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편의점에 갈 요량으로 새벽 두 시에 낡은 구멍 난 티셔츠와 낡은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서 집 밖에 나왔다. 골목의 밤 풍경은 가로등 불빛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데 노란 불빛 아래 더 노란 고양이 한 녀석이 여자를 빤히 보고 있는 것이었다.
여자는 고양이와 눈싸움을 시도했다. 그리고 한참 뒤, 고양이가 눈을 깜빡였다.
여자가 이긴 것이다.
“내가 이겼네.”
여자가 웃으며 혼잣말 했다.
“그러게. 네가 이겼네.”
고양이가 맞장구쳤다. 이건 예상 못 한 일이었다. 그러더니 녀석은 솜방망이 같은 앞발을 내밀며 말했다.
“한 번 더 겨루자. 이번엔 가위바위보.”
세상에 솜방망이를 내밀면서 자기가 가위바위보를 이길 거라고 생각하다니, 여자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보를 내며 말했다.
“세상에 말하는 고양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가위를 낼 수 있는 고양이는 없어!”
그런데 그건 여자의 속단에 불과했다. 고양이는 순간 허공으로 뛰어오르더니 두 앞발을 엇갈리게 내밀고 착지하며 외쳤다.
“가위!”
그러나 보를 낸 여자의 오른손 옆에 주먹을 쥔 왼손이 있었고, 여자는 오른손을 거두며 외쳤다.
“하나 빼기!”
그러자 고양이가 뒷발로 서서 뽀얀 배를 드러내더니 그대로 달려들어 여자의 주먹을 감싸 안았다.
고양이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보자기, 인마.”
그때
“뭐하세요, 거기서?”
라이트를 든 야간 경비원이 여자를 향해 말했다.
“고양이랑 잠시 놀아주고 있었어요.”
여자는 얼버무렸다.
“고양이라뇨? 무슨 고양이?”
“여기…”
여자는 텅 빈 주먹을 내밀었다. 고양이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여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고양이 한 마리가…”
“늦었으니까 어서 들어가세요. 동네가 영 흉흉해서”
경비원이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뒤돌아 주차장 쪽으로 가 버렸다.
가로등 불빛 아래 서서 여자는 생각했다.
‘나 방금 고양이한테 진 건가?’
그러면 고양이 대 인간. 각각 1승. 일대일 동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고양이는 사라진 뒤였다.
여자는 원래 가려던 편의점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는 다시 걸음을 옮겨 큰 도로로 나섰다.
한참을 이동하던 여자는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땅바닥이 너무 가까이 보였고, 허리가 아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손을 바닥에 짚고 고양이처럼 네 발로 걷고 있었다.
깜짝 놀란 여자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기행을 목격한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잠깐!” 하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후다닥 달려오는 것 같더니, 눈앞에 두 발로 선 무언가가 보였다.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울었다.
“아까 그 고양이네?”
이전에 없던 신발까지 신고 있었다. 여자는 좀 어이없는 기분으로 물었다.
“넌 대체 뭐 하는 고양이니?”
그러자
“편의점 가던 길 아니었나?”
고양이가 말하더니 성큼 앞서 걸었다.
여자는 얼결에 고양이 뒤를 따랐다.
그때 고양이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지갑은 챙겼어?”
여자는 어라, 하며 바지 주머니를 뒤지려 했다.
“인간들은 정말 똑똑한데, 때때로 너무 멍청하게 군단 말야.”
고양이는 언제부터 입고 있었는지 모를 새까만 후드 주머니를 뒤적였다.
“자, 이거면 충분할 거야.”
고양이가 내민 것은 말라 비틀어진 이파리였다.
“구한 지 얼마 안 된 거야. 효과가 죽여줘.”
그러더니 녀석의 덩치는 점점 커진다. 어쩌면 고양이가 커지는 만큼 여자가 작아지는 걸지도 모른다.
