈 테고요.

✅연속출석은 비교적 달성하기 쉬운 데 비해 연속 단문응원은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가끔 했어요. 사실상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게 된 지 오래이기도 하고요. 저도 그렇고, 꾸준히 단문응원을 남기는 회원분들은 개의치 않겠지만 신규 독자의 경우에는 작성한 단문응원 수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면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마이페이지 ‘독서기록’에서도 단문응원의 수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독서기록 자체가 자주 활용되는 편은 아니니까요. 독서기록 기능과 연계하면 하나의 동기 부여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부턴 저의 개인적인 건의 사항에 가까운데요. 저는 단문응원을 쓰다가 500자를 넘겨 버리는 일이 가끔 생겨요. 의식하지 않으면 어느새 500자가 다 차서 이미 써 둔 문장이 지워지기도 하고요. 벌써 몇 년이나 썼지만 아직도 당황할 때가 있어서 단문응원을 애매하게 끝낼 때가 있어요. 혹시 가능하다면 500자 제한을 글자 수로 확인할 수 있으면 편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작품을 읽는 동안 일정 단위로 페이지 수나 줄 수를 확인할 수 있으면 편할 것 같아요. 지금도 빨간 게이지 형태로 확인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단문응원이나 리뷰를 쓸 때 글의 어느 부분이었는지 지목하는 게 어렵거든요.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브릿G는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게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기반이 되니까요. 또한 다양한 장르와 형태의 글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서나 독자 입장에서나 취향을 다듬어 가기 좋은 곳이고요. 좋아하는 장르라면 그중에서도 어떤 요소가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지, 낯선 장르라면 나의 취향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탐색하는 게 즐겁죠. 그러니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일이 활발히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늘 바라게 돼요. 단문응원란 역시도 풍부한 교류의 장이 될 거라 믿고 저도 꾸준히 활동할게요.

📌 브릿G팀(1인)의 변 :tears-joy:

이미 아실 것 같긴 하지만 웹에서 작품의 문단 단위로 책갈피를 기록할 수 있는데요, 해당 문단을 꾹 누르면 책갈피 기록이 되고 작품 페이지의 책갈피 탭이나 마이페이지에서 모아 볼 때 문단의 줄 수가 나타난답니다. 다만 아무래도 직관적이진 않고 웹 특성상 작품 수정이 되거나 하면 또 흔들리거나 바뀌는 경우가 있기도 하죠. 원래는 작품 페이지에서 컨트롤 키를 누르면 분단 번호가 나타났었는데, 이 기능이 다시 적용될 수 있을지 한번 살펴보아야겠네요.

연속단문응원의 경우에도 연속출석처럼 일수를 나누어 리워드를 차등 지급한다거나 하는 방향도 거칠게 고민해 보았는데요, 오래전 기획만 해 놓고 구체화가 더 안 된 부분이 있긴 한데 다른 활동 리워드 체계와 더불어 단문응원 작성 리워드도 좀 더 세분화하여 활동 보상을 적용하는 것을 함께 검토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문응원 작성 시 남은 글자 수를 표현하는 부분도 다음 기능 추가/변경 유지보수 때 한번 가능 여부를 타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과 진심 어린 피드백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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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기간: 2025년 7월 29일(화) ~ 2025년 8월 10일(일)

당첨자 발표: 2025년 8월 11일(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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