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떡밥이 탐나서 써 보는 중간 리뷰. 이 리뷰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먼저 관심 가질 만한 제목이나 장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읽다 보니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이래서 다양하고 꾸준하게 이벤트 열어 주시는 거겠지요!)
매력 1 – 믿을 수 없는 소문
이야기는 내가 뭔가 놓쳤나 싶을 만큼 갑작스레 시작된다. 어두운 길을 따라 흉흉한 소문의 대저택으로 향하는 주인공 슐러. 저택에 대한 소문이 정말 소문처럼, 매 이야기마다 조금씩 다르거나 살이 붙어 되풀이되는 점이 재미있다. 슐러를 안내하는 솔벤 등 시종들에게 참다가 궁금한 것을 물어도 정말 미심쩍은 반응 뿐이라, 수 회차를 지나도록 아주 이상한 일은 안 일어나니 정말 그냥 사회성 적은 부자들에게 이상한 소문이 붙은 걸까 싶기도 하고 정말 기괴한 존재들이 그나마 소문 덕에 사람인 양 하고 지내는 걸까 싶기도 하고… 칼스텐이나 솔벤, 그림 선생(이자 도작 피해자가 된 듯한…) 알젠토, 괜히 무서운 디트마일 등 모든 인물들이 허심탄회한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알쏭달쏭 정말 필요한 최저 수준을 밑돌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슐러의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 덕에 독자로서도 대체 뭔 일이야 싶은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펼치게 된다.
매력 2 –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나마 위안이라면, 주인공 슐러 역시 녹록치 않은, 비밀을 가진 듯하다는 점이다. 분명 다리 밑에서 흙바닥에 그림 그리며 살던 부랑자인데 속에 갖춘 예술적 기질은 천재에 가깝고, 탈영병이라든가 내보이지 않은 비밀들이 많다는 점도 여러 겹으로 이야기와 인물들을 궁금하게 한다. 따뜻하고 청결한 공간, 맛있는 음식과 그밖의 모든 것이 무서운 비밀인 이 저택에 머물지 나갈지 어디로 가야 하며 누구에게 무엇을 묻고 믿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다가도, 주인공조차 한 번 더 의심하게(?) 하는 재미가 있달까. 기어이 버려졌구나 생각하고 부랑자 사회로 돌아갔더니 뒤늦게 와서 사과하지를 않나… 읽으면서 같이 휘둘리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시작 부분엔 순진한 부랑자 화가 꿈나무였다가, 이제는 새로운 세상을 겪으며 예술 능력을 키우고 다른 욕망들도 생길 텐데, 다른 인물들과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좀 더 읽어 봐야겠다. 이미 완결되어 나만 부지런하면 된다는 게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