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감상

대상작품: 죽지 않는 기사가 살아남는 방법 (작가: 미리내, 작품정보)
리뷰어: Senrits, 1시간 전, 조회 9

첫 번째 리뷰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가입 자체는 오래 전에 했지만 이렇다 할 글줄을 적은 것도 아니라 격조했습니다 같은 인사도 어울리지 않겠네요. 분명 작가님도 다른분들도 생소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적는 리뷰―그보다는 제 얕은 감상이 부디 작가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감상문을 적자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뭐라도 적어보자’는 변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아무 글이나 읽고 적자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죽지 않는 기사가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제목에서 왕년에 즐기던 라이트노벨을 떠올린 것은 순전히 제 취향 문제겠지만, 어쨌든 제목대로 죽지 않는 기사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기대한 것이 생각지 못한 결말에 배신(?)당했기 때문입니다.

‘죽지 않는’다는 수식은 그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기사는 죽을 수 없고, 그에 가까운 상해를 입지도 않습니다. 이 불완전한 영생은 기사의 뇌를 육체의 영역에 포함하지 않았는지, 흘러내리는 피는 멎게 해줄지언정 기억을 붙잡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죽음을 선사할 유일한 수단은 묘연해졌고, 처음 그가 종이에 적어내린 인간성의 흔적은 희미해지는 기억과 함께 형태를 잃어갑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이를 격리할 기억이 사라지자 감정들은 달라붙기 시작했고, 그 끝에 남은 것은 영문 모를 뒤엉킨 감정의 덩어리 뿐입니다. 그가 기록을 포기한 것은 결국 그게 무엇인지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감정마저도 잃은 것일까요.

처음 작품을 읽었을 때는 정적인 분위기에, 솔직히… 정말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살아남는 방법이란게 이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후에 놓여지는 인간성의 잔해를 보며 그러한 기록 자체가 기사가 기사로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기록으로 지식과 경험을 전할 수 있는 것은 (아직은) 인간 뿐이라고 합니다. 기사가 스스로의 기록 속에서 살아남길 원한 것인지, 아니면 기록을 남기며 인간으로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친 흔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생각해 낸 유일한 방법이었으리라 여겨집니다.

분명 사족이 되겠습니다만,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필담이든 회상이든) 기사의 모습을 보았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기사가 영생을 불사하고 사랑에 빠질 만한 공주의 모습이라거나, 영생을 얻기 전의 기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작가님이 의도하신 바라면 납득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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