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은 글이지만,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투명한 빗줄기, 짧은 시간동안 세차게 쏟아지는 소나기, 여름날의 추억, 풋풋한 첫사랑의 향기, 소년과 소녀의 숨결.
시야가 부옇게 흐려질 정도로 피어오른 물안개와는 대비되는 선명한 색상의 초록색 천으로 된 커피숍의 처마 밑.
그곳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나란히 서 있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 그리고 수줍은 듯 자신의 능력을 고백하는 소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10분간 소나기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인데,
어렸을 땐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해서 여러가지 해프닝들을 겪어야만 했다.
소녀의 작은 투덜거림에 살풋 웃고마는 소년, 그래도 좋은 점은 있다며 소녀에게 여러가지 장점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소년의 마지막 아름다운 한마디는 아, 정말 그렇네라는 찰나의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하려는 꽃망울처럼 소년과 소녀의 따뜻한 그 무엇이 피어나려 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들이 필요할 거다. 지금의 나는 가끔 길을 걷다가 엄마가 생각나는 순간들과 조우할 때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은 충혈되고, 속절없이 눈물이 떨어진다.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고, 보지도 않을텐데도 아, 이럴때 하늘에서 비라도 내린다면 좋겠다 싶다.
눈에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만큼 아무렇지 않게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