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 장르: 일반, 기타 | 태그: #타임리프 #드라마
  • 평점×10 | 분량: 171매 | 성향:
  • 소개: 영준에게 시간을 건너뛸 수 있는 리모컨이 생겼다. 더보기
작가

‘쓸모’의 쓸모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리뷰어: 소금달, 23년 4월, 조회 24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일관된 사람이다. 많은 것들을 ‘쓸모있느냐, 없느냐’로 나눈다는 점에서, 그는 매우 한결같다.

그 남자가 ‘쓸모있고 없고’의 기준을 들이미는 대상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본가 자기 방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들부터 넓게는 연인과 다툼후에 치뤄야 하는 감정적 대립, 특이하게도 시간까지. ‘쓸모’의 기준으로 그는 자기 삶을 재단해 나간다.

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어쩌면 좋으랴- ‘쓸모없음’의 기준이 틀렸을 때, 그가 아직 젊은 시선으로 미처 그 이면에 아로 새겨진 ‘쓸모’를 알아차리지 못해 함부로 ‘쓸모없음’으로 재단해 넘겨 버린 많은 것들에 대해. 그는 그 값을 뒤늦게 치르게 된다. 더 절절하고, 힘들고, 아프게.

극단의 효용을 추구하는 이 인물은 여러모로 내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더 빠르게, 더 알차게, 더 효율적으로를 추구하는 사람들. 어쩌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는 일면 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 인물에게서 내 안의 어떤 면을 보았기 때문에, 인물이 맞이하는 결말이 몹시 쓸쓸하고도 마음 아팠다.

‘쓸모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고, ‘쓸모있는’ 인간이 되어야만 살아남는 이 사회에서, [쓸모있음]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애시당초에 ‘쓸모’있고 없고의 기준점 자체가 ‘쓸모’있는 것일까? 인간도 시간도 모두 기계의 부품처럼 효용성 측정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만 같아 씁쓸한 맛이 오래 남았다. 판타지적 소재에서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게 한 좋은 글, [스킵]이었다.