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아스트랄 단편집 작가 11인의 특별한 수다!

2021.7.13

진상 상사의 숨은 비밀을 파헤치는 직장인 회사 활극부터 억지로 나간 소개팅에서 오징어를 닮은 상대가 나와 벌어지는 우주적 모험극, 조상님들이 되살아나는 좀비 액션, 저승사자들의 최애 작가 수명 연장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기반으로 기발한 상상력이 휘몰아치는 전무후무 유일무이한 콘셉트의 개그 크로스오버 아스트랄 단편집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출간을 기념해, 본 작품집에 참여하신 11분의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아래 2가지의 공통 질문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드렸더랬습니다. :grin:

공통 질문1. 본 작품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작가 프로젝트’가 열리기 전 이미 브릿G에 공개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작품 집필 계기와 그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작품 공개 후 기억나는 독자 반응 등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통 질문2.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재미를 자랑하는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수록작 11편 중, 본인 작품을 제외하고 인상 깊게 읽은 작품 한 편을 골라 추천해 주세요!

저마다의 고유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들의 집필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다른 수록작 추천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정리하는 동안에도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지금부터, 여러분께도 그 이야기 남김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wink:

 

「무한마계지하던전」 ‘삶이황천길’ 작가의 코멘트💬

1. 공모전 이름에 쓰인 ‘아스트랄’이라는 단어는 제가 청소년일 적 자주 쓰이던 말입니다. 그래서 그 시절의 감성으로 쓰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천계와 마계, 소위 말하는 『천마대전』이라는 판타지 소설의 오랜 클리셰를 끌어온 까닭도 그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농으로 던지는 ‘마계인천’이라는 밈에서 시작한 이야기지만 저는 이곳이 마계라기보다는 무정부 상태였다고 봅니다. 만화 『북두의 권』에 그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요. 소설은 지극히 저의 경험을 기반으로 쓰였습니다. 겨울에 동생 패딩에 오버로크를 치러 ‘양키시장’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양키시장을 처음 알았던 시기와 맞물려 ‘인천도시문화축전’이 개최되었죠. 시는 신종플루가 창궐하는 가운데 야심 차게 축제를 열었고, 당연히 망했는데 망했으니까 학생이 동원됐죠. 제가 살았던 인천은 단순히 ‘마계’라는 밈으로 표현되는 인천이 아니라, 정말 세기말적 공간이었어요.

사실 이 글을 쓰고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같이 글 쓰는 동료에게 보여주고 ‘맹탕 이하’라는 평을 들어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거든요. 그 말이 너무 강력한 멍에여서 지금도 그런 두려움을 느끼고요. 살면서 받을 필요도 없고 이겨낸들 아무 가치 없는 상처가 있는데, 바로 그 말이 그런 유였어요. 정작 책이 나오니 코미디 영화의 주연이 된 기분이네요.

2. 저는 결과 발표 이후부터 꾸준히 한고요 작가님의 「오징어를 위하여」를 좋아했습니다. 오진오 씨의 모든 설정이 미칠 것 같아요. 망한 소개팅이 점점 범우주적 사건으로 번지는데, 비장하게 다리에 초장 바르는 걸 허락한다는 장면, 횟집 사장과 추격전에서 저항도 못 하고 빛에 끌리는 장면, 주인공이 ‘빌어먹을 정도로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기절하는 장면까지 눈물 나게 웃기지 않나요. 작가 코멘트(브릿G 등록 버전 「오징어를 위하여」 작가 코멘트 ― “누군가 민주주의의 폐해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오징어버거를 가리켜라.”)까지 완벽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저는 라이스버거를 좋아합니다.)

 

삶이황천길(↗) 1992년생,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는 동안 조금씩, 꾸준하게 글 쓰는 것이 소소한 인생 목표.

⬇️연재 중인 작품⬇️

 

 

「창고」 ‘정재환’ 작가의 코멘트💬

1. 3년 전이라 당시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제 욕망이 「창고」라는 작품을 쓰게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 쓰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닌데, 「창고」는 유독 빨리 썼고 작업하는 동안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 쓴 단편소설이라 제겐 특별한 작품입니다.

