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사실, 이 소설은 제가 브릿지에 한번 올려보라고. 가지고 있는 건 너무 아깝다고 말씀 드린 소설입니다.
앞 부분만 읽었었고요. 노엔 팝이라거나 황금가지의 LL 같은 스타일에 적절하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한민은 이전에 왕따 당하는 여학생을 구했다 되려 본인이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때의 아픔이 짙게 남은 상태에서, 음악의 길에 대한 회의감과 슬럼프에 의해 자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퇴한 그 날, 한민은 죽은 아버지에 의해 세희라는 여자의 죽음이 예견된 일기를 받게 됩니다.
이 일기를 받으면서 모든게 꼬이는데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녀에 대한 일기를 읽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그녀가 갔던 곳을 가고…
그러다가 그만 그의 상상과 사랑에 빠져버리게 돼요.
그렇게 한민의 상상과 현실의 구분이 불분명해 지면서, 진짜 그의 현실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 특유의 느낌이 있는데요. 굉장히 단조로우면서도 어딘가 붕 뜬 느낌이 상당히 괜찮게 다가옵니다.
그의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과(아무래도 예전에 좋아하던 여자애 구해줬다가 되려 왕따 대신 당한 일에 대한 아픔이 너무 큰듯),
음악에 대한 슬럼프와 그로 인한 도망(자퇴), 그리고 동생에 대한 무력감 같은 많은 것들이 합쳐지면서 얘가 진짜 세희가 아닌 자기 상상속의 세희에게 빠져드는게 보이거든요.
그게 뭔가 신비로운 듯하기도 하고… 분위기 자체를 즐기기 좋았어요.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그냥 묵혀놓지 말고 어디든 아카이브 느낌으로라도 공개는 하라고 말씀드린거고.
그런데 이 소설은 결정적인 문제가 있어요.
담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보니 뒤로 갈수록 정리가 하나도 안 되는 현상을 보입니다.
중간까지는 괜찮은데요, 동생의 이야기가 나타나면서 ‘세희’가 아니라 ‘한민’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모든게 꼬입니다.
대부분의 소설은 이런 경우, 여주인공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그 이야기가 사실은 주인공과 연결 되었다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끝나는데요. 이 소설도 그런 흐름에 충실하긴 하거든요.
하지만, 그래서 한민의 이야기랑 세희의 이야기랑 대체 무슨 관곈데? 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게 가장 크게 느껴진게 악역의 정체가 밝혀지면서였는데요, 그 악역이 한민의 가족에게도 원한을 품은걸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세희의 여동생인 소연의 얘기가 나오는 것도 너무 뜬금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죽은 이후 다시 루프한다는 결말 자체는 아련하고 좋았지만, 이런 부분들이 허술하다 느껴져서 감동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아쉬웠어요.
음, 이 아래 부분은 제가 이야기를 구성했다면에 대한 if니까, 적당히 흘려들어주세요.
주인공 가족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동생이 왕따당했고, 그거때문에 복수하려고 하는 부분을 완전히 걷어냈을 것 같아요. ‘동생이 왕따당한걸 알게되었다.’ 까진 괜찮은데 동생이 죽고 난 이후의 이야기도 뜬금 없다는 느낌이고.
악역의 경우도 동생과 한민에게는 유감이 없는 게 좋을 것 같고. 한민의 아버지가 죽은 정도는 괜찮은데 그건 그냥 휘말린 정도인걸로 둘 것 같고…
사실 악역자체도 좀 따로노는 느낌이 있어서요…
그리고 아까 마지막에 소연 이야기는 뜬금없다고 생각했다고 했지만, 소연의 이야기는 빼면 안되는게, 주인공 자체의 루저감성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부분이 소연과의 에피소드로 이어지기때문에, 굉장히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라면 상상속의 세희는 사실 소연이었다고 갔을거에요. 그래서 실제 얼굴도 모르고 만난적도 대화한 적도 없는 상상속의 세희와 사랑에 빠진거라고.
유령과 사랑에 빠진다는 건 뻔하지만 그만큼 편리한 장치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앞부분에 비해 후반부가 너무 아쉬워서 볼멘소리를 좀 했지만(…)
앞부분의 몽환적인? 이런 느낌을 뭐라말하지? 그런 느낌 때문에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