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말 가볍게 써보려고 합니다.
자게에 짧은 댓글을 남기려다가, 막상 쓰다 보니 지면이 모자라서 조금 확장한 것에 가깝습니다.
자유게시판 글을 보고 관심을 가졌고, 작가님 글을 읽고서 리뷰를 써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보니, 제 실력으로는 작가님 글에 대해 제대로 된 리뷰를 못 쓰겠더라고요.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작가님 글이 재미없거나, 수준 낮아서 못 쓰겠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말해보려고는 하는데,
하나로 조리 있게 정리가 안 돼서 못 쓰겠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사정을 먼저 말씀드렸으니, 두서없이 아무 말이나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2. 청소년 소설. 아니 청소년은 뭘까요?
사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장르 자체의 존재가 조금 이상하다고, 아니 기괴하다고 생각합니다.
동화, 혹은 아동문학에서 청소년문학, 그리고 성인문학으로 이어지는 분류를 바라는 건 어른들인데,
저는 이 “청소년”이라는 존재 자체가 인위적인 구분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청소년이라는 구분 자체가 어느 정도 허상이라면, 청소년 소설은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저는 이 지점에서 자꾸 막히게 됩니다. 나도 한번쯤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포기하고 고개를 젓게 됩니다.
파충류 이하로는 태어나자마자 돌봄이 거의 없고,
새는 날갯짓을 시작하면서 성체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포유류도 젖을 떼고, 걸음마를 시작하면 곧 독립을 준비합니다.
인간만이 부모와 함께 사는 기간이 유독 긴데, 이것도 사실 생물학적으로만 정해진 기간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만들어 놓은 기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문명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13세에 결혼하는 경우도 있었고, 독립에 대한 판별 기준은 시대와 사회마다 달랐으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청소년기라는 건 자연적으로 딱 잘라 존재하는 절대적인 단계라기보다는,
사실은 어른들이 사회적으로 만들어 놓은 구분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3.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주변을 보면, 빠른 애들은 초등학교 5학년쯤 이미 야동을 봤고, 지하철역 앞에서 놀던 중학생 형들 일부는 본드를 불었던 것 같습니다.
부탄가스를 하다가 이가 깨졌다는 놈도 봤고, 고등학생 때 수의용 클로로포름을 밀매하다가 경찰에게 쫓기던 놈도 있었습니다.
물론 오해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성실하고 순진무구하게 살았습니다. (I’m MR.Pure ㅎㅂㅎ)
저 다크한 세계가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그냥 주변을 보니 그렇더라는 말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겁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청소년과, 실제 청소년들이 접하고 있는 세계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다는 겁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상남2인조’ 같은 일본 불량배 만화를 돌려보던 청소년들이,
광복절이라고 청룡쇼바에 오도바이를 몰며 야밤에 스콜피온 킥을 하던 이들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주 순수하고 말랑한 청소년용 이야기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들이 해리포터를 읽는다면?
아마 답은 뻔할지도 모릅니다.
“야 XX 드럽게 재미없네. 이거 XX 누가 가져왔냐?”
물론 모든 청소년이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요즘은 저런 학생들은 잘 없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제가 본 청소년기는, 절대로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퓨어하고 안전한 중간지대만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4. 그래서 저는 청소년문학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헷갈립니다.
청소년기란 어른들의 분류일 뿐이고, 사실은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 같은 작품도,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초등학생들에게 훨씬 잘 먹혔지, 중학생만 되어도 취향이 갈리기 시작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 조금 더 센 자극과 다른 세계를 접한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청소년용”의 순수함이 오히려 덜 먹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청소년문학, 혹은 그 진실은 이렇습니다.
그 내용과 타깃은 사실 청소년보다도 더 저연령대,
동화책을 막 떼고 장편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독자들에게는 유치해도 좋습니다.
클리셰 덩어리여도 오히려 잘 먹힐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 만나는 신선한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왕도물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이런 장르에서는 성공의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청소년문학은 퓨어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그려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어른들이 그렇게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이 참 어렵습니다.
청소년이 아닌 사람이,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더 정확히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청소년”과 “실제 청소년” 사이에서 어느 쪽을 바라봐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겁니다.
이 점에서 저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본다고 해서 판단이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작품에 관해 직접적으로 말해야 하는데도, 자꾸 딴소리를 늘어놓게 됩니다.
무엇이 좋았다, 무엇이 문제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YA 장르에 관한 제 생각만 길게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6. 그래서 「뱀파 가족이 이사 오면 생기는 일」에 대해 말하자면.
소설 자체는 제 입장에서는 무난하게 괜찮은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동에게 권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여기서 “아동에게 권할 수 있다”는 말은 낮춰 말하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앞에서 길게 말한 제 생각의 결론에 가깝습니다.
시골에 이사 온 뱀파 가족이라는 점에서는 신선성에 높은 점수가 주어지지만, 전체적인 변주는 다른 이야기에 비해 크지 않아 보입니다.
모험 활극 등의 요소로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종류의 플롯은 아니지만, 조금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이 읽는다면 읽는 맛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제 감상을 아주 냉정하게 말한다면,
“어른인 나는 그냥 저냥 읽을 만한 정도지만, 타겟 독자는 재밌어 할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청소년 소설이라는 항목에는 잘 맞는 책 같지만,
앞선 제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한다면 “스트라이크 존이 좁은 소설”이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브릿G 안의 성인 작가들이 문장, 구성, 장르적 완성도를 따지는 방식으로만 평가하기보다는,
실제로 이 작품을 읽게 될 독자층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보는 편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브릿G 내의 어른의 눈으로 이 소설에 관한 리뷰를 구하기보다는,
차라리 브릿G가 자랑하는 대문호. (우리에게는 이분이 계신다!)
두구-두구-두구—
“아빠딸” 작가님께 직접 리뷰 의뢰를 드리시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이만한 기회는 또 없다고 봅니다.)
7. 해리포터는 무수하게 퇴짜를 맞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출판사 편집자가 그 소설을 받아들인 이유는, 본인이 문학적으로 대단하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그의 딸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매애에—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품은 성인 편집자나 성인 작가의 판단보다, 실제로 그 작품을 읽을 독자의 반응이 훨씬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도 청소년을 타겟으로 한다면? 그런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단순합니다.
이 작품이 재미없거나 수준 낮아서 제가 리뷰를 못 쓰겠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제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하면 빗나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브릿G의 성인 작가님들에게 냉정한 비평을 구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이 작품만큼은 올바른 타깃에게 먼저 보여주고 반응을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평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별말도 못하면서 길게 잔소리만 늘어놓게 되어 죄송합니다.
뭘 알아서 리뷰를 했다기보다는, 작가님의 괴로움을 조금 같이 공유하고,
청소년문학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작가님과 함께 생각해본 글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품 자체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지 못한 점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