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편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편지입니다. 편지의 형식을 띄고 있는 단편소설이며, 그 편지의 수신인은 우리입니다. 사실, 수신인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편지를 읽어나가는 사람을 수신인으로 정하겠다고 서두에서 선언하고 있으니, 제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수신인입니다.
편지는 꽤 읽기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아직 당신에게 도착한 편지를 읽지 않으셨다면, 지금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매우 짧은 글은 아닙니다만,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이 편지를 읽다 보면, 마치 극 중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글쓴이의 담담한 문체와, 그것을 마치 정말 풀어서 설명하는 것 같은 전개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그렇기에, 위에 말한 것처럼 짧지 않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어 내려가게 되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물론 이 편지는 그다지 효율적인 편지는 아닙니다. 편지 내에서 글쓴이 스스로 답답함에 대해 사과할 정도죠. 그래서 어떤 일이 어떻게, 왜, 누구에 의해서 일어났는지는 그다지 빠르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편지는 갑자기 등장한 ‘그들’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곧바로 글쓴이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가 버립니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조금 이상한 곳으로 빠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그렇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아마도) 현대 대한민국에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갑자기 등장한 ‘그들’ 때문에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게 됩니다. 구인류와 다르게, 새로이 등장한 신인류들은 언어가 아닌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편지는 그렇게 인류가 변화하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그것보다는 글쓴이가 느낀 감정을 더 많이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설이라는 표현보다 계속하여 ‘편지’라고 칭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편지는 구인간과 신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점점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왜 글쓴이는 신인간으로 변하지 않았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왜 이 편지를 써 내려간 것인지?
글 안에서 글쓴이는 자신의 ‘선택’ 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전에 자신이 생각한 다른 이유를 살펴보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것이 없었음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은 여러 모로 마음 속에서 차분히 살펴 볼 이유가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소설은 ZA라는 태그와 구인간/신인간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드는 대목이 여럿 있었습니다.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마모되는 그 순간에도 느끼는 외로움도 포함되어 있겠지요.
오래간만에 정말, 괜찮은 편지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