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와 악의

  • 장르: 일반 | 태그: #4월소일장막차실패작
  • 평점×35 | 분량: 26매
  • 소개: 열린 문이 문제일까. 문이 열렸다고 들어가도 되는 내 집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문제일까. 세상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없다고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사는 사람들이 ... 더보기

따뜻해서 씁쓸한 – <선의와 악의> 리뷰 감상

리뷰어: 라니얀, 4월 22일, 조회 44

우선 이 작품을 읽으며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소설보다도 에세이 같이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소설이 갖춰야 할 무언가가 없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누군가가 자신이 겪은 일을 써내려간 에세이처럼 주인공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도시에서만 거의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주인공처럼 경계하고 문을 걸어 잠그는 행동이 더 익숙한 편인데, 시골이나 외국의 어느 지역을 보면 여전히 지금까지도 이웃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실제로 문을 열어놓고 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과연 저게 가능할까?” 하면서도 내심 그럴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선뜻 작은 선의를 내밀 수 있는 마음. 그건 잘못이 아니다. 잘못이 아닌데도 경원은 더 경계하지 않는 부모님에게, 동네 사람들에게 자꾸 화가 났다.”

주인공이 가족들과 있을 때 하는 생각과 주변의 환경을 디테일하게 서술해 주셔서, 주인공이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구나 싶어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가끔은 저렇게 세상을 따뜻하고 안전한 곳으로만 보는 누군가에게 화가 나면서도 괜히 부끄러운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때가 있었거든요. 장편소설에서 나올 법한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진 않아도 글을 술술 읽게 되는 건 작가님께서 그런 부분들을 더 신경 써서 작업해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말할 것도 없이, 이 작품의 포인트는 결말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뭔가 에세이 같은 분위기도 느껴지는 작품이라 과연 이 전개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으시려나 궁금했는데, 굉장히 이 작품다운 ‘따뜻해서 씁쓸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런 결말이었습니다. ‘과연 세상 사람들을 선의의 영역에서 바라보는 그들이 잘못 살고 있는 걸까?‘ 그걸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결말이기도 하고요. 짧은 분량에도 디테일한 표현 속에 복합적인 감정을 잘 담아내주신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