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식 클리쉐 감상 브릿G 추천

대상작품: 사냥꾼들 (작가: 조나단,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1월 6일, 조회 257

1. 다 읽지 않고 쓰는 글입니다.

2. 사냥꾼들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웹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을거 같네요.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를 어떻게 정의할수 있을까요? 적당히 멸망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정도로 정의할수 있을까요?

멸망한 세계, 문명을 이루는 근간은 무너졌지만 모두 무너진 것은 아니죠. 과거의 흔적들이 남아있고, 누군가는 재생 불가능한 소모품들을 쌓아두고 있고,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것 ‘사람들’은 죽지 않았기에 이 비문명의 세계에서 문명인들은 선택하게 됩니다. 과거의 그 찬란한 문명을 재건하려 노력하거나, 혹은 문명을 완전히 벗어던지거나, 새로운 문명을 만들거나. 분명한건 과거의 문명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겠죠.

SF, 특히 포스트아포칼립스 문학이 한국에서 흔한 장르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한국은 sf를 sf라 부르지 않는 나라니까요.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의 흥행을 생각해 보면 이 장르가 인기없지만은 아닌거 같습니다.

물론 매드맥스 단 한 편 만으로 포스트아포칼립스가 유행한다고 하는건 무리겠죠.

하지만 펄프픽션의 최전선인 웹소설이라면 어떨까요?

포스트아포칼립스장르물! 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해 보이지만, 멸망한 세계에서의 모험 이야기 라고 하면 어… 내가 봤던… 그거? 인가 하는 작품들이 하나 둘 나올거에요.

거칠게 말하면, 이른바 현판회귀물의 절반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입니다. 대마왕, 이계의 침입, 차원의 교차, 그 외 수많은 이유에 의해 인류가 살던 세계는 영원한 종언을 고하고 주인공은 그 징조가 보이는 시점으로 돌아와 세계멸망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게 주된 서사중 하나니까요. 떨어지는 시점이 어디냐에 따라 포스트인지, 프리인지가 정해질 뿐이죠.

그러면 여기서 멸망한 세계라는걸 대체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요? 여기가 정말로 무섭고 으시시한 세계란 사실을요. 여기는 더이상 현대의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힘과 야만의 세계라는 증명을요.

주인공(남성)에게 여자 한명을 붙이면 되요. 여기는 이제 문명의 세계가 아니고 힘이 지배하는 세계니까, 여성은 무조건 남자에게 의존해야 합니다. 이런 장르의 웹소설은 보통 능력의 각성과 함께 시작하는데 주인공이 각성하는 능력은 범용성 있게 힘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인 반면 여성의 능력은 지배나 세뇌 관련이죠. 힘이 지배하는 세계지만 이 세계에서 여성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주변에 만만한 남자들을 성적으로 유혹해 자신을 지켜줄 호위대를 만들고 주인공까지도 유혹해 자신의 호위대로 쓰려다 퇴치당하는 역할이요. 이게 10화 내로 끝나야 합니다. 이런 소설들을 세자리대로 읽으면 독자들도 여자가 딱 나오는 순간 생각하게 되요. 여자는 남자를 물리적 힘으로 이길 수 없다.

변주는 있어요.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던 여성집단이 다른 남자 악당들에게 당해 주인공에게 구원당한다거나, 주인공이 이용하고 버린다거나, 등등 그러나 근본적으로 여성이 남자에게 의존하는 구도는 바뀌지 않아요. 여성은 절대로 주체가 될 수 없어요. 웹소설에서는 이게 클리쉐에요.

되게 띄엄띄엄 읽었는데 사냥꾼들은 ‘우연히도’ 전부 남성이고 둥이는 어린이기 때문에 심지어 배려받아요. 반면 7화에 나오는 여성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배려받지도 않고 사냥꾼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비주체로 나오네요.

 

매드맥스를 떠올려 봅시다. 여기가 야만의 땅이라는걸 어떻게 증명하나요?

주인공을 잡아다 피주머니로 만들죠.

물론 계속 말씀하실 거라 생각해요.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다 보면 분명 감상이 달라질 거라고.

농담이란 시절이 변하면, 전혀 농담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메인 테마로 가기 전, 깜깜한 이곳을 더듬에 가기엔 달빛이 너무 흐릿하단 생각이 듭니다.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이미 여기는 기존 문명이라는 상식은 이미 무너졌고, 새로운 세계의 질서가 지배하는 땅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지위만큼은 결코 역전되어선 안된다고 하면, 그게 극적 반전을 위한 장치라고 해도 거부감이 들 뿐입니다.

만약에 필요하다면, 누메네라를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8번 멸망하고 9번째, 제9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 설정집입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런 세계에서 성과 사랑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조언도 작게나마 실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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