2.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가 재밌었습니다. 임여사를 살리려는 사자들, 저승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귀여웠어요. 작가로서 감정이입이 됐는지, 임여사 님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소설을 쓰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재환(↗) 「네버 체인지」, 「형사3이 죽었다」 등의 단편이 각각 황금가지와 안전가옥의 앤솔러지에 실렸다. 소설과 시나리오를 쓴다.

⬇️타임리프 문학상 수상작⬇️

 

 

「죽음에 이르는 병, 발기부전!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 ‘그린레보’ 작가의 코멘트💬

1. 계기는 담뱃갑의 흡연 경고용 사진을 본 거네요. 지금은 안 피우지만 당시 상당한 골초였는데, 흡연 경고 이미지 중 ‘발기부전’이 그나마 덜 혐오스러워서 나름대로 선호했었습니다. 어느새 단골 편의점에서도 제가 오면 가능한 한 ‘발기부전’ 경고 이미지가 있는 담배를 주셨었네요.
아무 생각 없었는데 공개 후 의외로 재밌다는 반응이 많은 데다가 ‘아스트랄’의 요건을 충족했다는 데엔 놀랐습니다. 저 자신은 어디가 ‘아스트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2. 재환 작가님의 「창고」. 실은 저…… 올해부터 헤어 케어 제품들에 돈을 들이기 시작해서요.

 

그린레보(↗) 대학 졸업과 사회생활을 거쳐 현재 조상님과 나 자신의 유산으로 유유히 생활 중. 모 만화의 녹색머리 캐릭터를 존경해서 필명도 그 관련으로 지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캐릭터에게 누가 되는 짓을 한 거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주술사들이 돌아가면서 싸우는 만화의 안대를 한 선생님 캐릭터를 존경하고 있다.

⬇️브릿G 최신 등록작⬇️

 

 

「생매장 여관의 기이」 ‘정도경’ 작가의 코멘트💬

1. 집필 당시에 제가 실제로 모 단체에서 실무담당자로 일하며 고통받다가 그만둔 지 얼마 안 되어 저의 열 받은 마음과 제가 응원하고 지지하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 신문에 났던 기사 등을 전부 뒤섞어서 썼습니다. 읽으신 분들이 모두 굉장히 즐거워해 주셨고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재미있다고 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2.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진지하게 읽다가 대전에는 튀김소보로밖에 없다는 문장에서 왠지 빵 터져서 한참 웃었는데 알고 보니 그 문장이 복선이었습니다.

 

정도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를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다. 최근에는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 전면 도입을 위해 투쟁하다가 벌금 4400만 원 맞고 대표님들이 벌금 낼 돈 없으니 노역으로 때우겠다고 구치소 들어가셨는데 후원자들이 이틀 만에 벌금 다 모아서 다다음 날 풀려났다.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않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 제정 만인선언 영상을 온라인으로 접수하고 있다. 정도경은 데모도 하고 후원도 하고 오체투지도 하고 행진도 하고 소설도 쓴다. 물론 마스크도 쓰고 손세정제도 쓴다. 팬데믹으로 모두 다 힘들어졌고 그래서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존중받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가열차게 싸워야만 한다.

⬇️장르 여성서사 작품집 수록작⬇️

 

 

「목탁 솔로」 ‘탱탱’ 작가의 코멘트💬

1. 2017년 가을쯤 브릿G에서 활동 중이시던 작가분들이 소일장이란 작은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어느 여행지의 숙소에서 한 장 가득 메모해 온 무질서한 단어들을 꺼내놓고 「목탁 솔로」를 작성해 참여작으로 올렸습니다. 그 이후 몇 년이 지나서 아스트랄 작가 프로젝트가 열렸을때 이 작품을 출품하였습니다. 작은 이벤트였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기에 운이 좋은 셈이었습니다.

