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일반, 추리/스릴러 | 태그: #재난 #싱크홀
  • 평점×22 | 분량: 76매
  • 소개: 어느날 아침, 싱크홀과 함께 홀연히 사라져 버린 아내. 홀로 남은 남자는 동네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더보기
작가

입말이 자연스러운 이야기 감상

리뷰어: 주디, 19년 1월, 조회 47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상상하지도 못한 사건 사고들이 일어난다. 길 위에서, 아래에서, 지하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기기조차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들이 들이닥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에 맞게 대처를 해야 할텐데 우리는 그 상황 속에서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고 만다. 인간에게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의 의지가 몸에 심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지는 모르나 자고 일어나니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긴 정만씨는 독립성이 없는 인물로 보인다.

 

그야말로 생존의 의지도, 의리도 없는 인물인 정만씨는 함께 동거동락 하는 아내의 부재에도 열과 성을 다해 찾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본능만을 찾아 냉장고를 열지만 집 한 가운데 깊게 파인 싱크홀이 파였다면 시원함과 신선함을 유지하는 그 물건 마저도 하등 쓸모가 없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물이 부패된 것 까지도 모두 아내의 탓을 하고 있는 남편이라니. 그마저도 그가 아내를 두고 유희로 놀았던 이들과의 에피소드나 한 할머니를 따라 장례식에 간 이야기 마저도 남자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

 

정만이라는 인물도 그렇지만 많은 인물들이 어딘가로 빠져 들었을 싱크홀에 대처를 국가와 사회는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부재와 불빛 가득한 상점이 있다가 사라졌을 때 조차도 그 원인과 이유를 알아내지 못한다. 개인의 삶의 구멍이 뻥하고 뚫리는 것 같았다. 나라와 사회의 구멍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대피소로 피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동네의 이웃 조차도 알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의 경계의 대상일 뿐.

 

그럼에도 현이랑 작가님의 <홀>은 입말이 자연스러운 이야기였다.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나 장면들이 눈에 그려질듯 입에 착착 감긴다. 글을 눈으로 읽기도 하지만 때때로 입으로 읊조리며 이야기를 읽곤 하는데 현이랑 작가님의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지만 등장인물이 익숙한 움직임과 행동, 얌체짓 마저도 자연스러워 자꾸만 글을 읽게 만든다.

 

그의 인생에서 아내의 부재는 인생의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그가 맞고 있는 전체적인 상황 마저도 깊고 깊은 낭떠러지로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