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귀)不歸
제목부터 음산합니다.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이군요.
불귀의 객(客)이라는 표현이 있죠. 집밖, 멀리 타향에서 죽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한데요. 직역하면 돌아오지 않는 손님, 즉 죽은 사람을 표현합니다.
1989년 5월의 어느날 한 여자와 딸아이가 길을 떠납니다. 시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제목이 암시하는 바가 분명히 있을 테니 이들의 여정이 왠지 두렵습니다. 물론 소설속에서도 여자가 시작부터 가고 싶어 하지 않음을 드러냅니다. 가고 싶지 않은 곳을 가는 마음, 그곳에서 맞딱뜨릴 싫은 존재, 어쨌든 오래전에 떠나온 곳이기에 또한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낯선 그곳으로 향하는 여자의 불안감이 이미 공포감을 조성하고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시어머니에게 다가갈수록 점점 공포가 크기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어떤 공포와 만나게 될지 뻔한 거 아니야?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철천지원수가 될만한 시어머니라면 보통이 아니겠지 시어머니와의 뭔가 끔찍한 대립이 예상 가능하고 또 저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떠도는 고부갈등 얘기를 가끔 듣곤 했는데요. 머리채를 끌고 뺨때리는 시어머니,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치고 박고 온 마당을 뒹굴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었고 또 고부갈등이 극심하다가 결국 시어머니를 쫒아낸 며느리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그 이상입니다. 그 전 세대의 여성들의 삶은 훨씬 더 공포스러웠던 것 같네요.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와 공포감을 체험하게 된다는 편집부의 추천말이 거짓이 아니었어요.
이야기를 읽는 내내 소름이 오소소 돋기 시작하고 이야기에 푹 빠져서 점점 공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다가 결국 공포의 극점에서 얼음이 되고 말았다는 독자의 후문을 전합니다. 얼음을 떼어내며 감상평을 쓰고 있다나 뭐라나.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포감입니다. 공포 그 자체를 소설로 만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 작가님이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음향 효과나 여러 특수 효과 없이 오롯이 문장만으로 공포를 담아놓았어요. 찬사를 표현하고 싶은데 댓글로는 모자랄 것 같아 리뷰로 남깁니다. (근데 이거 남겨도 되는 건가요? 출판작 리뷰는 못 본 것 같은데 … )
!!!! 주의,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에어컨을 끄고 읽으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