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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와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을 연달아 출간하며 언론과 독자의 호평을 받은 하승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이 출간되었다. 쇠락한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부정과 타락, 그리고 그 이면에 기생하는 여러 인간 군상을 소재로 집필해온 이전작들과 달리, 이번 신작은 소통과 치유, 환경과 인권이라는 화두를 담아낸 SF 장편소설이다. 동해에서 발견된 신비한 고래 이드를 조사하던 연구팀의 조성원 박사는, 이드가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바다와 연결되지 않은 고원 티베트에서. 조성원 박사는 NGO 소속으로 다큐 촬영차 티베트에 가 있던 후배 현지를 통해 이드와 연결된 한 소녀의 행방을 수소문하게 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은 실제 인공지능을 통한 동물의 언어 해석 기술에서부터 티베트 인권 탄압과 탈출 여정, 포경과 불법 포획 등 저자가 2년여의 기간 동안 조사한 치밀하고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저자는 이전작부터 호평을 받아온 스릴러 장르를 적극 활용하여 흡인력을 높이면서도 ‘종을 초월한 소통과 이를 통한 치유와 보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소설에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하승민 작가는 2020년 데뷔 이후, 매년 한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해 왔으며 이번 작품이 SF로는 첫 도전이다.
“『발 끝이 바다에 닿으면』은 소통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신비한 현상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도 인류의 미래가 들여다봐야 할 환경적 가치에 관한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 장용민(소설가, 『궁극의 아이』 저자)
“소설에 ‘영화적’이라는 수사를 붙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를 ‘뛰어넘는’ 소설이라면 어떨까? 하승민의 소설은 설산과 육지와 바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플롯의 한계를 시험하고 ‘스펙터클’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한다. 촘촘하고 복잡한 인물과 사건을 마침내 하나로 엮어내는 작가의 야심과 필력은 국경 없이 대양을 유영하는 고래의 노래처럼 낯설고도 매혹적이다.” -문지혁(소설가, 『초급 한국어』 저자)
“인간이 다른 종의 생각을 읽는 것이 어려울까, 이념과 탐욕으로 갈라진 인간 사이를 넘는 것이 더욱 어려울까 하는 묵직한 문제.” – 송경아(소설가, 『테러리스트』 저자)
인간과 비인간의 소통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읽다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에서 고래 이드와 소통을 하는 장치인 커뮤니케이터는 아직 현실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허구의 장치이나, 동물의 언어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분석하려는 시도는 지구의 보존과 생명체의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지구종 프로젝트(Earth Species Project)에서 진행 중이다. 이들은 동물의 의사소통 표현을 수집하여 개별 종과 여러 종 모두에 동시에 적용하면서 보편적인 인간 언어 형태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 궁극적으로는 소통의 가능성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또한 소설 내용처럼 고래의 의사소통을 해독하려는 시도 또한 MIT와 버클리의 연구팀에 의해 진행중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직 실현되진 않았으나 현재 활발히 개발 중인 연구가 가져올 미래상을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의 교류가 가져올 희망적 미래를 소설에 담아내려 한다.
냉혹한 고원 티베트에서 푸른 바다 동해까지
『발끝이 바다에 닿으면』은 각기 동해와 티베트라는 공간이 전혀 다른 두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과거 120만 명이나 학살된 티베트의 아픈 기억을 복기하는 한편, 현재도 만연한 중국 정부의 감시와 인권 침탈의 현장을 가감없이 녹여낸다. 반면 동해의 가상 항구도시인 울성에서는 현재도 암암리에 불법 포경이 자행되는 모습을 그리며 잔혹한 포경의 역사를 복기한다. 저자는 이렇듯 전혀 다른 두 공간에서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과 억압의 현장을 그려내면서도, 핍박받는 두 종의 약자(인간과 고래)가 끊임없는 소통과 연대의 과정을 통해 공생과 화합할 수 있는 미래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티베트 탈출민의 증언과 탈출 경로에 관한 자료 조사를 거쳐, 히말라야를 통해 국경선을 넘는 위험하고 고된 여정을 실감나게 소설 속에 담는 한편, 국내에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미확인종인 ’52헤르츠 고래’를 소설에 담아내어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독자에게 불러일으킨다.
조성원 박사는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동물과 대화를 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커뮤니케이터’를 개발 중이지만, 이렇다할 지원을 받지 못해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이 즈음, 과거 동료였던 일본인 해양학자 유코가 한 가지 제안을 해온다. 커뮤니케이터를 고래에게 적용시켜 보자는 것이다. 고민 끝에 성원은 유코의 제안을 승낙하고, 뇌과학자 퍼시와 함께 항구 도시 울성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고래 ‘이드’는 신비한 분위기에 마치 사람 말을 알아듣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여러 조사 끝에 이드가 사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조성원 박사는, 그것도 누군가가 티베트인들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이드가 지칭하는 것은 지역과 사람 이름. 마침 NGO 소속으로 티베트에 잠입 다큐를 찍으러 간 후배 현지에게 이를 수소문해 줄 것을 부탁하고, 현지는 잠입 취재 중 성원이 전해 준 ‘빠랑쉐’ 등 몇몇 단어가 정확히 일치하는 곳에서 한 티베트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이상한 힘을 목격하게 되는데.
커뮤니케이터 -7
Q.E.D -149
타시델렉 -291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 살고 있다. IT와 금융업에 종사하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쓰는 건 지금껏 거쳐온 많은 취미 중에 건져 올린, 유일하게 쓸만한 직업이다. 코미디언과 격투기 선수가 되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접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재능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음악만큼은 놓지 못해 간헐적으로 밴드에서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 최근 드라마 「악귀」의 OST에도 참여하였다.
2020년 첫 장편소설 『콘크리트』를 출간하였으며, 이어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을 출간하며 호평을 받고 영상화 계약되었다. 단편소설 「우주를 가로질러」로 제11회 심산 문학상 최우수상, 단편소설 「사람의 얼굴」로 뉴 러브 공모전 당선 등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경장편소설 『당신의 신은 얼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