2. 한고요 님의 「오징어를 위하여」를 추천하겠습니다. 브릿G에 자주 머물던 때에 저는 이분의 글들을 즐겨보았습니다. 본 수록작 말고도 한고요 님의 모든 글을 추천합니다. 마구 던져놓은 것 같지만 막상 파고 보면 정리가 잘 되어있다는 기분이 들게 해줍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그런 줄도 모르게 보다 보면서 계속 보게 됩니다. 끌려 들어가실 겁니다.

 

탱탱(↗) 인천에서 거주 중이며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목탁 솔로」가 첫 출간작이다.

⬇️유쾌 발랄 테마물⬇️

 

 

「오징어를 위하여」 ‘한고요’ 작가의 코멘트💬

1.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40주년을 맞이하여 레전드 햄버거 투표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단종된 햄버거를 투표로 재출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햄버거 중에서 제가 정말 좋아했던, 단종되어 무척 안타까워했던 햄버거가 있었고 저는 그 햄버거의 부활을 염원했어요. 반면 좋아하지 않았던 햄버거도 있었습니다. 오징어 버거였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오징어 버거가 예선에서의 득표율이 높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설마 오징어 버거겠어?ㅋㅋ” 했습니다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오징어 버거가 1위를 하여 재출시된 겁니다. 저는 그에 따른 아쉬움으로 본 작품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써놓은 작가 코멘트를 보십시오. 왜 그렇게 해놨는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민주주의 국가의 일원답게 결과에 수긍했고 일단 먹어봤습니다. 정말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소스가 매웠습니다. 대단히 화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거든요. 집에 가자 배탈이 났어요. 저는 매운 걸 먹으면 종종 배탈이 납니다. 로댕의 청동상처럼 변기에 앉아 분노를 억누르다가 ‘안 되겠다. 주인공 녀석을 독도에서 없애버려야겠다.’ 했습니다만…… 이후 장염에 걸려 흐지부지하다가 그냥 그대로 마무리한 기억이 납니다. 감사하게도 공모전에 당선되어 제 장염이 헛된 아픔은 아니게 됐습니다.

저에게 글이란 도피이며 도전입니다. 삶으로부터의 도피이고, 독자와의 만남에 도전하는 겁니다. 이번 글은 멋진 도피였어요. 살면서 이런 아스트랄한 글을 써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다 보니 이 험한 세상에서 웃을 줄 아시는 멋진 독자분들도 만났습니다. 덕분에 저도 기분 좋았습니다. 모든 반응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집필하게 된 계기가 우스꽝스럽긴 해도 글 자체는 진지하게 썼습니다. 이 세상에 의도 없는 글이 없듯, 오징어를 위하여 또한 의도가 있는 글이에요. 그중 하나가 웃음이죠. 효과적인 웃음은 진지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오진오’가 그 역할이었어요. 한없이 진지해야만 하는 인물이었고 그에 따른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2. 탱탱 작가님의 「목탁 솔로」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님이시기도 합니다. 해당 작품은 브릿G 특유의 문화인 소일장을 통해서 나왔던 거로 기억해요. 2017년경에 열린 ‘특정 키워드가 들어가는 단편 쓰기’(클릭↗)였는데, 저도 참여했었어요. 그때 「목탁 솔로」를 처음 읽어봤고 “이분 참 재밌네.” 하며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바쁘신 관계로 뵙기 힘든데요.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한고요(↗) 글 쓰는 금융 자산 운용가. 시창작동인 반걸음의 일원. 선호보다 미지를 택하는 도전을 즐기면서 종종 낭패를 당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정말 어떻게든 살고 있다. 당신의 계좌가 늘 시뻘겋기를 기원한다.

⬇️본격 야구 심리 스릴러?!⬇️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이경희’ 작가의 코멘트💬

1.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2019년 추석 연휴 동안의 경험과 감정을 한데 그러모은 단편입니다. 당시 저는 온 국민이 튀김으로 조상신을 소환하는 강령 주술에 심각한 피로감을 느꼈고, 트위터 타임라인을 가득 채운 온갖 종류의 명절 괴담을 실시간으로 읽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연휴가 끝나자마자 단숨에 두 줄짜리 로그라인을 썼어요.

