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죽음을 살피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자괴지능 (작가: 하늘느타리,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1년 6월, 조회 89

오랜 시간 인간과 로봇은 ‘생각’과 ‘감정’의 유무에 기반하여 구분되었다. 이 ‘기준’은 과거의 스토리텔링, 특히 인간과 로봇의 대립 구도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속성이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학습해가는 로맨스, 감정 없는 로봇이 생물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스릴러 등은 이런 이분법적 구도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사람과 로봇의 가장 큰 특징 차이를 생각과 감정으로 두는 이들이 있지만, 지금은 이런 시선에 담긴 여러 문제성이 밝혀지고 있기도 하다. ‘인간성’이라는 추상은 모든 것 위에 인간종이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화한다. 사람도 사회적으로 ‘학습’할 뿐인 감정을 로봇이 배울 수 없다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빚어낸 가장 큰 오개념이다.

최근의 스토리텔링은 오히려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지우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융합과 복합, 결합이 대세인, ‘나누지 않는’ SF를 읽는 것은 한결 편하다. 다행히도 이분에서 벗어난 다양성이 최근의 트렌드이자 스토리텔링이 나아가야 할 길로 제시되고 있다. 여전히 ‘그들’과 ‘우리’를 나누려는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하늘느타리 작가의 〈자괴지능〉은 이러한 배경을 지닌, 긍정적인 변화 앞에 선 SF의 현시점에서 문제적인 작품이다. 문학에서 ‘문제적’이라는 말은 극단의 새로움을 의미한다. 문제적인 소설은 완전히 신선한 방향성과 의미를 구축한다. 〈자괴지능〉은 ‘인간성’의 가장 깊은 영역을 건드린다. 또한 ‘지능’이란 언제나 발전하는가, 그렇다면 그 방향은 언제나 긍정적인가, 기계의 파괴는 어디까지 발현되는가 등에 대한 창의적인 답안을 던진다.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작품 안에 산재된 질문은 한곳으로 모인다.

자괴, 그리고 자살은 인간에게만 내재하는 충동인가.

 

 

자살하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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