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드리워지는 전쟁의 그림자 비평

대상작품: 뜨거운 동토 (작가: 샐러맨더, 작품정보)
리뷰어: 샤유, 17년 10월, 조회 176

서장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뜨거운 동토>의 결말은 전쟁과 주인공의 죽음입니다. 애초에 이 작품은 장르상 그 타임라인이 정해진 이야기이며, 그것을 공지에서부터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배경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이점을 활용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죠.

실재하는 역사를 배경으로 둔 이야기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하면 이미 그 줄거리가 정해져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가상의 이야기를 집어넣거나, 배경만을 둔 채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접목하거나, 아예 대체역사로 나가는 방법 또한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뜨거운 동토>에서 택하는 방법론은 정공법입니다. 굳이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 않고, 격동의 역사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것이죠. 주인공인 에리카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그녀가 죽음까지 다다르는 과정을 되짚어봅니다. 일종의 미스터리 소설적인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떠한 의문을 제시한 후, 그 의문의 해답에 다가가는 과정이 이야기가 되는 거죠.

이것은 단지 역사를 흥미롭게 그려내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갖고 해석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주인공이 계급의식에 눈뜨고 동지들을 찾는 ‘작은’이야기와 노동운동 등이 시작되고 전쟁의 기운이 몰려오는 ‘큰’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식입니다. 여기서, 작가는 어떻게 큰 역사의 흐름이 작은 개인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과정은 디테일하게 조사된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작중 등장하는 원어들, 그리고 소도구들로 인해 설득력을 가지고 묘사됩니다. 정공법을 택하는 소설로써는 부족한 점이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회차상으로 20회 시점인 현재, <뜨거운 동토>의 이야기에는 서서히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격동의 역사에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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