고양이의 꼬리가 점점 짧아지더니 후드 밑단 안으로 쏙 들어간다. 여자가 입은 것과 똑같은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에서 여자의 지갑을 쏙 꺼내 보인 고양이는 여자에게 손을 흔들곤 뚜벅뚜벅 두 발로 걸어가 버린다.
여자는 자신의 몸을 다시 제대로 살폈다. 그리고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의 몸은 어디도 이상한 데가 없었다. 몸에 냄새나는 게 묻지도 않았고 털도 늘 보던 그대로의 빛깔이다. 혹시 꼬리에 뭐가 걸렸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고양이는 잠시 생각하다 몸을 돌려 안 보이는 곳으로 뛰었다. 저 앞에서 웬 추레한 차림의 인간 여자가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는데, 왠지 기분이 나빴다.
그때
“잘 하는 짓이다.”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렸다.
“넌 이제 큰일 난 거야.”
인간 말이 왜 이렇게 잘 들리는지 모를 일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돌연 눈앞이 번쩍하며 이마가 화끈하길래 고양이는 캬옹, 소리를 냈다.
“이게 이게, 그래도 정신 못 차리네.”
웬 인간 노인네다. 그런데 노인네의 손에는 붉은 이름 모를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두두루한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맨날 뻔한 수법으로 접근하는 녀석들도 웃기지만 맨날 뻔하게 걸려드는 젊은 애들은 더 웃기단 말이지.”
노인네는 혀를 끌끌 차더니 붉은 것이 떨어지는 비닐봉지를 열었다. 그러자 빨갛고 진득한 것이 왈칵 흘렀다. 어쩐지 냄새가 달콤했다. 이런이런. 뚜껑이 열렸구만. 투덜거리며 노인네가 봉지를 내려놓았다.
“ketchup이 일반 명사가 되기 전에 어떤 회사에서는 케첩을 catsup이라고 썼다더군. 다 이유가 있었던 게지.”
노인네가 말했다. 자, 어디 보자. 네가 본래대로 돌아올 여지가 있는지 너무 늦었는지. 그러면서 인간 노인이 고양이 여자의 이마에 케첩을 찍어 발랐다.
캬옹!
고양이 여자가 등과 꼬리를 바짝 올려 세우며 위협했다. 동시에 땅이 점점 멀어지더니 두 발로 섰다. 고양이 여자가 다시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삐죽 튀어나온 고양이 꼬리도 점점 짧아지더니 어느새 여자가 몸에 걸친 티셔츠 속으로 쏙 들어가 사라졌다.
“그 고양이는 뭐죠?”
여자가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나 노인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궁금해 할 것 없어. 좌우간 얽히지 않는 게 낫다고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서 노인은 여자의 옷에 붙어 있던 뭔가를 떼어갔다.
“이건 내가 가져가마.”
아까의 말라 비틀어진 이파리였다. 여자가 재빨리 노인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잠깐만요!”
그러자 노인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뭐지? 더 파고들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을 텐데.”
여자는 노인이 가져간 이파리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그 이파리, 그 이파리가 뭔지도 안 알려주시는 건가요?”
“아아, 이건 그냥 붙어있길래.”
노인은 말을 얼버무렸다.
“고양이가 저한테 그 이파리를 줬을 때, 제 몸은 고양이가 됐어요. 근데 왜 어르신은 괜찮은 거죠?”
그러자 노인은 벌컥 화를 냈다.
“궁금해 할 것 없다니까! 다시 고양이로 돌아가고 싶은 게야?”
여자는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이런 요사스러운 것을 의심도 없이 넙죽 넙죽 받으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 것 아니냐!”
노인이 한 번 더 고함을 지르자, 여자는 이파리에 대한 궁금증이 쏙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여자는 노인이 뒤돌아서며 이파리를 코에 대고 킁킁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저기요, 영감님….”
어쩐지 좋은 것을 빼앗긴 기분에, 여자는 화가 나 노인을 불러 세웠다.
캬악!
