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재밌으세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있다. 이 질문은 현재 본인이 스스로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그러나 남들에게는 대부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겉으로야 사는 게 다 그렇다느니 이정도면 재밌다느니와 같은 무난한 대답이 나오지만, 내심은 과연 그럴까?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서환은 삶이 참 재미없어 보인다. 본인도 이런 삶은 사는 게 아니라고 그랬으니까. 지루하고 스트레스만 가득한 삶을 바꿀 수단으로 서환은 마약을 선택한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엉뚱한 선택이고 어떻게 보면 서환의 심리가 상당히 불안정해보인다.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마약을 해보자는 생각은 쉽게 떠올리기 힘든 일 아닌가? 인생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나 보일 법한 태도라고 보인다.
서환은 마약을 구하기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질나쁜 무리에게 걸려 사기를 당하기도 하지만 마약을 구하겠다는 서환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그런 서환의 앞에 웬 약장수가 나타나 알약을 하나 내민다.
“행복하고 싶은데 불행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주자! 이게 제 경영 마인드입니다. 선생님은 행복해지고 싶지 않으신가요?”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이런 말에 넘어가지 않을까. 후회없는 삶을 살아라, 행복해지라는 약장수의 말이 오랫동안 내 맘에도 휘돌다 사라졌다. 후회없는 삶을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일단 서환은 후회없는 삶을 살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굳게 믿은 듯하다. 샘플로 받은 알약 ‘카이’의 효과를 몸소 겪고 난 이후 꼬박꼬박 카이를 구입했으니까. 서환의 머릿속에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수를 하면 안되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선 ‘카이’를 복용해야만 한다’라는 매커니즘이 굳게 자리잡았다.
카이를 복용하기 시작한 서환은 곧이어 ‘코우’라는 알약도 함께 복용하기 시작한다. 약장수가 둘을 같이 복용하지 말라고 했으나 그저 행복해지고 싶은 서환에게 약장수의 충고는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서환은 카이와 코우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가 되었다. 서환이 그렇게 구하고싶어하던 마약은 아니지만 마약처럼 카이와 코우에 중독되었으니 어떻게보면 서환의 목표였던 ‘마약을 해보자’라는 결심은 달성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말은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상당히 던져준다. 서환이 생각하던 행복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앞으로 서환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독자들 중에서도 서환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스트레스만 가득하고 한점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때가 분명히 온다. 그럴 때 사람들이 가장 하기 쉬운 선택이 바로 과거를 곱씹는 것이다. ‘그때 그러지 말걸’하는 후회를 하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땐 참 행복했었는데’라며 현재를 외면하고 행복했었던 과거만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뭐가 되었든 그것이 지나간 시간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내 손에 없는 것,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심지어 그것은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덮쳐오지 않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늪처럼 사람을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빨아들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후회하는 일이 최소한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하고 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괜찮다. 단지 그걸로 끝내지만 않으면 된다. ‘그땐 어쩔 수 없었지. 앞으로는 다시 그러지 않으면 되지!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하고 ‘현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최선을 다하면 된다. 수없이 했던 실수와 후회 속에서 개선점을 찾아 다가올 ‘미래’를 조금씩 바꾸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안다.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제대로 실천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긍정적인 대답을 선뜻 하기 어렵다. 그래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과거의 후회와 실수를 현재에서 충실하게 조금씩 바꾸어나가다보면 나에게 다가올 미래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환이 실컷 울고 다시금 본인만의 행복을 찾아나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