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에 ‘by. 윤 지 열’이 적혀 있을 때 알아봤어야 저도 이런 상황에서 유연하고도 능숙하게 대처해서 반짝이는 눈길을 받을 텐데, 아쉽게도 저는 예전 닉네임이시구나~ 했을 뿐이지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고 로맨틱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도 아니라서, 그러면 애초에 이런 상황을 겪을 일이 없겠구나 조금 아쉽지만 역시 집이 제일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답니다.
태그의 스릴러가 프로포즈 상대에게 당장 차일지도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과 초조 때문에 붙었을까 싶은 무렵,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은 죄로 결국 죽이고 내려오는 길에 시체 유기 사실을 다른 등산객에게 어떻게 숨겨야 할지 추리하는 전개인가 싶어 미리 명복을 빌어주던 때에 등장한 깊은 산속 별장이 어찌나 다행이던지요! 안에 있는 사람들 행동이 뭔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울더라도 자전거 안장 위보다는 벤츠 안이 낫다는 말도 있으니 이곳에서 생명 연장과 두 번째 기회를 노려봄 직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기회를 노린 건 프로포즈를 준비한 사람만이 아니었다는 게, 바로 이 ‘뻐꾸기 살인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성공하려면 미쳐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성공한 사람이 미치는 걸까요? 여하튼 가족끼리 화목해 보이는 건 다행입니다만, 대본만 각자 읽고 공연에 오른 듯한 모습에는 제가 다 부끄러우면서도 재밌어 보여서 두근거리더라고요.
마냥 즐거워만 하기엔 진짜로 아버지가 죽었지만 유언장으로도 남긴 일이니 이 정도면 자살 조력이지 않을까요? 유산도 상속받고요! 그보다는 책으로, 화면으로만 봐 온 그 현장에 가족들과 있는 게 정말 짜릿했을 것 같습니다. 어쩌겠어요, 태어나니 아버지가 이 사람이었고 이렇게 자랐는데. 탐정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도 미안해하면서 잔뜩 기대하는 걸 보면 양육 환경도 환경이지만 어느 정도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예상외의 공간에서 예상외의 긴급상황에 예상외의 고백을 받은 영우 씨에겐 이렇게 즐거운 가족의 연극보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준비한 모든 걸 보지 못한 게 아쉽군요! 사실 하면 또 민망해질 것 같지만, 예의상 덧붙여 봤습니다. 웃음을 못 참을 사람이 읽는 저 말고도 또 있을 것 같고요….
에필로그가 있길래 프롤로그도 있는 줄 알았더니 없는 게 꼭 추리소설 1장부터 난입한 느낌이라 즐겁고, 에필로그의 팬들 반응을 보면 그 작가에 그 팬이어서 재밌고, 결국 작품 첫 문장대로 두 사람에게 최고의 날까진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두고두고 화자될 만한 날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극한의 컨셉충이자 수감된 가족을 면회하러 가는 이들에게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