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야기는 출산 후 산모가 겪는 폐소감을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이 변화한 신체, 기능으로만 규정될 위기에 처한 인격,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애써 유대감을 기대해보려 하면서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 근거리에서 관찰한 것처럼 디테일이 가득 들어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워 하며 보고있었어요.
이 소설의 특이한 지점이라면, 산모의 신체적인/육체적인 고난을 다루는 다양한 장치를 수록하면서 이를 남편이 관찰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있는 한편으로 리스크입니다. 사회는 아이를 낳은 여자가 겪는 고립과 우울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남편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의 선량함을 가진 평범한 사람입니다. 산모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괴담처럼 전해집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소통의 간극을 어떻게 풀어낼 지 궁금해하며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었네요. 그래서 아쉬움도 약간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해결이 요원한 간극들이지만요.
남편은 산후조리원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지 아내가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그 고통에만 반응하죠. 남편은 이 우울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눈에 보이는 ‘진실’은, 귀신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이 기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거라는걸 보여주는 방법이 조금 더 있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