‘원인불명의 사고로 조상님들이 되살아난 아포칼립스 세상, 이혼한 며느리 요한나는 무덤에서 돌아온 시어머니를 상대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2. 「오징어를 위하여」입니다. 오진오 이 사람, 도대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혼란에 빠진 뇌를 추슬러 ‘벙찐’ 표정으로 읽어가다 보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개그에 피식 웃어버리고 말게 됩니다. 분하지만 제가 졌어요. 해도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이 작품은 멈춤이 없습니다. 정도를 모르고 진짜 끝까지 갑니다.

 

이경희(↗)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 작가.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 장편소설 『테세우스의 배』, 단편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등을 발표했다.

⬇️타임리프 문학상 수상작⬇️

 

 

「You are what you eat」 ‘사피엔스’ 작가의 코멘트💬

1. 당시 6살이던 제 아이와 놀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입니다. 각자 이상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며 얘기하던 중이었는데요. 그때 제가 아이에게 자주 읽어주던 자연관찰 책에 나오는 자연 물질의 순환이라는 주제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근데 그 순환이 거꾸로 일어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제 얘기가 재미없다 했지만 저는 마침 아스트랄 프로젝트에 낼 작품 아이디어를 찾던 중이라 이게 꽤나 아스트랄하고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연구원 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 일단 주인공을 연구원으로 설정했고요,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한 거라 플롯을 정해두진 않았고 생각의 흐름대로 썼는데 다행히 막히는 것 없이 잘 써졌습니다. 제출 전에 다시 읽어보니 결말이 심심한 것 같기도 하고 진부한 것 같기도 해서 마지막 문장을 추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독자님들께서 그 반전을 좋아해 주셔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당신이 평창입니다」입니다. P의 심리가 변해가는 모습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황당해서 읽는 내내 피식피식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는데요, 당시 홍보 문구와 전략들을 어쩜 이렇게 절묘하게 활용하셨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감탄하고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소름이 돋는 걸 느꼈는데요. 꼭 저런 시술이 아니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정부나 기업에 의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어떤 세뇌를 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았고 그래서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입니다.

 

사피엔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후 화학 회사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회계사로 일하다 육아로 전직했다. 책과 영화를 좋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으나 진지하게 소설을 쓰고 싶어진 건 조지 R. 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를 읽으면서, 과학소설을 쓰자고 마음먹은 건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과 테드 창의 단편들을 읽고 나서였다. 본업에 매진하는 틈틈이 읽고 쓰며 작가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

⬇️브릿G 최신 등록작⬇️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 ‘강엄고아’ 작가의 코멘트💬

1. 지금 브릿G에 「해원부 병과 33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저승사자 권필이 등장해요. 하루는 자정이 넘은 시각에 권필이 나오는 장면을 쓰고 있는데, 문득 ‘혹시 내 뒤에서 저승사자가 모니터를 보고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게 무섭다기보다는 재밌겠더라고요.

‘어! 이 사람 저승사자 얘기를 쓰네? 나에 대해 뭐라고 쓰는 거지?’ 하며 관심 깊게 글을 읽는 저승사자를 상상하다가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가 탄생했습니다.(어쩌다 보니 연재 중인 제 글 홍보가 된 것 같지만, 다분히 계획적임을 알려드립니다.) 저만 재미있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댓글을 달아 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 번 터졌다는 분도 계시고, 마시던 걸 뿜을 뻔했다는 분도 계셨어요. 재밌다는 반응도 좋지만, 저는 ‘웃겼다’는 반응이 더 좋습니다. 웃으라고 쓴 글이거든요.

