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부족한 이야기, 그래서, 좀 더 보고 싶은 이야기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아리 (작가: 조은별, 작품정보)
리뷰어: MrMAD, 20년 7월, 조회 119

이하의 리뷰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작품을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일제강점기 시대, 피를 먹고 살아야 하는 흡혈귀 조선인 아이, 아리. 조선에서 흡혈귀에게 살해당한 남편의 복수를 갈망하는 일본 순사, 이치고. 아리와 친구이며, 이치고 순사의 딸인 쿄코. 조선에서 귀물 사냥꾼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리를 키워온 호성.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를 시대 배경으로, 증기기관이 구르고 몸의 일부를 기계로 만드는 스팀펑크와, 흔히 환상 속 생물이며 작품 내에서는 귀물로 불리는 흡혈귀가 나오는, 판타지가 버무려진 이야기다. 때문에, 작품의 무대는 매우 흥미롭다. 다양한 사람의 흥미를 충족시킬 수 있어,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스팀펑크를 다룬 소설을 읽지 않았음에도 이 작품으로 흥미가 생겼다.

또한, 작품은 배경만 믿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는다. 등장인물 네 명의 관계는 서로 아주 흥미롭다. 시대적 배경 속에서 괴리를 일으키는, 조선인이 입학한 내지인(일본인) 학교에서 사귄 내지인 친구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갈등요소를 만들어낸다.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고, 작품에서도 두 등장인물의 감정과 이 요소로 인한 거리에서 생기는 간극을 끊임없이 얘기하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또한, 일본인이며, 조선의 흡혈귀에게 자신의 남편을 살해당한 이치고 순사는 조선인과 흡혈귀에게 당연한 증오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조선인 흡혈귀인 아리는 이치고 순사의 목표가 되며 순사가 어떻게 아리를 잡고, 아리는 어떻게 그 순사를 피할지 맞물리는 이야기의 진행이 된다.

흥미로운 두 이야기를 끌고 가며 작품은 진행이 된다. 완전해질 수 없는 두 아이의 우정과 피할 수 없는 굶주림에 흔적을 남기는 아리, 그 흔적을 쫓으며 흡혈귀를 잡으려는 이치고, 얼핏 보면 맞물리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는 단락을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러다가 작품은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등장인물과 이야기가 많은 이 작품은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가 맞다. 대신, 등장인물과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두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길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작품은 이야기를 빨리 진행시키려 했지만, 역효과가 나고 만다. 이야기에 부족함이 생기는 것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아리를 거둬들인 천호성은 과거 흡혈귀를 포함한 귀물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호성이 아리를 거둬들인 것은 작품 내에서는 자신의 생각으로, 아리가 조선의 마지막 남은 흡혈귀라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나온다. 하지만, 이전에 호성은 오랫동안 귀물을 잡아왔고, 귀물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도 아리와 함께 지내고 난 뒤부터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호성이 아리를 거두는 그 순간은 오랫동안 귀물을 잡아온 사냥꾼이었으며, 아리의 부모님을 죽인 것도 자신이었다. 영화 「레옹」에서 나온 레옹은 여자와 어린아이는 건들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끊임없이 반복한다. 하지만 호성은 아쉽게도 그런 언급이 없어 오랫동안 귀물을 잡아온 사냥꾼이 어쩌다 동한 마음에 어린 흡혈귀를 거뒀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최우반의 이야기에서, 호성이 이치고 순사와 싸울 때 본인의 몸에 달린 의체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전에 호성의 신체나 특이점에 대한 언급이 없어 최후반부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치고 순사 역시 신체 일부(팔)를 기계로 대체한 이야기가 나와 이 작품의 스팀펑크적인 내용을 돋보이는 데에 사용했으며, 자신이 손보았다는 언급으로 초장부터 등장한 이치고 순사의 능력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가 사용했던 귀살도는 언급과 함께 작품 내에서 사용되기 전에 등장했지만, 의체는 순사의 것이나 귀살도와 다르게 갑작스레 등장하여 당황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호성의 이야기가 작품 내에서 가장 적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부족한 내용이 가장 돋보이는 등장인물이 되어 아쉬웠다.

쿄코의 이야기 또한 아쉬웠다. 쿄코는 작품 내에서 아리와는 다른 위치임에도 피해자로 등장한다. 아리와 친하단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아버지가 순직했으며 어머니는 그 때문에 자신에게 차가웠으며, 이야기 끝에는 어머니와 그 친구마저 곁을 떠나 혼자가 된다. 주인공의 위치에 준하여 작품 내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갈등을 자아내는 캐릭터지만, 작품의 대미에 있는 사건에서 떨어져서 갈등의 서사가 의지와 상관없이 중단돼서 찝찝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리의 이야기는 주인공인만큼, 사건의 중심에 있으니 흥미롭다. 하지만, 아리의 캐릭터에서 부족한 부분을 느꼈다. 흡혈귀로서, 처음부터 등장해 피를 먹고 살며 시체의 처리를 완벽히 하는 캐릭터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후 오랫동안 피를 먹지 못해 제정신이 아닐 때 실수로 시체를 수습하지 못하고 심지어 핏자국까지 남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이전에 시체의 뒷수습을 철저히 했던 모습과 다른 상황이었음에도, 큰 동요가 없었다. 일어난 직후 욕지거리를 뱉고 잠깐 자책한 뒤, 자신은 어쩔 수 없는,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며 생각하고 머리를 가볍게 털어 생각을 떨쳐내는 정도의 일이었다. 순사가 거리를 배회하고, 순사가 자신이 있는 다방과 집에 나다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까. 아직 어린 아리라서,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자신 스스로 익혔기에 들키고 난 뒤에 어떤 일이 있을지 배운 적이 없고 생각할 수 없어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기엔 이전에 철저히 시체를 처리했던 아리와 어긋난다.

그렇게 남은 등장인물, 이치고 순사만이 오히려 완벽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남편 덕에 지위에 올랐지만, 본인의 능력으로 완벽히 내쳐지지 않은 상태이며 이에 대한 언급이 꾸준히 나온다. 또한, 이야기에서 목표나 동기가 가장 명확한 인물이다. 동기는 죽은 남편에 대한 복수와 순사로서의 의무감이고 목표는 흡혈귀의 사냥이다. 자신의 일을 위해 섣불리 나서지 않으며 아리를 잡을 때도 명확한 증거를 얻고 난 뒤에 행동한다. 분명 일본인 순사로서 조선인에게 무력을 행하며 억지로 답을 찾아낼 수 있음에도 자신의 목표인 귀물, 흡혈귀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인 천호성을 명확한 물증 전에는 다른 수를 쓰지 않았다. 또한 보편적인 일본인 캐릭터로서 조선인을 향한 혐오와 고정관념이 변함없이 계속된다. 마지막 순간에도 증오와 목표의 대상인 아리를 먼저 잡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위협이 되는 호성을 우선 처리하는 모습이 있다. 즉, 감정이 먼저 나설 수 있음에도 냉정하게 판단하는 캐릭터임을 알 수 있었고, 빈틈이 없어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가 되었다.

조은별 작가의 이 작품, 「아리」는 20년 5월 편집장의 시선에도 올라온 작품으로, 아주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있다. 다만, 편집장의 시선에 나온 글귀대로, 장편의 프롤로그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가 좀 더 풀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기도 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아리와 쿄코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 작품의 현재 모습으로는 짧기 때문에, 내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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