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탈 없는 편안한 자살을 도와드립니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자살 주식회사 (작가: 소현수,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8월, 조회 1418

뒤탈 없는 편안한 자살을 도와드립니다. -자살 주식회사-

 

이런 광고를 본다면 뭐 이런 것도 다 있냐며 누구라도 코웃음을 칠 것이 분명하다. 자살이면 그냥 자살이지 편안한 것은 또 뭐고, 뒤탈 타령은 또 뭔가 싶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경우라면 그 뒤에 무슨 말을 할 지 그 내용이 왠지 궁금해지고, 실제로 살짝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자살 주식회사>는 자살 주식회사의 광고 글을 시작으로 이런 사람의 심리를 살짝 자극하면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자살자 수가 멕시코에서 의도적인 살인으로 죽은 이들보다 1.5배가 많다면서 시작되는 그 글은, 자살은 근원적 본성이며 욕구이며 끌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네들이 용기를 내서 자살을 택하는 자들을 이해하고 도와준다나 뭐라나.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묘하게 설득당하는 느낌도 들었다.

 

언젠가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죽을 용기로 그냥 사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는 좀 다른 생각도 든다. 자살 주식회사의 광고 글에 설득(?!)당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그들을 이해해 보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고나 할까?! 실제로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는 사실로 인해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하고 가야겠다.

 

<자살 주식회사>는 -앞서 언급한- 자살 주식회사의 광고 글을 읽게 되는 병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 졸업을 하자마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재산도 없는 병구는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일에 시달리면서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즉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시작은 자신감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기대와 달리 잘 풀리지 않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더 이상 나아질 것은 없으며, 실패라는 늪에 빠져 이제 더 이상의 회생은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남은 건 오로지 죽음뿐이고, 삶에서 구하지 못한 성취는 죽음으로 취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마침내 자살 주식회사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병구의 삶에 대해, 또 그의 결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슴 아픈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해지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숨 막히고 답답한 순간들의 연속인 회사에서 병구는 이미 한 번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독자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은 대목이다. 숨 막히는 회사에서 그 다음이 보이지 않기에 더 숨 막히는 오늘, 또 내일을 말이다. 병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은 죽음과 삶 사이에서 삶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우리 대부분은 쉽사리 하지 못하는 선택을 그는 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생각대로 흐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우리가 두려워서 함부로 선택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인 ‘실패’라는 결과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정말 아쉽게도, 소설 속에서도 우리의 바람은 그렇게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더 슬프고 또 아프다.

 

우리가 이 작품을 통해서 좀 더 자세히 지켜봐야 할 것은 바로 이 다음 대목이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다시 일어서기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자살이 아니라 말이다. 하지만 병구에게는 그 실패가 단순한 실망과 비관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극심한 외로움으로 이어졌다. 도무지 극복할 수 없었던 그 외로움이라는 것이 점점 자라나 그에게 있어서는 창작 욕구와 의지의 사라짐과 더해져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냥 먹고 살수는 있겠지만, 어떤 기대와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삶이 가져올 고뇌와 고통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그의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통한 결론인 것이다. 항상 매우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병구의…..

 

이 모든 것을 작가는 계속해서 뭘 하건 이상적이고 논리적인 병구라는 사실을 강조해서 말하는데, 여기에서 바로 이 작품의 특징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 코미디라고나 할까?!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매우 논리적이며 합리적이기에 내리는 결론이 자살이라니 말이다. 자신만이 똑똑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많은 이들에게 날리는 비웃음이 아닌가?!

 

또한 작가는 개인적인 문제에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실제 사회적으로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서 조목조목 지목하며 비판한다. -사실 이 대목에서는 조금 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어땠을까, 간접적으로 좀 더 비웃음을 섞어서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직접적인 사실의 나열과 비판은 너무 훈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루하다는 느낌까지 들었으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자살 주식회사>는 제목 그대로 자살 주식회사라는 기이한 형태의 조직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 보인다. 고객-혹은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입맛대로 말을 바꾸고 억지 주장을 하는 사소한 모습에서부터 역시나 결국에는 돈에 따라서 자살-혹은 자살로 위장한 타살?!-을 조장하는 모습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돈과 권력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조롱하고 씹으면서 독자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개인의 자살을 좀 재미있게 다루지 않을까 싶었던 <자살 주식회사>는, 생각보다는 더 넓은 범위로 이야기를 확대해서 들려준다. 개인에서 사회 전체로 확장되는 비판들을 담으면서도 마지막까지 군데군데 웃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통해서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들려준다. 어쩌면 이미 처음부터 예상되었던 그런 결론에 다다르지만 오늘날 우리의 사회, 그리고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또 나와 다른 누군가의 생각에 한걸음 다가설 수도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어쨌거나 그래도 자살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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