2. 저세상 상상력으로 무장한 엄청난 텐션의 작품들이라 뭐 하나를 콕 집어서 말씀드리기 참 힘듭니다. 일단, 예전에 브릿G에서 이미 읽었던 작품들은 제외하고(이미 아는 내용이라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임.) 책을 받아 보고 처음 읽은 작품 중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OO를 데려가면 나 대신 생매장해 주나? 생매장 조건은 뭐지?’ 제목만 보고 생각했습니다. 「생매장 여관의 기이」가 저는 참 인상 깊었습니다. 마그네슘 영양제를 열심히 먹고 ‘마그네슘워먼’이 된 사연도 기발하고, 여관은 이름부터 기이한데, 방마다 들어있는 외계인이 지구에 온 이유도 기존의 사고를 깨버리거든요. 그 속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코 재미에 묻혀버리지 않습니다. 아주 확실하게 작가가 할 말 다 합니다. 주제가 확실하면서 ‘아스트랄’한 작품이죠.

 

강엄고아(↗) 마법이 난무하고 용이 횡행하는 세상을 꿈꾸며 여러 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토종 신과 괴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 적은 데 대해 깊이 아쉬운 마음을 담고 직접 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토종 판타지 단편들과 SF 단편을 썼고, 현재는 토종 신과 괴물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 보여 주자는 목표로 한국 판타지 장편을 집필 중이다. 얼마 전에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필진으로 합류했다.

⬇️계획적인 그 연재작⬇️

 

 

「당신이 평창입니다」 ‘0’ 작가의 코멘트💬

1. 집필 계기는 사소했습니다. 당시 스트레스로 몸이 아파 신경외과를 찾았는데, 그 병원이 워낙에 낡고 해주시는 시술 느낌이 너무 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들을 버무려 가벼운 마음으로 써 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반응이 많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뜻밖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브릿G에서 열어 주신 댓글 이벤트(클릭↗)도 기뻤고, 지금같이 종이책의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되어 영광입니다.

2. 이경희 작가님의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입니다. 제목도 정말 재밌고, 계속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조상님들이 살아생전 가장 미련이 많이 남은 장소로 소환된다는 깨알 같은 설정이나, 사태의 원인을 의외로 과학적으로 검증한다거나(!) 그러다가 종국에는 광기 어린 해결책으로 치달아가는 결말을 읽으며 즐거웠어요. 마지막 문장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0(↗) 터벅터벅 동네 서점에 걸어가 스티븐 킹 전집을 사 모으던 아이가 자라 그 책을 출간한 출판사와 소설을 내게 되었다. 영상을 공부했으며 호러, SF, 코미디를 좋아한다. 계속 쓰고 싶다.

⬇️브릿G 최신 등록작⬇️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유기농볼셰비키’ 작가의 코멘트💬

1.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는 농담과 약간의 경험담, 그리고 사랑의 공예가이자 인천 최고의 애정 수필가 러브크래프트 선생님의 크툴루 세계관에 대한 해양생물학적 팬심을 모아서 빚은 단편입니다. 정말이지 말로 다 할 수 없이 코스믹한 여러 가지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평소에도 인천에 대해서 ‘인천 월미도 앞바다가 맨날 초록색인 이유는 위대하신 크툴루님께서 기거하고 계시기 때문이고 르뤼에는 사실 백령도에 있다’ 같은 농담을 자주 치면서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놀곤 했어요.

