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 한 잔, 점심먹고 나서 한 잔, 오후에 졸려서 한 잔, 디저트와 한 잔, 친구를 만났을 때 한 잔, 식사에 곁들여서 한 잔.
커피 이야기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시간에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신다. 다들 커피를 마시니 오히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별종 취급을 받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현재 8.6조 원 수준인데 시간이 지나면 1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세계 평균인 132잔에 비해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를 보여준다. 커피를 마시는 미성년자들의 경우도 같이 집계한다면 그 수치는 더 올라가지 않을까?
이렇게 커피 없이는 못 살 정도인데, 만약 이런 커피가 사라진다면? 대란이 발생하겠지. 그것도 보통 규모가 아닌 대란이.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대 규모의 커피 생산지인 아프리카에 서리가 내리는 기상이변이 발생하면서 커피 시장은 요동친다. 하룻밤만에 60%나 오른 커피 가격이라든지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여행까지 떠나는 사람들 등 일상 생활에 급격한 파랑이 이는 모습을 보는데, 연관은 없지만 코로나 초기의 마스크 대란이 생각나더라. 공급은 빈약한데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가는 건 자본주의 구조상 당연한 이치라지만 그래도 뭔가 아닌데 싶었던 그 때가.
국내산 커피원두도 등장했지만 소비자들은 외면하고, 에티오피아나 브라질 등 커피로 유명한 지역의 원두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원두를 차지하기 위해 약탈행위까지 벌어지고, 사람들이 목숨을 끊으면서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지만 결국 한국이 커피 종주국이 되면서 결말은 나름 평화롭게 마무리가 되었다.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라졌을 때의 불편함, 상실감 등은 잘 드러났지만 그런 사람들의 심리와 국가적인 대응, 그리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정치 등 다양한 요소가 매끄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해 아쉬웠다. 작위적으로 짜인 무대 위에서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지침을 받은 것처럼 삐걱거리는 전개가 조금만 더 다듬어졌다면 더 흥미롭게 읽었을 텐데.
그래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필품이 우리 삶에서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한번 상상해보는 계기가 생겼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