노인은 등을 구부리며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네 발로 뛰어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잡아!”
편의점에서 뛰어나온 노인이 외쳤다.
“잡으라니까!”
고양이가 된 노인은 너무 빨랐고, 노인이 된 고양이는 너무 느렸다.
빈 골목을 원망스레 쳐다보던 노인, 아니 고양이, 아니 아무튼 노인, 이 여자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너 때문이잖아!”
여자는 혼란스러워 눈을 깜박였다.
“저 인간이 내 모습을 훔쳐갔다고!”
그러면서 노인 고양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여자는 자신의 이마에 빈디처럼 발린 케첩을 손가락으로 쓱쓱 지우며 그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이게 뭐예요. 왜 전 고양이랑 바뀌었다 돌아온 거고, 그 할아버지는 고양이가 된 거고, 어르신은… 어르신은, 고양이예요?”
노인이 여자를 째려봤다. 그리고 자신의 손등으로 쪼글한 볼을 꼬물꼬물 비비고는 몸을 돌려 편의점 문을 열었다.
“야식 사려고 온 거 아니었어?”
이제 보니 편의점 브랜드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러니까,
‘맥락상 저 이파리가 고양이의 몸을 흠칠 수 있는 무언가의 매체라는 뜻인데..’
아까부터 머리 속이 복잡했다. 어쩌다 이런 기묘한 일에 엮여버린 건지.
“뭐 먹을 거야?”
노인은 여자를 보챘다. 여자는 노인을 불신하는 눈초리로 째려봤다.
“고양이가 어떻게 편의점 일을 처리해요? 할 줄은 알아요?”
그러자 노인 고양이가 뻔뻔하게 말했다.
“모르지!”
여자는 어이가 없어 물었다.
“그런데 그건 왜 입고 계세요?”
“내가 입으려고 입은 게 아니잖아. 보면 몰라?”
진열대로 향한 노인이 반려동물 용품 코너를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있네. 기왕 이렇게 됐으니 고양이 캔 하나 사지 그래?”
그럼 네가 원하는 걸 알려줄게. 노인이 말했다. 그래서 여자는 결국 고양이 캔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 내 돈······.’
예상치 못한 지출에 여자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원하는 걸 알려주겠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하고 말았다. 그리고, 노인 고양이는 캔을 잽싸게 먹어 치웠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여자는 그 광경을 보며 저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만족한 표정을 지은 노인 고양이는 입을 열었다.
“자, 한번 말해봐.”
그러자 의심스레 보고 있던 또 다른 편의점 알바가 갑자기 계산대를 밀치고 나왔다.
“아가씨. 왜 노인을 속이고 그래요?”
“네?” 여자는 당황했다.
“이분 오늘부터 일하기로 한 분인데, 잠깐 어디 가셨나 했더니 아가씨랑 얘기하면서 들어오잖아요. 손녀라도 되나 해서 보고 있었더니…”
뭐라고 했길래 이분이 고양이 캔을 드시냐고요. 알바가 화내며 따졌다.
그러나 노인은 되려 알바생에게 “내가 내 입에 맞는 거 먹었는데 무슨 상관이야! 계산은 이 여자가 할 테니 신경 꺼. 그리고 이젠 일도 안 할 거야. 배도 채웠고, 돌아갈 방법도 찾았으니.” 라고 말했다.
알바생이 미친 사람 다 보겠다는 눈으로 노인과 여자를 번갈아 봤다.
그래서 여자는 일단 여기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치매가 있으셔서….”
입을 여는데 노인이 호통을 쳤다.
“치매는 누가 치매야!”
노인이 여자를 노려보았다.
“보기에는 이래도 일곱 살이다! 치매 오려면 멀었어!”
알바생은 이제 정말로 미친 사람 보듯 노인을 보았다.
여자는 재빨리 계산을 한 후 노인 고양이를 잡아 끌고 편의점을 나왔다.