그러던 2019년 4월의 어느 날 브릿G 만우절 소일장 공고를 보고 마치 크툴루님의 계시와 같은 영감이 스쳤습니다. 제가 인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지금도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곳이라 인천인 당사자로서(?) 농담을 통해 ‘인천 크툴루 월드’를 구축해 온 것들이 있었거든요. 거기에다가 마침 만우절 소일장이라 하니 평소에 쉽사리 꺼내기 힘들었던 ‘가장 만우절스러운 인천 이야기’를 단편으로 한번 짜보자! 싶었죠. 위대하신 서해 용왕님과 대련할 만한 인천의 상징성이 있는 분은 역시 맥아더 장군님이 아니실까 싶어서 맥아더 장군님을 모시는 보살님과 크툴루 용왕님의 빅매치를 만들어보았어요. 하루에서 이틀쯤 구상 메모를 해 놓고 소일장 마감일 날 네 시간 반 만에 후루룩 써 내려갔는데 생각 외로 오랫동안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 주셔서 되게 놀랍고 기뻤습니다.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다면 이 작품이 제 작가 활동 사상 처음으로 폭풍 같은 알티를 타게 된 계기인 당시 트위터 닉네임 ‘참치’ 선생님의 트윗이에요. 기똥찬 소설이라고 소개해 주신 게 참 재밌고 고마웠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제가 쓴 단편소설이 2,500 알티를 넘어가게 되어서 많은 독자님들께 맥아더 보살님이 알려지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프라우다」 연재 초기였고 아직 이름이 덜 알려져 있던 때였는데, 맥아더 보살님 덕분에 이렇게 브릿G와 독자님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그때 진짜 감격스러웠답니다. 언젠가 꼭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매거진을 통해서라도 소박하게나마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이 밖에도 사랑하는 엄마, 아빠, 맥아더 보살같은 작품이 나오도록 숱한 제 농담을 들어준 제 동무들, 그리고 네 시간 반 만에 이런 괴작을 만들 수 있는 글쓰기의 스킬을 전수해 주신 스승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어서 오세요, 동북아 코즈믹 — 허브 인천으로. 차기작은 연수구 니알라토텝과 구 송도해수욕장 금강불괴워터의 전설, 사랑의 세공사님의 개항기 인천 탐험기,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최고 미남 장춘팔 씨의 로맨스 판타지 넘치는 러브스토리 등으로 차근차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아! 이아! 제너럴 프타근!

2. 역시 인천인으로서 하이퍼 — 리얼 인천 판타스틱 아스트랄 로맨스 판타지인 「무한마계지하던전」을 추천합니다. 초고도 재밌었지만, 책으로 나온 버전으로 읽으니까 익숙한 동인천역 지하상가가 눈앞에 그려지면서 신포닭강정의 영혼이 스며들고 마지막에는 애틋한 사랑의 감동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생활감 넘치는 디테일과 적절한 리얼리즘, 그러면서도 적절한 풍자와 인천 특유의 개성, 맛의 포인트를 주는 향신료 같은 로맨스 파트까지.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인천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게 짜인 단편이고, 인천을 잘 아시는 분들이시라면……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목탁 솔로」와 더불어 훌륭한 인천 판타지를 맛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삶이황천길 작가님은 땅에 닿아 있으면서도 땅을 박차고 디뎌 조금씩이라도 올라가는 듯한, 힘 있는 리얼리즘과 SF, 판타지 요소들이 잘 조화된 작품 세계가 매력적인 작가님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재미난 인천 이야기를 많이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북아 판타스틱 — 허브, 인천 붐은 옵니다.

 

제 소개 이미지는 ‘소비에트 물범’ 입니다. 성별은 중립이고 빨간 혁명 맛이 가득해요. 모스크바에서 2015년 전승 70주년 기념일에 사 온 소련 깃발을 배경으로, 실제 소련에서 제작된 로모노소프 찻잔(밑에 백마크가 Made in USSR입니다.) 안에서 뒹굴고 있지요. 물범이의 모자는 실제 1940년대 초에 제작된 우라늄글라스 알이 박힌 반지인데요, 플루토늄과도 같은 140%의 사랑 가득 맑은 문학세계를 뜻한답니다.♥ 원래 작가 이미지로 쓰는 그림은 알렉산더 코솔라포프 작가님의 소츠 아트(Sots Art) 작품 맥레닌(MacLenin, 1991)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엉! 엉! 꿔억!

유기농볼셰비키(↗) 예술학 석사. 청정 140% 유기농으로 재배한 플루토늄처럼 상큼하고 발랄하고 로맨틱한 작품을 생산하며, 독자의 가슴 속에서 터져나갈 핵융합처럼 강력하고 사랑스러운 문학적 감동을 추구한다. SF와 역사 판타지를 주 장르로 삼고 있으며 안전가옥 앤솔러지 『편의점』(2020)에 실린 「창조와 비밀」이 데뷔작이다.

⬇️빨간 맛 연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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