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술래, 네 번째 사람을 부르는 주문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달빛 아래에서 강강술래 (작가: 배명은, 작품정보)
리뷰어: 글 쓰는 빗물, 20년 10월, 조회 89

김지은 평론가는 아동문학을 ‘세 번째 사람의 문학’으로 정의한다. 세상이 일인자와 이인자의 경쟁에 집중할 때 가려지고 소외된 ‘세 번째 사람’, 어린이를 들여다보는 문학이 아동문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인을 독자로 상정한 문학 역시 이렇듯 은폐된 아동들의 목소리와 삶을 다룰 때가 있다. 아동을 소설의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는 방식은 두 가지다. 성인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 소설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하나의 장치로써 아동의 약자성을 이용하는 경우, 그리고 억눌린 아동의 목소리 자체를 전달하는 경우. 배명은 작가는 두 번째 길을 택한다.

 

 

1) 춤, 네 번째 사람의 언어

배명은 작가의 <달빛 아래에서 강강술래> 속 주인공 연두는 아빠의 차에 실려 낯선 산으로 간다. 그곳에서 만난 소녀들은 남자아이들과 어른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산에서 강강술래를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들은 ‘여자아이’ 연두를 발견하고 그들의 놀이에 동참시킨다. 박해당하는 아동들이 모여 나름의 방식으로 어른들을 응징하는 힘의 전복을 그리는 수많은 서사 가운데에서, 작품은 오로지 여자아이들만 모인 공간과 이들의 연대를 그린다. ‘여성’이며 ‘아동’인 이들은 이중의 약자성을 갖고 있다. 이 목소리는 어른들에 의해 억압되고, 남자아이들의 목소리에 억압된다. 또한, 그들에 의해 이중으로 폭력에 노출된다. 그래서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닌 네 번째 사람, 여자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찾는다.

 

작중 인물들이 택한 그들의 언어는 서로 손을 잡고 돌며 추는 춤, 강강술래다. 민속놀이인 강강술래는 실제로 여성들이 모여 설움을 달래고 연대를 강화하는 방책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세상의 폭력을 겪어내는 여자아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가해에 저항하기 위한 언어로 이만큼 좋은 춤이 없을 것이다. 아동에게 놀이는 중요한 과업이며 언어다. 아동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소화하며 자라난다. <달빛 아래에서 강강술래> 속 아이들은 강강술래라는 놀이를 통해 고통을 공유하고 폭력에 대항한다. 이들은 결코 무력한 피해자로 남지 않는다. 밝은 대낮, 편안한 평지에서 이뤄지지 못한 이들의 만남과 소망은, 깜깜한 밤 험준한 산골짜기에서 달의 신비한 빛 아래 발화되고 이루어진다.

 

 

2) 문학, 가려진 이들이 모이는 곳

경제력이 있고, 건강하고, 정상 가정에 속한 이들의 큰 목소리는 시끄러울 만큼 세상을 가득 채운다. 말해지고, 또 말해진 이 이야기는 심지어 이상한 내용을 담고 있을 때조차 충분히 청자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다른 곳에, 작은 목소리들이 있다.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손해 볼 것 없는 소리. 그래서 외면받는 소리. 문학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이들을 초대해 화자와 독자 삼을 때 아닐까. 밀려난 이들, 그 안에서도 또다시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울림 있게 전달하는 배명은 작가의 목소리에 맞춰 독자는 작품 속 강강술래에 살며시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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