그랬더니
“세상에나, 하하. 이게 이렇게 될 줄이야..?”
꽤나 볼품없는 모습의 미중년. 아마 MZ세대들에게는 아무렴 아재같은 이. 그자는 노인을 보고 말했다.
“나의 은사께서 누추하게 간식이나 사 먹다니. 참, 묘의 위상은 어디 가셨는지?”
“이 녀석! 무얼 잘했다고 몇 년 만에 나타나는 거냐!”
“누구세요? 아는 사람? 댁 지인이시면 데려가 주면 안 돼요?”
그에
“아. 아가씨. 저는 저 노묘의 제자 되는 선필이라 합니다. 아가씨는 저 노묘가 만든 고양이 게임에 예속되고 말았어요. 게임이 끝날 때 까지 이 밤은 끝나지 않을 거에요.”
“아니요. 그게 뭐가 됐든 저는 내일이 월요일이라 집에 가야 돼요.”
“야속하게도 이래서 인간들은.. 말을 안 듣지.”
“네? 그럼 당신은 뭐 고양이라도 되는 모양이세요?”
“이처럼 사람이랍니다?”
“하! 웃기는 짬뽕시. 저 노인이 고양이라니까요?”
“그건 참 말이 되는 말이군요?”
“뭐? 나 불렀냐? 그래서 안 도와줄꺼야?”
“정말 언제 봐도 자기 마음대로지.. 이 양반..”
“니가 내 방바닥 닦아 줄 때가 눈에 선한데?”
“좋아요 노묘 소세키.”
“이 내가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라했지!”
“싫은데요?”
그러자 여자는 번쩍 눈을 떴다.
가로등 아래 누워 잠들었던 것이다.
한 손에는 일본산 고양이 습식 캔을 쥐고 있었다.
폰을 꺼내 시계를 보니 새벽 네 시였다. 그러니까 편의점에 가려고 집에서 나온 지 두 시간이 흐른 셈이었다.
‘황당하네….’
말하는 고양이, 이상한 노인, 노인이 된 고양이와 말씨름하던 이상한 아저씨. 다 꿈인가? 하지만 손에 있는 고양이 캔이 찜찜했다.
폰을 보니 편의점 카드 결제 내역이 있었다. 여자는 고양이 캔을 쥐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갔더니 손님은 없고 알바 뿐이었다.
“저기요….”
그랬더니
“아. 지금 상품 준비중이라 적어도 11시에 다시 와주시겠어요?”
이상하다. 편의점은 24시간 아닌가. 지금이 월요일 아침이건 무엇이건 상관없다. 이처럼 천진난만한 하늘의 장난. 꿈인가 현실일까. 그것을 밝히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용건이겠지. 어릴 때부터 궁금한 건 전혀 못 참았어. 이대로는 미칠 것 같아. 여자는 오랜만에 들떴다. 그리하여 편의점 알바한테 달려갔다. 누구한테 말하면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거야.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랜만에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본디 만화를 보면 ‘아 편의점에 무슨 일이?’ 라며 발걸음을 돌릴 것이지만 나는 달랐다. 가서 당당하게 물어볼 것이다.
“네..? 아뇨.. 저기 고양이고 뭐고 간에 애초 이곳은 편의점이 아닌데요?”
“그럼 뭐죠?”
그러자
“종종 주변 주민들께서는 편의 상 편의점이라 부르시는데 저기 가게 이름 좀 보시겠어요?”
‘검은고양이’
편의점이라는 명칭은 없는 그저 동네 잡화점.
“그 캔. 매일 초새벽에 이 잡화점에 밥 얻어먹으러 오는 아이한테 줄 거에요? 근데 요즘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저, 2~3시쯤에 저 보시지 않았어요?”
“이사 왔나요..? 초면인데.”
그래서 여자는 거듭 아까 겪은 일(혹은 아까 꾼 꿈)을 직원에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반응은 변함 없었다. 소득 없이 돌아서는 여자의 등에 대고 직원이 당부했다.
