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내 애인은 DNA”라는 표현은 그저 하나의 메타포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표현은 정말로 DNA 그 자체였고, 또 이것을 소설에서 풀어내는 이야기 서술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는 인간이 아닌 규소 기반의 외계인입니다. 소설의 화자가 외계인이고, 제목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며 화자인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단순 로맨스 소설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책 읽기 전 기대 이상으로 독특하고 재밌었답니다.
Q.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작품의 화자가 외계인이라서 외계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인간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인간들에게 익숙한 것이 외계인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묘사되는 표현들이 재밌었습니다. 화자는 독자 혹은 청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인간 그리고 지구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화자는 술을 권하지요. 그렇게 술이 어떤 것인지 설명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외계인 사회는 지구라는 행성 자체도 익숙하지 않은가봅니다. 가본 것은 둘째치고,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외계인들도 꽤 있는 것 같고요. 그렇게 낯선 지구라는 행성에서 사람의 모양을 한 주인공은 자신의 취향과 잘 맞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운명은, 이 취향이 잘 맞는 두 존재에게 주어진 생명의 시간이 너무나도 달랐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화자는 자신의 애인과 이별하기 전, 그녀의 머리카락을 뽑아서 가져옵니다. 그렇게 자신이 사랑했던 그 모습을 다시 구현하려고 하죠. 하지만 참으로 이상합니다. 같은 DNA인데도 자신이 사랑했던, 그 시기의 그녀의 모습을 똑같이 구현할 수 없었던 것이죠. 모든 것은 같았지만, 다른 존재였습니다. 그녀와 닮았지만 다른 존재들. 수백번의 시도 끝에 화자는 깨닫습니다. 유일한 존재였던 그녀, 변함없이 달라질 존재, 그리고 그녀에게 인사를 전하고 다시금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를 처음처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덤덤하게 표현되었지만 같은 존재를 구현해내기 위해 시도했던 일련의 과정들을 상상해보니 안쓰러웠고, 또 슬프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 당시 그 존재는 그 한 존재뿐이었을텐데, 그 모습을 다시 만들어내지 못해 저런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하지만 어쩌면, 저 또한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화자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화자와 같은 깨달음이 오기까지, 저는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집착하며 시도해보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짧지만 울림이 컸던 소설입니다. 사랑에 대해, 사랑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덤덤한 문체였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좀 먹먹했던, 그런 작품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