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그래? – 아내가 돌아왔다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아내가 돌아왔다 (작가: 붕붕, 작품정보)
리뷰어: dorothy, 17년 5월, 조회 61

.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재작년 중국에서 처음 좀비들이 나타났을 땐 전 세계가 충격의 도가니였다. 그 때는 좀비 방어용품이라던가, 서바이벌 키트 따위가 불티나게 팔렸다. 우리 집 베란다에도 이마트에서 산 15만 원 짜리 가정용 좀비 서바이버 세트가 있다.

이 작품에서 좀비는 <국가재난> 취급을 받는다. 작가는 좀비 사태를 이용해 한국 사회의 국가재난 대처법과 사람들의 의식을 풍자한다. 작품 내 좀비 사태의 대처 방법은 지진과 메르스, 그리고 세월호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에서도 부랴부랴 한국형 좀비 방역체계를 만든다고 꽤나 시끄러웠다. K-서바이벌을 신한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보건복지부 발표도 있었다. 김치가 좀비 바이러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뉴스도 많이 나왔고, 그 와중에 방역예산 떼어먹다 감방가는 놈도 있었다.

이쯤 되면 작가의 냉소적인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명 ‘팩트 폭력’이나고나 할까, 한국에 고인 썩은 물을 여지없이 비춘다. 돌아가는 상황이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면면은 독자로 하여금 ‘어, 이것 봐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어떤 것이 있었다.

 

 좀비는 그냥 질병일 뿐이고, 병에 걸린 게 정부 책임은 아니니 아까운 세금을 털어 보상대책을 마련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인기를 끌었다.

(중략)

이 무시무시한 관성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도 한국 사회는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 사회의 어떤 면들은 좀처럼 변하질 않는다. 가끔은 그게 좀비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쐐기를 박는다. 작가는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던 부분이다. 삼 년 간 지겹게도 들었던 그 주장이 아니던가. 세월호 참사는 그냥 교통사고일 뿐이고, 사고가 난 게 정부 책임은 아니니 아까운 세금을 털어 인양을 하고 보상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 나는 어쩐지 마음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이 즈음에서 작가는 변주를 넣는다. 주인공에게 이입할 독자를 위해 주인공의 아내를 좀비로 만들어버린다. 보통 화자에게 이입하여 읽는 독자는 애틋한 마음이 든다. 진정제를 놓고, 대소변을 받아주고, 씻겨주고,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아내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그에게 동정심이 든다. 남들이 보면 상식 밖의 일, 하지만 내 가족이니까 할 수 있는 일. 사람은 자신의 일이 되면 다급해지는 법이다.

 

이제 주인공의 삶으로 들어가보자.

 

아내와 20대를 함께 보낸 주인공은, 별 감흥 없이 혼인신고를 하고, 물 흘러가듯 결혼식을 올린다. 좀비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별 다를 것 없이 일상을 이어간다. 회사에 나가고, 부모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가족계획에 대한 간섭을 받고. 좀비가 어쩌고 하는 것만 뺀다면 지금과 거의 같다. 단지 아내가 좀비가 되었고, 15년이나 키운 강아지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이 나질 않을 뿐.

세상에 꽃 안 좋아하는 여자는 없다고 말했던 아내. 그리고 꽃 같은 건 어차피 시들 거라고 무심하게 말했던 남편. 대학 시절 아내를 좋아했던 준수라는 남자, 꽃 향기가 나는 꽃병에 대해 묻자 대답을 피하며 손가락을 베였다며 손을 내밀었던 아내. 지금은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고 단지 신음 소리만 흘리는 그녀를 돌보는 남편을 동정했던 독자는 후반부로 갈 수록 그 집요함과 소유욕에 몸서리치게 된다.

 

아내? 돌아오긴 돌아왔다. 단지 ‘그가 알던’ 아내가 돌아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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