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를 보고 싶어 찾아 들어갔다가 뜻밖에 뱀파이어물을 만나 ‘뭐지?’ 싶었는데, 은근히 SF적인 뱀파이어를 잘 그린 것 같다. 기존의 뱀파이어와는 사뭇 다른(굳이 따지자면 영화 스타게이트의 고어울드와 비슷하다) 뱀파이어는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다만, 뱀파이어 자체가 워낙에 판타지적인 존재인데다, 소설 내에서도 그들의 존재 등에 대해 대략적인 상황만 얘기할 뿐 얼마나 과학적인지(즉, 그럴듯한지)는 얘기하지 않기 때문에 다 보고난 후에도 ‘이게 SF?’라는 심정은 가시지 않는다. (영화 스타게이트와 다른 점이라면, 거기서는 신화적인 문화를 과학 문명을 이용해 어떻게 이룩했는지를 보여주기에 그래도 SF처럼 보이는데 반해, 이 소설은 짧아서 그런걸 느낄만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거다.)
마치 ‘사랑하는 기생충’을 보는 것 같은 뱀파이어는 나름 매력적이긴 하나, 이 역시 다분히 이야기를 위해 짜낸듯한 설정이라 실제할 것 같은 느낌은 없다. 이 뱀파이어는 이렇다는 얘기만 하고 왜 그런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소설은 SF보다는 판타지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도 그러한 것들이 현재의 팬데믹이 가져오는 단절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주며, 마치 환생을 거듭하며 이어나가는 것 같아 이들의 로맨스를 뭔가 있어보이게도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감상 자체가 그렇게 나쁜 것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단지 그런 것을 위해서 였다면 SF일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판타지가 과학을 기반으로하는 SF보다는 비교적 더 자유로운 상상을 허용한다는 걸 생각하면, 차라리 대놓고 판타지인 것이 더 낫지 않았겠냐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