“애들 밥 챙겨주실 거면 건물 그늘에 두세요. 내일 아침에 잠깐 비 온다네요.”
건성으로 고갤 끄덕이고 가게 밖으로 나온 여자는 무심코 손을 들었다 제 손에 들린 캔 포장을 보았다.
‘쌀밥 맛’
그 순간 여자는 심한 허기를 느꼈다.
이 시간에 문을 연 식당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쫓겨 나다시피 나온 편의점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여자는 손에 들린 캔을 흔들었다.
‘쌀밥 맛’
여자는 입 속에 고인 침을 서둘러 삼켰다. 캔 뚜껑을 열어 그 안에 든 것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음미하였다. 백미를 예상했는데 현미에 가까운 향내음이 입 천장에 은은하게 퍼지자 여자는 ‘고양이들이 과연 이걸 좋아할까’ 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은 그때 지나가던 중에 거리에 전시 유리로 비친 자신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것은 고양이. 그것도 백색의 하얀 고양이.
이러한 기묘한 현상에 여자는 노인과 아저씨를 찾으려 사방을 달렸다. 그러나 이 상황을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들은 밤낮으로 거리를 돌아봐도 나타나지 않았고 어딘가 개다래 내음이 퍼져오자 고양이가 된 여자는 그것을 추적했다. 그러나 태어나서 맡아본 개다래 냄새가 그렇게 좋았던 적이 있던가. 마치 마법에 홀린 듯 개다래를 쫓아갔고 사방조차 확인하지 못한 체 거리와 골목 그리고 고양이 굴을 달렸다. 그것은 정말 고양이 그 자체가 된듯한 모습이었고 스스로도 고양이로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자신에 대한 그 어떠한 이질성을 느끼지 못했다. 개다래가 풍기는 곳으로 가자 어느 나무의 앞이다. 여자는 나무 기둥의 지하로 내려가는 구덩이에 개다래 향기가 나 또 끌린 듯이 들어갔다.
그렇게 흰 고양이 여자는 고양이들이 뛰어노는 넓은 지하 세상으로 도착했다. 지하지만 너무나 밝다. 공기도 맑았고 높게 오른 나무들에는 고양이 집 같은 작은 트리 하우스들이 있었다.
나무는 캣타워 같이 고양이들이 올라 집에 들어가고 그곳에 수인의 노인과 수인의 아저씨가 나타나 여자 고양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방금 막 소란스러웠던 일을 끝낸 참인데. 새 아이가 왔군요.”
“그래. 우리가 반겨주자. 이것 또한 연이 닿은 것이니까.”
“야옹.”
여자 고양이는 그저 고양이처럼 울었다. 천진난만하게. 그러더니 회색빛의 작은 고양이와 검은색의 커다란 고양이가 나타나 여자 고양이의 털결을 반대로 그루밍하기 시작했다. 하얗고 풍성했던 여자 고양이의 털은 금새 축축하게 적셔져. 엉망이 되어 있었다.
여자 고양이를 그루밍하던 고양이들은 만족스럽게 울었다.
“앩욹”
“깱”
여자 고양이는 자기가 스스로 그루밍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녀는 아직 혀를 쓰는 법을 몰랐다. 이 무리에서, 그녀는 고양이로 사는 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배워야 할 테다.
천장 높이 뚫린 구멍에서 아침 햇살과 함께 빗방울이 흘러 들어왔다.
호스트 코멘트
<고양이의 보은> 새벽 시간 버전 같은 글이 되었네요. 개인적으론 어릴 적 영화를 보고 겁에 질렸던 적이 있어요. 난 고양이를 구해줬을 뿐인데 납치돼서 고양이가 된다..?
참여자 분들에게 소설의 제목을 추천 받고자 합니다 :) 제목 추천은 오는 8월 20일까지 진행되며, 다른 분들이 추천한 이름 중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그 분의 댓글에 답글을 다시면 됩니다.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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