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화자가 과거 있었던 에피소드를 회상하는 형식의 단편소설이다. 시간적 배경은 2000년, 화자가 제대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주인공은 복학해서 필수 과목으로 수강한 종교학 수업의 과제를 위해 5명이서 한 조를 짜서 무당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무당은 서울 근교에 있는 산 중턱에 살고 있었다. 인터뷰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지만 그다지 건질만한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마주친 세단에서 노인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누군가 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주인공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기괴한 그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몹시 창백한 얼굴에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꺾인 목과 팔다리가 기괴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를 더 움찔하게 만든 것은 마치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침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맑고 깨끗한 침이 아니라 마치 점액질의 무언가가 끊임없이 아래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그의 눈이었다. 가운데로 몰린, 아니면 한쪽만 방향이 다른 사시는 본 적이 있었지만, 두 눈이 안구 바깥쪽으로 몰린 사시는 처음 보았기에 그의 눈은 몹시 괴상해 보였다.
그 후 주인공은 교수와 함께 굿을 하는 장면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200kg은 나갈 법한 돼지를 육십이 넘는 무당이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모습이나, 날카로운 작두를 타는 모습, 현란한 칼춤을 추는 모습 등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굿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밤, 주인공은 알 수 없는 열감에 사로잡혀 며칠을 앓아눕게 된다.
그리고 겨울방학이 지난 후 다시 만난 교수가 주인공에게 그 때 굿을 받았던 남자에게 사실은 아귀가 빙의되었던 것이라고 연유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감기(感氣)”란 원래 몸에 기운이 빠진 상태를 뜻하는 단어라고 하면서, 그럴 때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읽는 내내 얼마 전 극장가를 강타한 오컬트 영화 “파묘”가 떠올랐다. 당연히 베꼈다는 게 아니고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뜻이다. 특히 굿 장면은 “파묘”를 볼 때의 생생한 영상미가 떠오르는 동시에, 활자로만 가능한 추상적인 상상들이 머릿속에 연상되어 약간 기묘한 느낌이 들면서도 양쪽을 비교하며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1인칭 화자가 자신이 겪은 일을 회상하는 르포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건조한 문체와 어우러져 한층 현실미를 더해준다. “실제로 있었던 것 같은/있을 것 같은” 느낌이 이런 종류의 픽션에서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을 잘 살린 소설인 것 같다. 너무 오버하게 무서운 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져 덜 무서워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으스스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이런 류의 소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